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알아야 할 대구·경북(TK) 지역의 총선 3대 민심 지표 분석

박근혜 대통령 TK 득표율, 박정희도 추월… 총선 때마다 보수정당 의석 출렁

TK 민심도 탈(脫)이념화 조짐… "보수여당에 철옹성 아닌 아킬레스건 될 수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아무리 강력한 화력을 가진 군대라도 무너뜨리지 못하는 성이 있다. 우리는 이런 성을 철옹성(鐵甕城)이라고 한다.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어 난공불락(難攻不落)이다. 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하게 둘러쌓은 성인데다 이를 막는 군사들의 정신 자세나 성내 주민들의 단결도 최고조 상태이다. 유명한 게임 프로그램에도 이 철옹성이 등장하며 그 위력을 게이머들에게 각인시킨 바도 있었다. 실제로 철옹성은 고려 시대 평안북도 영변군에 쌓은 성이기도 하다. 철옹성 자리에 조선 시대에 추가로 완성한 신성의 동문인 무지개문은 1만근의 무쇠를 부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철옹성의 위용이 대단했음을 말해준다. 장기전을 펼칠 때는 외부로부터 차단되더라도 성내 물 공급이 중요한데, 물 원천이 풍부한 성이 또한 철옹성이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를 거쳐 수도였던 개성과 한양 북쪽에 위치하여 거의 최후 방어선이 될 정도로 무적의 성이었던 셈이다. 정치 쪽으로 눈을 돌리면 철옹성은 특정 정치세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곳임을 의미한다. 철옹성은 고구려 시대에 성내의 성인 아성(牙城)과도 비슷한 의미를 지닌 전략적 요충지였다.

철옹성과 아킬레스건의 대비

철옹성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아킬레스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투사 아킬레우스와 관련돼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로이목마를 통해 철옹성인 트로이 성에 침투하는데 성공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트로이 목마만큼이나 트로이 전쟁 신화에서 극적인 내용은 아킬레우스의 죽음이다. 선봉에 서서 트로이성에 침투한 아킬레우스가 죽음으로 끝난 치명적인 결과도 아킬레스건 때문에 벌어졌다. 어머니 테티스가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아킬레우스를 담글 때 유일하게 발뒤꿈치만 제대로 담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 테티스가 강에 담글 때 뒤꿈치를 잡아야만 했기 때문인데 발뒤꿈치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버렸다. 바로 아킬레스건이다. 전쟁의 신이라고 할 정도로 패배를 허락하지 않는 아킬레우스가 뒤꿈치 때문에 죽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정치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난공불락의 철옹성도 한두 가지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약점(아킬레스건)’으로 무너지는 경우를 숱하게 봐오지 않았는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 지역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현 대통령과 직전 대통령을 연거푸 배출한 지역이다. 새누리당의 철옹성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요새는 없는 것이다. 자칫 믿었던 철옹성이 무너지면서 선거 승리를 꿈꾸었던 정치세력에게는 자칫 아켈레스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남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정치 기반인 것처럼 새누리당에게 TK 지역의 중요성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TK 지역의 총선 민심 지표를 제대로 읽기 위해 우선 TK 지역의 정치 지형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론 TK 지역의 세대 및 권역 분화를 파악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에 대한 경로의존성 변화(인물에서 이슈 쪽으로 점차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

역대 대선과 TK지역 보수 결집력

우선 TK의 보수 결집력은 어느 정도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총 9명의 대통령 중에서 TK 출신 대통령은 5명에 이른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출생 지역은 경남이지만 출신 고교와 정치적인 주 활동 무대를 볼 때 사실상 TK 세력으로 분류).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4년을 포함해 재임 기간으로만 따지면 TK 집권 시기는 70%를 넘는다. 광복 이후 TK 지역은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본산이 되고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전부터 TK 지역의 결집력은 권력 창출의 중요한 배경이 되어 왔다. 지역의 역사성과 방사형 구조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 때문에 지역민들 간의 깊은 정치적 공감대 형성이 결집력으로 이어졌을지 모르겠다. 강한 보수적 정치 성향이 선거 때가 되면 집단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한 재계의 유무형적인 지원을 TK 유력 정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랜 집권 기간 끊임없이 지역의 인재들이 중앙 무대로 진출하면서 든든한 사회적인 연결망도 강력하게 구축되었다고 본다. 지역의 정치 세력이 주로 명문고가 자리 잡고, 산업이 밀집된 대구와 포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도 다른 지역에 비해 특이한 현상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지역에서 TK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 간 이동과 지역 내 중심권역이 분산되면서 결집력이 떨어진 부산·울산·경남(PK)지역과는 차별되는 특성이다. PK 지역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두 명의 대통령(김영삼, 노무현)을 배출하였지만 소속 정당과 정치적 성향은 달랐다. 역대 대통령만 보더라도 TK와 PK 지역의 보수적 결집력은 엇갈린다. TK 지역 유권자들의 결집력과 선거 결정력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훨씬 더 강력한 모습이었다. 쉽게 믿기 힘들겠지만 1971년 4월 27일 실시된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경북(당시는 대구가 직할시로 분할되지 않았음)의 투표자 수는 서울 다음으로 많았다. 경기도보다 많았고 서울 투표자 수가 약 2백만명 정도였는데 경북 투표자 수는 176만 여표로 24만표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박정희 후보는 지역 기반으로 보아도 결정구를 던질 수 있었던 셈이다.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대통령의 TK 득표율이 최고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대구 지역의 후보자 득표를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지극히 인물 중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지역 출신 후보에 대한 강력한 동조화 현상과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 지역의 보수적 정서와 일치하는 후보에 대한 긴밀한 선호 현상이 드러난다. 지역 출신은 박정희·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있고 정서적으로 일치하는 인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들 수 있다. PK 출신으로 대권에 오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 득표상 TK 지역에서 홀대받은 셈이다. 지역 출신도 아닌데다 정치 정서적으로 일체감을 느낄수 없었기 때문이다. 1971년 직선제 대통령선거부터 보수 정당 후보들이 대구(1971년 대선 때는 대구시가 경북에 포함)지역에서 얻은 득표 추이를 살펴보면 앞서의 설명이 더욱 힘을 받는다. 71년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가 받은 대구(당시는 경북) 득표율은 75.6%였다. 88년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대구에서 70.7%를 득표했다. 92년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였던 김영삼 후보는 대구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 득표와 비교하면 신통치 않았다. 59.6%에 그쳤다. 60%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72.7%와 77.7%로 상당히 높은 득표를 올렸다. TK 출신은 아니지만 이 지역과 가장 정서적으로 조화된 후보였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반드시 지역 요인으로만 그리고 정서적 요인으로만 오롯이 분석 판별할 순 없겠지만 출신 지역(포항)으로 다르고 정서적으로도 다소 다른 후보자(전통 정치인 배경이 아닌 기업가 경력)였던 이명박 후보는 공교롭게도 2008년 압도적 승리 속에서도 대구 득표는 70%를 넘지 못했다(69.4%). 당시 이회창 후보는 대구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와 맞서 18.1%의 득표로 선전했다. 1971년 이래로 실시된 직선제 대선에서 대구 지역 최다 득표자 및 최다 득표율 기록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냈다. 80.1%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대구 결집력을 이끌어냈다(그림1).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에 이런저런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대구 지역 영향력은 역대 최강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역 영향력을 보더라도 TK 지역은 어느 정당이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이냐가 관건이다. 96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이 대구에서 확보한 의석은 고작 2석이었다. 8석은 자유민주연합 소속 후보자에게로 돌아갔다. 대구 유권자들이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라는 정당을 좋아해서 그랬을까. 그렇지 않다. 대구 출신의 유력 후보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2020년 총선이라면 달라질지 몰라도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TK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TK 민심도 변한다"… 총선 때마다 보수 정당 의석 출렁

다음으로 TK 지역 민심의 변화다.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유권자 또한 다르지 않다. 대구 지역의 박 대통령 사랑은 여전하지만 TK 전역으로 확대해 보거나 모든 연령대의 TK 유권자로 확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물 중심적이고 정서적인 일체감을 기준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보수정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대구의 특성과 포항의 유권자 환경이 다르듯 경북 북부와 남부 그리고 서부의 성향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구에서 멀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다. 역대 총선에서도 그 차이를 볼 수 있다. 탈정당적인 후보자 선택은 역대 선거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물을 먼저 기준으로 한 뒤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유권자 특성이 묻어난다.

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정당은 대구 총 6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석에 그쳤다. 경북은 전체 의석의 딱 절반인 10석에 머물렀다. 민정당 후보라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88년 지역 명문인 경북고 출신의 최초 대통령인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 대한 결집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대선 직후이기도 했겠지만 대구에서 싹쓸이하고 경북에서는 21석 중 17석을 민정당이 가져갔다. 인물을 기준(노태우)으로 정당을 선택하는 패턴이었다. 92년은 어땠을까.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표가 주도하는 선거에서 김영삼 대표는 TK 표심의 인물 기준이 되지 못했다. 대구에선 11석 중 8석으로 선전했지만 경북은 21석 중 14석에 그쳤다. 특히 무소속 당선자가 5명으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많았다. 공천과정에서 이탈과 반목의 흔적이 선거 결과로 연결된 것이었다. 96년 총선에서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TK와 PK의 반목이 선거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대구의 경우 총 13석 중에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2석에 그쳤다. 경북에선 신한국당이 19석 중 11석에 그쳤는데, 무소속이 5군데였다. 대구는 자민련 소속 후보들의 인물에 대한 선택이라지만 경북은 김영삼정부와 정서적으로 맞지 않았던 모양새다. 자민련 후보를 선택한 것도 아니었는데 신한국당의 대몰락이 경북에서 벌어졌다. 2000년과 2004년 TK 표심은 정서와 인물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은 정서적으로 TK와 일체감이 가장 강한 이회창 총재가 이끌었고 2004년 총선은 역대 한국 정치에서 가장 가공할 지역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진두진휘한 선거였다. 2000년과 2004년은 한나라당의 TK 싹쓸이였다. 2004년 경북의 한 당선자가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문경·예천 신국환 전 의원, 김대중정부에서 장관 역임). 지역 경쟁력이 월등했고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 논의까지 있기도 한 인사였다. 포항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다음해 바로 실시된 2008년 총선에서는 지역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한나라당은 대구에서 총 12석 중 8석에 머물렀고, 경북에서는 15석 중 9석에 그쳤다. 부산과 공동으로 전국 시·도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2년 총선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완벽한 싹쓸이였다. 대구 총 12석과 경북 15석은 모두 새누리당 몫이었다(그림2). 대통령이 아닌 시절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응집력은 의문을 불허한다. 대통령직에 있는 내년 총선에서 TK 지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어떤 수준일까.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운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이 전 총재의 선거 지원은 과연 이루어질까. 몹시 궁금해진다. TK 민심은 지역적으로 분화가 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연령대별 분화는 더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깃발을 꽂는다고 해서 20대와 30대가 심지어는 40대가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는다. 인물만 좋다면 당에 개의치 않겠다는 반(反)새누리당 기류가 심심치 않게 묻어 나온다.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10~11일 실시한 조사(대구 수성갑 500명 유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새정치민주연합후보로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출마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지’ 물어본 결과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 51.4%로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보다 15%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역 명문인 경북고를 졸업한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 아니냐는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 전 지사와 같은 경북고를 나온 김부겸 전 국회의원의 인물 경쟁력이 정당에 대한 고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투표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인데,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연령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 데 있다. 60세 이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왔지만 20대~40대까지는 김부겸 전 의원을 전폭적으로 성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의 분수령이 될 50대에서도 절반 가까이는 김부겸 전 의원을 선택했다.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TK 표심은 충분히 요동칠 수 있다. 야당에서 의미있는 승부를 TK 지역에서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박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할지, 무엇으로 인물의 경쟁력을 최고조로 부각시킬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TK 민심도 이슈에 따라 바뀐다… 탈(脫) 이념화 조짐

마지막으로 TK 민심을 읽는 지표는 핵심 이슈에 따른 변화이다. 더 이상 보수 일방적인 이슈가 여론을 주도하진 못한다. 인물 영향력이 점차로 축소되는 지역 환경을 고려할 때 어떤 이슈를 선거판에 내세우는지가 당선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 TK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이념적인 이슈보다는 민생 이슈가 TK 선거판을 달구게 되리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해서 ‘국정 교과서 이슈’를 무턱대고 들이대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국정 교과서 이슈에 대해서는 TK 민심도 싸늘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3~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현재 중·고등학교는 정부 심의를 거친 여러 종류의 민간 출판 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정부가 제작한 하나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TK 주민들의 찬반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찬성이 43%였고 반대는 42%로 사실상 찬반이 팽팽한 상태로 나타났다(그림3). 지역 유권자들이 전폭적으로 성원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 교과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TK 민심은 이 부분에서 싸늘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이념적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TK 민심은 함께 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을 지지하고 새누리당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함에도 불구하고 TK 민심은 교과서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대통령을 응원하고 새누리당을 성원하는 것과 ‘교과서 문제’는 별개인 것이다.

TK 민심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먹고사는 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10~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대구·경북은 102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20대는 ‘일자리 창출로 취업난 완화’가 가장 높았고, 30대는 ‘비정규직 차별 개선’ 의견이 가장 많았다. 40대는 물가 상승 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50대 이상에서도 같은 의견이었다(그림4).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올라간 경기 상황에서 TK 주민들은 힘들어 하고 있다. 지역 내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 보다 힘든 지경이다. TK 유권자들에게 국정 교과서 이슈는 좀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TK 주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읽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없다.

"TK, 보수여당에 철옹성 아닌 아킬레스건 될 수도"

TK 지역이 새누리당이면, 보수 후보라면 무조건 표를 주는 정치적 화수분이 아니다. 철옹성이 아닌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TK 지역에서 보수 결집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TK 지역의 권역별로 유권자의 연령별로 민심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는 트렌드도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내년 TK 지역 국회의원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지 예측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보수 세력에게 TK 지역은 철옹성은커녕 아킬레스건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총선이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인물’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배신의 정치’에 이은 국회의원 후보자의 조건 2탄이다. 내년 TK 지역 총선에서 ‘TK 물갈이론’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들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물갈이 되어야만 하는 정치인들은 배신을 한 정치인일까. 그럼 물갈이론에 따라 기존 정치인을 대체하여 내년도 국회에 새로 입성하려는 후보들은 배신도 없고 진실한 인물들일까. 심지어는 대통령이 밀어주는 후보이면 배신은 생각조차하기 힘든 매우 진실한 후보들일까. 헷갈린다. 국민들의 마음은 아마도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배신하지 않고 진실하게 정책 추진에만 매진할 수 있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