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세 가지 위기와 도전은?… 테러, 지구 온난화, 개도국의 빈곤·불평등

위기·도전 극복하려면 개도국이 지속가능한 발전하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야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데일리한국=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함께 2015년 말 세계는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먼저 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리즘의 위협이다. 지난 11월 13일 파리 테러공격은 테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는 세계의 어느 나라도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둘째, 지구 온난화 현상이다. 파리에서 진행된 UN 기후변화협상은 향후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정책적 노력을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앞으로 실효성 있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셋째,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이다. 지난 20여 년 간 중국의 눈부신 성장으로 전 세계의 빈곤 인구는 대폭 축소되었지만, 빈곤·질병·기아 등으로 고통 받는 사하라 이남 지역과 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은 생활의 개선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빈곤과 불평등은 사회 불안과 갈등으로 이어져 시리아 내전과 같은 세계적 위기를 초래한다.

세 가지 위기와 도전… 테러, 지구 온난화, 개도국의 빈곤·불평등

이 같은 도전과 위기는 전 세계가 힘을 모을 때만 해결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9월 말 UN 총회에서 결정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그 의미가 크다. 지난 2000년부터 전 세계가 추진한 새천년 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가 2015년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개발목표로 설정된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는 단순히 이전의 새천년 개발목표의 후속 과제가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새천년 개발목표가 주로 사회개발과 관련된 목표를 설정한 반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는 인간개발(people)·경제발전(prosperity)과 더불어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planet), 평화와 사회적 형평성(peace), 민관협력(partnership) 등 5P 원칙에 따라 17개의 목표를 설정하는 등 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 개발, 경제 발전, 환경 보호 등 각각 서로 다른 방식과 절차를 통해 진행된 전 세계의 정책목표를 하나로 통합한 종합적 정책목표의 집결체이다.

한국도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의 달성을 위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는 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협력위원회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여 공식적인 공여국가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지난 5년 동안 기존의 공여국들은 신흥 공여국으로서 한국을 기대와 애정으로서 포용했다. 공여국가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자는 태도였다. 개발도상국들은 그들과 같이 빈곤한 나라가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자신들도 열심히 하면 한국처럼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기대와 신선함이 아닌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 결과를 통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지속가능한 개발목표가 바로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도전 극복하려면 지속가능한 개발이어야…한국의 구체적 역할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부 부처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각 기관마다 앞다투어 개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범정부적인 조정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관 별 사업이 상충되거나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총괄적 조정에 따라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개발도상국의 개발 효과성에 초점을 맞춘 공적 원조 전략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목적은 일차적으로 상대국의 경제·사회 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해당국가에서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당장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도움보다는 그 나라의 기술과 제도 등의 발전을 지원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고기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고기 잡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셋째, 한국 사회에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 공공기관과 사회단체가 개발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한 전문가는 너무 부족하다. 개발 원조는 다른 일을 하다가 잠시 관심을 가져보는 사회봉사가 아니라 깊이 있는 전문성과 장기간의 경력을 요하는 전문 분야이다. 한국의 개발 협력 전문가들은 한국의 개발 경험에 대한 전문성은 있더라도 상대국의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개발 전략을 수립·추진할 수 있는 지역 전문성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 전문성이 없는 국제개발 협력은 개발 효과성을 창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개발 협력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

■권혁주 서울대 교수 프로필
서울대 정치학과-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