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확산되는 지구촌의 반인륜 테러… "힘 있고 철저히 준비해야 평화 지킨다"

강대국과 유엔 안보리, 자국 이익보다 인류 전체 정의 위해 '단호한 행동' 나서야

우리 국회, 14년째 방치된 '테러방지법' 조속히 통과시키고 철저한 대책 마련해야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데일리한국=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칼럼] 130여명의 사망자와 350여명의 부상자를 낸 파리 테러는 그동안 인류 문명이 축적해 온 부정적 함의(implication)들이 현실로 나타난 사건이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인류 문명은 지금도 이같은 부정적 유산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반인륜적 테러는 갈등과 증오의 극단적 일탈 현상인 것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치문명·물질문명이 급속하게 발달해왔음에도 다른 종교·신념·문화권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 요소가 계속 커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냉전체제를 거쳐 그 한 축인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된 뒤 국제정치의 안전장치가 분산돼 여기저기서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극단적 일탈' 반인륜적 테러, 지구촌으로 전방위 확산

급속한 지구촌화(globalization) 현상과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테러 행위 가능성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지구촌 곳곳이 연계된 문명 연결고리로 인해 앞으로 어디서든지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테러 행위도 국제화되어서 한 국가의 의지나 대처 방법만으론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에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UN(국제연합)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협력하면서 대(對) 테러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최근 중동의 시리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단체의 움직임과 이와 맞물린 난민 사태 등에서 테러리즘의 불씨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문명을 위협해온 집단들로는 ISIS, Al Qaeda, Al Gama, Hezballah, Plj, Hamas, IRA, JRA, RUF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반서구·반기독교적 기치를 내걸고 활동 중인 극단적인 이슬람 단체들은 1979년 이후에는 미국 시민들을 타깃으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그 범위를 범서방국과 그 동맹국들의 시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그 범위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류 사회가 한 가지 짚어보아야 할 것은 앞으로 테러 방지를 위한 근본적 처방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파리 테러 이후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테러를 저지른 범죄 집단을 규탄하면서 프랑스와 미국 주도로 시리아 내 IS 은신 지점을 폭격하는 작전까지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IS 발본색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선 의문점이 많다.

강대국과 유엔 안보리, 인류 전체 정의 위해 '단호한 행동' 나서야

우리가 그동안 잘 봐왔듯이 강대국들은 자국의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을 핵심 변수로 설정하고 행동하다보니 이번 테러와 같은 인류 재앙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확률이 높아도 효과적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같은 국제정치의 한계를 잘 극복하는 것이 매우 큰 숙제로 등장했다. 기관총과 자살폭탄으로 무장해 인류 사회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테러 세력을 소탕하는 입체적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대국들도 자국의 이익보다 인류 전체의 정의를 세우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에 터키에서 폐막된 G20(주요 20개국)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파리 테러를 규탄하고 테러리즘 척결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이번 테러는 인류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며 "우리는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공유 운영, 여행 경로 추적을 위한 출입국 관리·예방 조치, 적절한 형사 사법적 대응 등의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이런 위협을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20 결의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UN 안보리의 실질적인 토의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강제 구속력과 제재 수단을 갖고 반인륜 범죄에 대처하는 힘을 갖고 있는 유일한 다자체제는 UN 안보리이다. 5개국의 상임이사국들이 자기 편을 들거나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특정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비토권 행사로 정당한 의무 이행을 방해해왔기에 인류의 보편적 정의를 훼손하는 움직임에도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적으로 죽은 정의 구현 기구가 된 것이다. 우선 유엔 안보리의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과 NATO(북태평양조약기구) 등을 비롯한 지역집단안전보장기구들도 유기적으로 대(對)테러 전쟁을 체계적으로 벌여야 할 것이다.

시리아에서는 그 동안 질이 나쁜 알 아사드 정권의 악행으로 정부군 등에 의해 이미 수십만 명의 내국민이 생명을 잃었다. 또 시리아 정권과 반군, IS 등 3자 사이에 얽힌 복잡한 내전으로 시리아 인구의 절반가량이 난민으로 전락해 국내외에서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힘을 모아야 하는데도, UN 안보리의 강대국들은 자국 중심 접근법에 매달리는 바람에 아직까지 합의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이 대척점에서 시리아 정권을 바라보는 바람에 시리아 내전의 희생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강대국들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환골탈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 됐다. 강대국들이 인류에 대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겨냥한 단호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거듭 촉구한다.

우리 국회, 14년째 방치된 '테러방지법' 조속히 통과시켜야

같은 맥락에서 세계에서 가장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큰 한반도는 사회 불안정성을 폭발시키는 잠재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더 키우고 효과적인 안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군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인 양심과 정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책임 있는 집단들은 모두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벌써 통과되었어야 할 테러방지법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는 2001년 발의된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14년째 방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테러 관련 규정은 33년 전인 1982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다.

대한민국이 테러청정국이 아님은 그 동안 국회 정보위에도 수차례 보고되었지만, 아직도 테러방지법은 '인권 남용 방지'를 명분으로 내건 야당의 반대로 발이 묶여 있다. 지구촌화 시대에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테러 집단을 사전에 탐지하는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 간의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방치된 테러방지법의 쟁점 부분들을 하루빨리 여야 간에 해소하고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국가테러활동과 피해보전등에 관한 기본법’ ‘국가 사이버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남북 간 적대적 대치의 장기화로 점점 더 커지는 남남갈등의 파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지혜로운 처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북한 변수와 연관된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욱 절실하게 인식하면서 철저한 안보 대책과 테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는 힘이 있는 자가 철저히 준비할 때만 지킬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프로필
영국 헐대학(The Univ. of HULL) 정치학박사- 통상산업부·외교통상부 외무관 근무- 대만국립정치대학 국제대학 방문학자(현)-주한동티모르명예영사(현)-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교수(현)- 방송 정치평론가(현)- 푸른정치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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