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길은 딘의 미완 혁명? 오바마의 승리?..차별화 메시지와 안정감이 변수

안철수 신당, 이념은 중도 노선..새정치연합보다 새누리당 지지율에 더 큰 충격

지역적으로 호남 강세 속 '전국 정당' 모양새..지지층의 연령대·직업군 넓어져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새로운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새로운 변화는 유권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10여년 전인 2003년 미국 정치로 돌아가보자. 2000년 대선에서 아들 부시가 당선되어 집권하자마자 임기 첫해 9.11 테러를 당한다. 미국의 충격은 상상초월 아니 그 이상이었고, 전 세계의 충격도 엄청났다. 부시 대통령은 곧장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 카에다와의 전면전에 들어섰다. 국가 비상 국면에서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은 보수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를 지향했다. 민주당 인사 중 누구도 정부의 군사적 대응에 반기를 들기 힘들었다. 국민들의 정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동조하는 숫자가 적지 않았지만 지나친 강경 일변도라는 경계심도 적지 않았다.

안철수의 길은..하워든 딘의 좌절인가?, 오바마의 승리인가?

이 틈을 비집고 혜성같이 등장한 정치인이 인구 수백만명밖에 되지 않는 버몬트주의 주지사를 지낸 하워드 딘이었다. 2004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3년 초반의 열풍과 중반의 분위기만 보았을 때 하워드 딘의 민주당 대선후보 당선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의 예비경선을 앞둔 시점에 구체적인 국가적 어젠다가 논의되면서 딘의 추종자들은 급속도로 이탈하기 시작해 버린다. 딘의 선거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참여군중>의 저자 하워드 라인골드의 상상처럼 딘 열풍은 뜨거웠다. 인터넷을 통해 동원한 딘 지지자들의 규모는 엄청났지만 실제로 낼 수 있는 유권자 파워는 미약했다. 숫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상에서 큰 힘으로 느껴졌지만 막상 민주당 경선에는 직접적인 지원 세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즉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후원자들은 모집되었지만 그들을 정상적인 정치 세력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워드 딘과 그 측근들은 동원자(mobilizer)로서의 성과는 만들어냈지만 조직자(organizer)로서의 역할은 감당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는 딘의 실패로부터 학습한 조직자로서의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한국에서도 과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으로한 집권은 가능할까.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정치권이 뜨거워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압승을 예상했던 새누리당은 큰일났다며 아우성이다. 폭풍전야와 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철수는 그리고 안철수 신당은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하워드 딘처럼 미완의 혁명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오바마처럼 변화와 개혁의 선봉장으로 국가지도가의 길에 안착할 것인가. 항간의 많은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성격에 대해 가장 중요한 5가지 유권자 지표로 분석해본다. 안철수 신당은 이념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정당 선호도별로 볼 때는 어떤 지지 성향을 나타낼까. 지역적으로는 어느 지역이 공략 가능한가. 어느 연령대가 지지층의 기반이 될까. 직업별로 분석하면 안철수 신당 지지층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을까.

안철수 신당의 이념적 기반은?..중도 노선+기존 정당과 차별화

우선 이념적인 분석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제시한 전략은 중도층 공략이다. 유권자의 성향을 이념적으로 구분할 때 진보, 중도, 보수로 구분한다. 그렇지만 이런 이념적 구분이 얼마나 명확한 것일까. 설문조사에서 직접적으로 응답자에게 물어본 정치이념적 성향은 얼마나 표준화된 개념일까. 중도층은 무당층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정당 선택지에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또는 정의당 등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즉 지지할 정당이 없는 유권자층이 무당층이다. 정당에 대한 선호가 지역적 성격이 강하다면 이념적 구분은 정책적 성격이 더 강하다. 특히 대북관계와 경제원칙과 관련해 강경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쪽이 보수적이라면 보다 유연하고 형평성을 강조한다면 진보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도를 정책적으로 해석한다면 어떤 정책이냐에 따라 보수 입장과 진보 입장을 바꾸어 취하게 마련일텐데 이러한 다양한 입장을 합하여 평균한 값이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즉 개별 정책의 정중앙에 서있기 때문에 중도가 아니라 어떤 정책은 보수적으로 또는 어떤 정책은 진보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말한다. 안보는 보수적이고 경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 종합적으로 중도적 성격이 되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중도란 정치이념적 성향이 모호하고 그래서 정작 선거가 되면 유권자들은 보수나 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만약 중도층을 이념적으로만 해석한다면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렇지만 정치 세력화하는 경우 영국의 '제3의 길'이나 미국 민주당의 ‘New Democrat’ 캠페인처럼 기존 정당을 전면 부정하지 않고도 차별화하는 방안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묶어둘 가능성이 열린다.

안철수 신당의 경우 중도층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일단 안철수 의원이 이념적으로 중도적 성격(정치적 현안에 따라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진보적이기도 한 입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기 직전인 2012년 11월 20~2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삼자 대결에서 지지층들의 이념적 성향을 분석할 결과 안철수 후보가 지지층 중 중도층 비율이 42.5%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 중 중도층 비율 또한 38.5%로 적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만큼은 문재인 후보 또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결코 편향적이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상대적으로 문 후보는 진보층 비중이 38.1%로, 박 후보는 보수층 비중이 37.1%로 높았다(그림1).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이 대체적으로 더 깊어졌지만 이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중도층 비중은 더 커졌다. 즉 정책 사안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보수와 진보로 입장을 달리하는 유권자층이 두터워졌음을 의미한다. 안철수 신당이 누군가의 지적처럼 중도적 성격이 강한 정당이지만 단순히 이념적으로 기계적인 중간에 서 있는 아리송한 존재라면 결집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긴 힘들다. 정치 이념 성향으로 중도층인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삼자 대결이 될 경우 특정 후보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50%에 육박하는 중도층을 공략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50%의 지지율 확보도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지난 대선 여론조사의 3자 대결 결과를 분석해보면 안 후보의 중도 성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중도층의 3분의 1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중도층으로 보아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15% 내외정도로 계산되어진다. 즉 향후 안철수 신당의 생명력과 지지율 상승은 얼마나 더 많은 중도적 보수층과 중도적 진보층을 흡수하느냐에 달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와 ‘프레임 전쟁’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설명을 빌자면 이념적인 접근만으로 지지층 견인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병'을 고칠수 있는 혁신개혁 정당 또는 민생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는 실용정책 정당의 기치를 내걸어야 실질적인 외연 확대가 가능해진다. 요약하자면 신당이 가야할 길은 ‘중도 성향’ 표방이 아니라 얼마나 기존 정당과 차별화되는 정당 철학을 만드느냐에 달렸다.

'안철수 신당설'..새정치연합보다 새누리당 지지율에 더 충격

다음으론 정당 지지 성향으로 본 안철수 신당의 모습이다.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변화보다는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당연한 설명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을 속성별로 분석하면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층도 있지만 다수의 중도적 보수층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정당 선택지인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에선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선택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충성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로 지속되어 왔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쪽으로 획일화되지 않는 선택지가 나올 경우 영향을 받게 된다. 중도층과 무당층은 다른 개념인데 안철수 신당 출현 이전에는 중도층의 대략 3분의 1 정도는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지지율로 환산하면 약 15%내외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중도 성격이 강한 정당이 탄생하면 불가피하게 새누리당 지지층 중 중도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은 흔들리게 된다.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12월 초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 초반 정도였다. 그러나 같은 조사기관이 머니투데이· 더300의 의뢰로 지난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5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는지’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은 37.6%, 새정치민주연합은 25.2%, 안철수 신당은 16.7%. 정의당은 5.9%로 나타났다(그림2).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되기 전 결과와 비교하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거의 6%포인트정도 하락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약 10%포인트 가까이 빠진 결과도 있다고 하니 새누리당의 고민은 깊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대선이후 중도 성향의 지지층이 이미 이탈한 관계로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만 하더라도 무당층의 약 3분의 1 가량은 민주통합당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었다. 그렇지만 대선 패배 이후 오랜 기간 당내 혼란을 겪고 정체성 위기를 겪으면서 중도 지지층은 서서히 빠져나간 셈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전 조사 결과(리얼미터)와 비교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30세대의 이동이 결정적이다. 야당의 분열 위기 상황에서 반(反)새누리당, 반(反)정부, 반(反)보수적 성격이 강한 2030세대가 새정치민주연합 쪽으로 결집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들이 향후 정치 환경 그리고 관련된 정책에 따른 표심 변화가 비교적 큰 집단이므로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지율로 놓고 보면 안철수 신당은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중도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을 두드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도 성향 유권자층이 크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덜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향후 안철수 신당의 성격이 정책적으로 중도에 초점을 맞출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 중 중도 성격이 강한 유권자층은 집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신당의 실체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가 강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기대감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기존 정당의 혐오에 의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잘한 일로 보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기대함과 동시에 기존 정당의 무사안일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나타났다. 만들어지는 정당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는 제각각 다르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의원 혼자의 생각이므로 신기루라고 폄하하기엔 너무 많은 국민들이 ‘안철수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정당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데 말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역 기반..호남 강세 속 '전국정당' 모양새

지역적으로는 안철수 신당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일까. 호남의 기존 정치 세력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당내 갈등으로 혼란을 겪기 전만 하더라도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인 텃밭 그리고 아성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지난 대선 직전만 하더라도 민주통합당(대선 당시)의 호남 지지율은 60%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20%대로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급기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면서 실시된 지난 14일의 중앙일보 조사(전국8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5%P)에서 ‘만약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지’ 물어본 결과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30.4%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27%)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더 높게 나왔다. 호남 지역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를 앞서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야당의 지역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호남이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던 성격에서 안철수 신당 쪽으로 점차 옮겨가는 국면이다. 신당의 지역적 영향력은 호남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전국 평균 20%에 가까운 지역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3). 지난 10년 간 제 3정당이 이 정도의 지역 영향력을 가진 적이 있었는가. 호남 지역에만 국한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천정배 신당이나 박주선 의원이 주도하는 세력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지역적 성격은 '전국 정당'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신당의 연령대별 기반..40대에서 강세, 고령층 비토 줄어

연령대별 지지층으로는 안철수 신당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돌풍’의 주역은 2030세대였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낸 모습이었다. 청년들에게 새정치는 설득력이 있었고 덩달아 안철수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었다. 그러나 투표율이 높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부터는 불안정성과 불예측성의 이미지로 비치면서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 미국 민주당의 하워드 딘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였다. 리얼미터의 지난 14~16일까지의 조사(전국1584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을 추적 분석한 결과 30대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압도적이지 않지만 40대와 50대에까지 지지층이 넓어진 점을 확인하게 된다. 30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39.3%) 다음으로 22.7%였고(새누리당은 10.8%) 40대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32%) 다음으로 높은 26.2%였다. 50대에서는 새누리당이 51.4%로 압도적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은 각각 17.1%, 14.8%로 엇비슷했다(그림4).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개인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연령대의 편중 현상은 낮아졌고 대체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 층에게로까지 외연이 확대된 양상이다. 분당(分黨)으로 표현될 정도로 새정치연합 탈당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안철수 신당이 전국적인 조직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면 안정성은 커지게 되고 지지율 상승 폭은 더욱 열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변화의 폭이 큰 20대 유권자층은 언제든 지지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60세 이상의 유권자층은 보수 성향이 매우 뚜렷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신당을 선호하는 연령 폭은 더 넓어진 셈이다.

직업별 스펙트럼도 넓어져..블루칼라·가정주부·농림어업 강세

마지막으로 직업별로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엇일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개인의 직업별 지지 기반은 학생, 화이트칼라, 자영업 위주였다. 안철수 신당은 직업별 지지 기반이 안 의원 개인과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더 300의 의뢰로 지난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5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는지’ 물어본 결과 직업별로 분석할 때 블루칼라와 가정주부 그리고 농림어업에서 새정치민주연합보다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평가받았다(그림5). 직업별 정당 선호도로 볼 때 안철수 개인에 대한 평가는 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학생, 화이트칼라, 자영업 층에 머물렀다면 정치 세력화하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 기반은 훨씬 스펙트럼이 더 넓은 민생 정책 지향적인 구성임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직업 간 안철수 신당에 대한 선호도의 편차가 크지 않아 정치세력화할 경우 안철수 개인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훨씬 안정감을 보여주는 지지율로 분석된다. 산업과 가계로 연결되는 지지층을 감안한다면 더 정책 지향적인 정당의 성격임을 확인하게 된다.

'태풍의 눈'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차별화 메시지·안정감이 변수

안철수 신당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치 지형 변화에서 '태풍의 눈'이라는 관측에서부터 얼마 못가 사라지는 '찻잔 속 태풍'이라는 혹평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하워드 딘 현상이 2003년 무렵 미국에서 왜 발생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소통 채널은 다양해지고 국민들의 소통 욕구는 커졌지만 이를 철저하게 외면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하워드 딘 현상’으로 이어졌다. 아쉽게도 딘은 민주당 지지층들의 변화를 바라는 요구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그리고 대권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동원자는 되었지만 조직자는 되지 못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평가 역시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시대적 요구(Mobilization)를 이에 참여하려는 인사들이 잘 묶어내는 역량(Organization)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유권자의 5가지 중요한 포인트로 분석해 볼 때 신당의 실체는 존재한다. 안철수 신당은 이념적으로 중도적 성격이 강하고 정책적인 면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일부를 빼앗아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중심으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또 연령대별로는 40대를 중심으로 20대부터 60세 이상까지 특정 연령대에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전 연령대별로 대체로 고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 가정주부, 농림어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면서 도시와 농촌, 산업과 서비스, 그리고 장바구니 경제에까지 침투 공간을 확보한 정당이다. 상승과 하락의 갈림길에 얼마나 좋은 인재의 참여와 정교화된 정책이 놓여 있느냐에 따라 파괴력은 달라진다. 신당의 존재는 우리 유권자들이 감정적 해방구로 만든 부분도 있지만 기존 정당이 기대만큼 합리적으로 조직을 묶어내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정당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이상 새로운 선택에 대한 불같은 갈망은 사그라지기 어렵다.

하워든 딘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처럼 되기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 개인도 안철수 신당도 지지층들에게 분명한 메시지와 안정감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워든 딘은 용기를 갖고 있었지만 대안 제시보다는 비판에 집중했다. 불같이 군중들은 들끓었지만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3년 전 안철수 현상의 이상을 보았다면 지금의 안철수 신당은 현실이다. 적어도 기존 정당과 무엇이 다른지는 분명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