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제재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 강국들 미묘한 입장 차이

기술 수준 변화로 비핵화 장기화 불가피…"장기화로 북한 고사 위험성" 알려야

"중국 등 주변국과의 북핵 공조도 긴 호흡으로"…우리의 일관된 접근법 필요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데일리한국=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칼럼] 북한의 전격적인 4차 핵실험이 이루어진 지도 벌써 2주일 이상 경과하고 있다. 핵실험 직후 많은 관측가들은 북한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주변국 및 국제사회가 모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었고, 그동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는 소극적이었던 중국까지도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전례 없이 강경한 수사(修辭)를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 소집된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이번에야말로”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러한 기류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북한을 곤경에 빠뜨릴 정도의 강력한 제제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제재 둘러싸고 주변국들 미묘한 입장 차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아마 자신들이 또 한 번의 일탈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과 주변국들이 일사불란한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거나, 최소한 자신들이 단기적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징벌이 가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듯하다.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2013년), 2094호(2013년)에 이르는 네 차례의 UN 결의안 도출과 이행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북한의 계산이 착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적 비확산(non-proliferation)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해결할 만한 외교ㆍ군사적 자원의 한계라는 문제에 직면해 왔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계속되는 정세의 불안과 IS와의 전쟁 등은 미국을 북한 이슈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외형적으로 북한 핵을 반대하면서도, 이를 동아시아나 세계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경쟁관계와 연계하여 고려해왔다. 북한의 핵개발을 일정 부분의 부담으로 인식하기는 하되 동시에 유용한 대(對)미국 카드로 활용하려는 동기 역시 동시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 북한 핵의 최대 잠재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일본 역시 이 문제를 자국의 역내 외교ㆍ군사적 영향력 확장의 기회로 활용할 동기가 존재한다.

북한 핵에 대한 주변국들의 셈법 차이는 결과적으로 UN 결의안의 구체적 이행이라는 각론 부분에서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하게 만들었고, 이는 공조의 틈새를 불러왔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더 큰 사고를 치지 못하게 ‘관리’하는 소극적 차원의 접근이 일상화되어버렸다. 예를 들어보자. 가장 최근의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인 2094호가 통과된 이후에도 북한은 수차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실험을 해왔다. 이 행위는 분명히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 누구도 이를 거론하고 제재 격상을 논의한 바가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제재의 구체적 조치나 강도는 오히려 그 다음의 의제이다.

북핵 문제 장기화 불가피…"장기화로 북한 고사 위험성" 알려야

4차 핵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폭탄’을 이용한 것이었든, 아니면 증폭핵분열탄 혹은 초보적인 핵융합탄이든 간에 한 가지 점은 확실하다. 북한의 핵 기술 수준이 단순한 핵폭탄 제조 수준을 넘어 다른 단계로 이행하고 있고, 북한은 현재와 같은 여건 하에서라면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비핵화, 즉 지금까지 북한이 걸어온 핵개발을 되돌아가는 수순이 매우 장기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1994년 제네바 미ㆍ북 합의 이후에도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에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훨씬 더 멀 수도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일괄적인 타결을 통해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보다는 장기적인 해체를 일관되게 지향한다는 인상, 그리고 그 과정이 오래 갈수록 더 고통받고 피폐해지는 것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주변국이 함께 전달해나가야 한다. 비핵화 문제가 장기화되면 자신들의 ‘자위적 핵 억제력’이 확대되기보다는 고사(枯死)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딜레마를 평양에 안겨주어야 한다.

긴 호흡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비핵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ㆍ억제 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킬 체인’이나 ‘4D 대응’(탐지ㆍ교란ㆍ파괴ㆍ방어)과 관련된 우리 자체의 능력을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한ㆍ미 간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공약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와 수단들도 꾸준히 강화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등 여타 주변국의 전략적 경계감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도 북한 핵 문제에 소극적일수록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전략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서야 기존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는 단기적 차원에서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게 북한 제재를 요청하거나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중국 스스로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한 중국의 정책 전환에 보다 유리하다.

주변국과의 북핵 공조도 긴 호흡으로…"우리의 일관된 자세 필요"

주변국들에 보다 단호하고 효과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하려면 우리 자체의 당사자 의식이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자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주변국이나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처를 요구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한 간 대치와 불신을 신뢰와 평화로 전환해나간다는 거시적인 자세를 유지하되,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인 의제인 동시에 남북한 간의 핵심 이슈라는 자세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부 교체에 관계없이 일관된 대북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통과 국론 통합 작업이 긴요하다. 이는 주변국에 대해서도 그래도 적용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 이외에도 의원외교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활용하여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공통 인식이 확대될수록 북한에게 핵은 그들의 생존을 담보할 ‘궁극의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 정치학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경기도 외교정책특별자문관(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현)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경기도 외교정책특별자문관·민주평통 상임위원)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