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보름 새 지지율 2위에서 3위로… 교섭단체도 쉽지 않아

하락 첫째 원인은 컨벤션 효과 실종… 질문에서 '안철수' 이름 빼

'이승만 국부' 발언, 인재 영입 부진, 문자 메시지 구설 등도 악재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데일리한국=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기로에 서 있다.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을 먼저 탈당하고 뒤이어 문병호 권은희 김한길 의원 등이 차례로 탈당하면서 1월 중으로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은 물론 의석 30석 확보까지도 가능할 듯 보였지만 1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교섭단체 구성이 난망(難望)해진 까닭이다.

연말연시에 일제히 발표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2위(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새누리 28.7%, 安 신당 18.3%, 더민주 16.6%,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새누리 38.2%, 安 신당 18.9%, 더민주 16.3%,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올라선 바 있는데, 보름 만에 오차범위를 넘는 3위로 하락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9∼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전국적으로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13%로 더불어민주당(19%)에 밀리기 시작했고, 호남에서도 급기야 더민주(32%)가 국민의당(26%)보다 높게 나타났다.

사라진 컨벤션 효과… 질문에서 '안철수' 삭제

이처럼 국민의당에 위기가 찾아온 원인은 네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사라진 컨벤션 효과’다. 1월 셋째 주부터 대부분의 조사기관들이 정당 지지율 문항에서 ‘안철수 신당’이 아닌 ‘국민의당’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안철수’ 이름 석 자를 질문 과정에서 뺀 것이다. ‘안철수’ 이름이 빠지니 3~5%포인트가 증발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도 “(질문에서) 안철수 이름이 빠져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전날 만난) 호남의 민심엔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래 정치인들이 만난 민심은 주로 우호적 민심들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면전에서 유권자들이 비난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은, 마치 시위에서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이 다른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그간 국민의당은 일종의 창당 컨벤션 효과 중에서도 정당명 효과를 많이 누려왔다. 새누리당도 가령 ‘박근혜 대통령이 소속된’ 새누리당이라고 부르거나,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 호명하면 지금보다 적어도 3%포인트 가량은 더 나올 것이다.

더욱이 더민주의 경우 최근 당명을 변경했는데, 다수의 조사기관들이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포함돼 있어서 처음부터 ‘새정치연합에서 변경된’이라는 수식어 없이 조사를 한 기관들도 많았다. 때문에 국민의당에 비하면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국민의당이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상진 위원장의 '국부' 발언과 정체성 혼란

두 번째는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국부'(國父) 발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14일 4.19 묘역을 참배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4.19 묘지를 참배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극찬해 역풍이 꽤 거셀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승만 국부론 이후 특히 중도·진보 층에서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이탈했고, 지역적으로는 호남에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했다.

결국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19일 마포 당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국부'라고 호칭해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만 국부' 발언 후 5일 만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과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1월 21일 국민회의 운영회의에서 국민의당 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이승만 국부 발언은 도저히 우리 편이라고 볼 수 없는 건너편 친일독재 세력의 것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앞서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은 친일·독재 세력의 역사 인식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 그것이 그 당(국민의당)의 정체성 중심에 있다고 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여당 의원도 아니고 통합의 파트너로부터 듣는 공세여서 더욱 뼈아프다.

인재 영입전에서 더민주에 '판정패'

세 번째는 선거 초반 인물 영입전에서의 판정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1호로 시작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김빈 디자이너,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 김정우 세종대 교수, 하정열 안보통일연구원장, 박희승 전 판사,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권미혁 전 여성단체연합 대표를 영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종인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연쇄 탈당 러시가 주춤해지고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새누리당에서 ‘이기는 선거’를 해봤던 인물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패배주의에서 깨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어'(大漁)라고 표현한 것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 갇혀 '무(無)영입' 전략을 고수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새 인물보다는 창당 준비와 교섭단체 구성에 주력하는 사이에 운동권 인사들이 아닌, 평범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스토리가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 지지율 상승에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잇단 문자 메시지 구설

네 번째는 잇따른 ‘문자 메시지 노출에 의한 불필요한 구설’이다. 지난 1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기조회의에서 한 참석 의원이 지인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가 카메라 기자들에게 포착됐는데, 해당 메시지에는 모 매체 칼럼의 언급과 함께 '문재인 대표 측의 주말 광주 상륙 작전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 글을 텍스트로 바꿔서 카카오톡 대화창과 페이스북 등에 많이 퍼뜨렸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인터넷과 SNS, 종편방송에서 종일 논란이 됐다.

앞서 문병호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위원장에게 보낸 듯한 메시지도 논란이 됐었다. 해당 메시지에는 '박영선·천정배 모시고 오면 좋겠다. 박영선 의원에게는 당 대표·서울시장 공천 제안하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문자의 주인공이 된 박 의원은 결국 더민주 잔류를 선택했다.

그 외에 김관영 의원의 문자 메시지 또한 구설에 올랐는데, 김앤장 로펌 이진 고문이 “한상진 (공동 창준위원장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라고 보낸 문자메시지에 “답 나왔네. 그 길로 쭉”이라고 동조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안철수 의원 측근들과 호남 중심의 현역 의원들 간의 갈등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이는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이처럼 사라진 컨벤션 효과,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인한 정체성 논란, 인재 영입의 부진, 불필요한 문자 메시지 구설 등으로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구성이 난망한 기로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주승용 의원을 원내대표로 잠정 추대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장에 나설 수 없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수가 15명으로, 교섭단체 요건인 20명에서 5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입당이 거론됐던 박영선·최재천 의원 등이 합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현재의 15명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고, 특히 2월 중순까지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약 80억 원의 국고보조금 수령도 물 건너가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20명을 채우려고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신학용 의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품 수수 혐의'로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 합류설이 나오고 있다.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호남 세력 간 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부패 연루자'를 입당 시키지 않겠다던 국민의당으로서는 박지원 의원을 직접 영입하는 데 부담이 있는 만큼, 박 의원이 호남 신당에 합류한 뒤 이후 자연스레 통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방향으로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합류하고, 이어 박지원 최재천 의원까지 합치면 19명의 의원이 되고, 1명만 더 들어오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진다.

문득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17석밖에 얻지 못해 의원 3명을 민주당에서 꿔준 일이 떠오른다. 당시 민주당은 송석찬 배기선 송영진 의원을 자민련에 입당시키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했는데, 당시 국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위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7%가 ‘의원 꿔주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포츠라면 잠시 선수 임대도 가능하지만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에선 상황이 다르다.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지만,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이 의원을 16년 전 자민련처럼 꾸어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상 한파’로 최저기온을 나타내고 있는 2016년 1월 한겨울 한파 속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의원은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프로필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리얼미터 대표이사(현),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현),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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