북한 비핵화까지 꽤 먼 행로..한ㆍ미 사드 배치 논의 긍정 평가

사드 만능론·무용론·연루 회피론 등 3대 미망ㆍ장애를 극복해야

주한미군의 억제용 긍정 검토 방식..중국 카드 활용 생각 말아야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데일리한국=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칼럼] 2월 7일, 우리 국방 당국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THAAD) 배치 여부에 대한 한ㆍ미 공식 협의를 시작할 방침임을 밝혔다. 2013년부터 이 이슈가 언론 매체와 양국의 안보ㆍ국방 관련 인사들의 입을 통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사드 논의 공식화는 무엇보다 지난 2개월 간 벌어진 북한의 잇단 일탈 행위, 1월 6일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핵탄두와 운송체계(미사일) 능력을 보여준 만큼 이제 비핵화까지는 꽤 먼 행로를 가야 한다. 최종 목적지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제재를 적절히 조화시킨 협상 전략과 함께 그 과정에서 북한 핵 위협을 안정적으로 억제ㆍ방어ㆍ관리할 능력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ㆍ미 간 사드 논의 시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다만 한ㆍ미 협의가 원활하고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장애도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사드 논의와 관련해서는 세 가지의 미망(迷妄)이 존재해 왔다.

첫 번째는 일종의 사드 만능론(萬能論)이다. 사드는 종말 단계에서 한국을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고고도(40km~150km)에서 요격하는 데에는 현재까지 검증된 무기체계 중 최선의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 백 개에 달하는 북한의 단ㆍ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모두 막아내는 ‘신의 손’은 아니다(또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기에 사드는 L-SAM(장거리 대공미사일체계)이나 M-SAM(단거리 대공미사일체계), 패트리엇 등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입체적인 요격 네트워크를 구성해나가야 한다. 한ㆍ미 간 4D(탐지ㆍ교란ㆍ파괴ㆍ방어) 방어체계의 발전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사드의 핵심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주한미군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유사시(실제 그러한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되겠지만) 즉각적인 대량 응징ㆍ보복을 가능케 하는 한편,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신뢰성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드 단독으로 한반도 모두를 지켜내기에는 1개 대대 아니라 현재 미국이 보유한 7개 대대가 모두 배치된다고 해도 무리가 있다. 우리가 사드를 사오더라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 혹은 일시에 다수의 사드 포대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러한 속성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드와 관련해서 제기되어 온 두 번째의 허상(虛想)은 사드 무용론(無用論)이다. 즉, 사드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에는 효율적이지 않을 뿐더러, 만약 요격에 실패할 경우 우리가 입게 될 피해는 어쩔 것이냐는 주장이다. 사드라고 해서 100%의 요격 성공률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듯하나, 이는 억제이론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억제 효과는 나의 생존성을 가능한 한 높임으로써 상대방에 대해 보복의 두려움을 줄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즉, 내가 불안하듯 상대방도 혹시 공격당한 측이 일부라도 생존할 가능성(그래서 자기를 공격할 경우)을 우려할 때 공격을 자제하게 된다. 창과 방패는 항상 서로 추월하면서 발전해왔다. 당연히 일정 시기만을 놓고 보면 완벽한 방패도 창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드는 현 단계에서는 최선의 대안 중 하나다.

세 번째의 우상(偶像)은 연루(連累) 회피론이다. 일부에서는 사드의 도입은 미ㆍ중의 전략적 경쟁에 한반도를 끌어들이는 것이 되므로, 결국 중국(혹은 러시아를 포함한)으로부터의 보복적 조치를 받게 되거나 한ㆍ중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일부는 이것이 사실상 주한미군용의 사드에 대해 우리가 비용을 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는다. 이 모두 일종의 논리적 자가당착이다. 현재 나타난 재원만으로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대한 편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공격하게 될지도 모르는 공격 무기를 지켜주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한반도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한 주한미군 무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막연한 우려를 빌미로 사드 도입에 대한 은근한 겁박(劫迫)을 가하는 행위를 그냥 참아 넘기는 것이 진정한 한ㆍ중, 한ㆍ러 신뢰 및 동반자 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비용 회피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할 말이 막힌다.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계산부터 하는 것이 과연 오랜 동맹 파트너로서의 자세인가를 반문해야 할 지경이다.

향후 주한미군에 대한 사드 배치에서는 이러한 미망의 장막들을 걷어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특히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선 현 단계에서는 어디까지나 주한미군의 억제ㆍ방어용 소요를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견지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즉, 한ㆍ미 간 SOFA 규정을 근간으로 한국이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무기체계 자체에 대한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식의 역할 분담에서 출발하는 것이 타당하며, 필요하다면 방위비 분담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추가적인 사드 포대 배치나 우리가 직접 이를 도입하는 문제는 향후의 효과와 우리 자체 억제체제의 완성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가면 된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이 문제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위협의 억제용임을 설득하는 작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껄끄러워한다고 해서 이견 해소를 유보하면 더 큰 불신이 남게 된다. 때론 얼굴을 붉혀가면서 나의 입장을 강변할 수 있는 배짱과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한ㆍ중, 한ㆍ러 관계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사드 배치 협의를 대북 제재에서 중국의 입장 전환을 끌어내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건 ‘균형’이 아니라 전형적인 ‘줄타기’에 다름이 아니며, 중국과 미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결정적 패착이 될 수 있다. 국제적 압박에 중국 및 러시아를 동참시키는 것과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일은 엄연히 별개의 것이다. 한ㆍ미 간 협의에 있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접근을 기대해 본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 정치학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경기도 외교정책특별자문관(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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