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2번째 방한, 국내 미술관·작가들과 교류 증진 나서

"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모색 위해 우선 접촉면 확대에 집중"

"미술관 이전 개관 호응 대박… 예전 비해 5배 넘는 관람객 내방"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아담 와인버그(왼쪽) 휘트니 미술관 관장은 "한국의 미술관과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미국 현대미술의 산실인 뉴욕의 휘트니미술관 아담 와인버그(Adam D. Weinberg) 관장은 "한국의 미술관과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광주 비엔날레 참석차 첫 방한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와인버그 관장은 1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데일리한국>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또 한번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이 열릴 수 있고 아니면 다른 전시가 될수도 있지만, 우선은 한국 현대미술과 작가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교류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이탈리아)와 상파울루 비엔날레(브라질)과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지난 1993년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통해 휘트니 비엔날레가 서울에서 열린 바 있다.

두 번째 방한에서도 지난해와 같이 와인버그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아름지기, 아트선재센터뿐 아니라 다른 작은 미술관들을 방문하며 한국 미술계와의 접촉면을 넓혀갈 방침이다. 특히 이번 방한에는 전시 기획 전문가인 도나 드 살보 휘트니 미술관 총괄부관장 겸 선임학예연구관까지 동행해 작년보다 구체적인 논의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와인버그 관장과 함께 방한한 도나 드 살보 휘트니 미술관 총괄부관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미술계와 교류하고 한국 작가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드 살보 부관장은 "미술관 간 전시회나 공동 기획과 관련해선 직접 대면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하나 조율하고 접점을 찾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미술계와 교류하고 한국 작가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올해 5월 이전 개관한 휘트니미술관과 2017년 개최를 앞둔 다음 휘트니 비엔날레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휘트니미술관은 지난 5월 하이라인 파크와 허드슨 강변 '미트 패킹' 구역에 위치한 새 건물로 이전 개관했다. 신축 미술관은 지상 9층 규모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디자인했다. 유명 레스토랑과 교육센터, 복합 상영관과 같은 부수 시설이 들어서면서도 야외 퍼포먼스 공연을 위한 갤러리 등 작품 전시 공간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와 관련 와인버그 관장은 "이전 개관은 기대 이상의 굉장한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현재까지 예전 평균 관람객 수의 5배가 넘는 70만명이 내방했다"고 말했다. 같은 작품들이지만 허드슨 강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배경이 되는 새로운 장소에서 전시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위치적으로도 해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휘트니미술관은 2017년 봄에 개막할 비엔날레를 담당할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루(Christopher Y. Lew)와 미아 락(Mia Lock) 두명을 지난 4일 공식 선정했다. 두 사람은 각각 중국계와 한국계 미국인이다. 와인버그 관장은 "오늘의 미국 미술계를 엄밀히 보고자 오늘날의 미술에 익숙한 젊고 재능있는 큐레이터를 필요로 했다"며 "새 미술관에서의 첫 비엔날레가 이들에게 이끌어져 나가는 것에 매우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7년 비엔날레를 담당할 큐레이터로 중국계와 한국계 미국인을 선정한 아담 와인버그 휘트니 미술관 관장은 "오늘의 미국 미술계를 엄밀히 보고자 오늘날의 미술에 익숙한 젊고 재능있는 큐레이터를 필요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휘트니미술관은
앤디 워홀·로이 리히텐슈타인作 등 소장으로 유명
백남준·차학경 등 한국계 예술가 특별전 장소로도

휘트니미술관은 미국의 철도왕 반다빌트의 손녀이며 유명 조각가인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가 자신의 컬렉션을 기초로 문을 연 휘트니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1930년에 설립하고 이듬해인 1931년에 개관했으며, 1936년에 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전시작들은 19세기 이후 미국 미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원래 생활고를 겪는 유능한 작가의 구제를 목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만큼, 지금도 회화·조각·소묘·판화 등의 분야에서 현존 작가의 우수작 수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독한 현대인과 미국적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작가 에드워드 호퍼를 비롯해 색면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 팝아트의 대표주자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키스 해링을 비롯해 장 미셸 바스키아와 제프 쿤스 등이 모두 휘트니 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휘트니미술관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을 재확인 시켜준 1982년 '백남준 회고전'을 비롯해 비운의 천재 작가로 불리는 차학경의 1992년 회고전 등 한국계 예술가들의 작품전이 열린 장소로도 유명하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