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밀어붙이기 정치하고 농촌 어려운데 농민들 야당에 기대하지 않아

교과서 반대 여론 높다고 달라지지 않아… 신당 세력과 통합·지분 배분 방식 한계

역전 못하고 연장전이라도 가려면… 자기 희생 통해 당 살리는 '멋진 홈런' 필요

정장선 전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데일리한국= 정장선 전 국회의원 칼럼] 지금 여야 간 교과서 전쟁이 한창이다. 우리가 지금 또 좌절하는 것은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절망감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지, 현행 제도에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진지한 토론 한번 없이 전쟁에 들어간 것이다. 민생은 밀려났다. 교과서가 정쟁 대상으로 변질되고 결국 늘 걱정한다는 민생은 또 뒷전이었으며 구두선(口頭禪)이었구나 하는 허탈감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정부·여당의 이런 비타협적 밀어붙이기식 정치는 앞으로 대통령 임기 말까지 변하지 않고 가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는 대화와 타협 없이 계속 이런 방식으로 굴러갈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야당의 취약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야당이 약하고 선거 때마다 완패하니 고려 대상이 되질 않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교과서 전쟁…여권의 밀어붙이기와 취약한 야당

요즘 농촌이 말이 아니다. 농촌을 다녀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올 햅쌀 한가마 수매가격이 15만원 정도였다. 작년 20만원을 웃돌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배추 한 트럭이면 2,700포기인데 가락동 시장에 가면 270만 원 정도 받는단다. 배추를 수확하는 작업비, 운송비, 경매비 등 총경비가 200만 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70만 원 정도 남는데, 이는 비료값과 묘종 값 등 원가도 안된다고 울상이다. 무 농사 8천평이면 원가가 3,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 1,700만원에 넘겼다는 절망의 소리도 들었다. 농촌이 이 지경인데도 농민들이 야당을 지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영업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기존 상권들은 아우성이다. 문을 닫거나 한계상황에 이르러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어디가든 쉽게 보인다. 이쯤 되면 정부·여당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고, 여당은 내년 총선에 비상이 결려야 한다. 그럼에도 여당의 목표는 300백석 중 180석이란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

10·28 재보선 야당 완패 원인은?… 대화와 자기 희생 부재

이번 10·28 재보궐선거에서도 15:2로 야당은 완패했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제는 당연시 한다. 원인 분석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목소리도 없다. 뭔가 정말 잘못돼가고 있다.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은 늘 그랬듯이 서로를 비난한다.

야당에 더 이상 시간이 있는가? 국민의 인내심이 더 이상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과서 반대 여론이 좀 더 높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교과서 문제일 뿐이다. 야당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 야당은 다음 몇가지에 답해야 한다. 혁신위에서 만든 당내 선거를 위한 룰 말고 진짜 혁신 방안이 있는가? 국민이 감동할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는가? 지금 아파하는 민생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있는가? 진정으로 고통을 알고 있는가? 지금 당 지도부나 오래 정치하신 분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개혁적이어야 할 젊은 정치인들이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마음이 있는가? 정말 시대를 대변할 새로운 좋은 각계 인재들을 영입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모두는 답해야 한다.

지금 지도부 간에는 불신이 너무 크다. 대화도 없고 통로도 없다. 그저 언론을 상대로 자신들의 정치를 할 뿐이다. 먼저 만나자고 하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지금 정말로 필요한데 말이다. 만나서 대화하고 어려워진 당을 위해 어떻게 통합하고 혁신을 이루어낼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형식과 절차 모두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먼저 희생할 각오를 보여주겠다고 해야 한다. 국민은 나와 내 계파를 챙기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는 그런 큰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연장전까지 가려면… 자기 희생 통해 당 살리는 '멋진 홈런' 필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면서 김부겸 같이 어려운 지역에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새로운 좋은 사람 영입을 위해 내가 총선 불출마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지금 야권이 분열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1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이 중심을 잡고 국민이 놀랄만큼 혁신을 해내고 청년 실업과 양극화 문제 등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 과감히 여당에 대타협을 제안하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각계각층의 인재들을 영입할 방안을 획기적으로 제시하면 신당이 생길 이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먹지 못한다. 모두 제1야당이 본연의 역할을 못해서 생긴 문제들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신당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통합해서 지분이나 나누는 방식으로 가면 과거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자신을 희생해서 당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시킬 정치인의 '멋진 홈런'을 지금 기다리고 있다. 지금 야당은 2:15(10·28 재보선에서 야당·여당의 승리 지역)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9회 말을 맞고 있다. 역전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연장전까지 갈 발판은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 있는 한 너무 늦었다라는 말은 없다”라는 영화 대사처럼 말이다.

■정장선 전 의원 프로필
중동고, 성균관대, 연세대 행정학 석사- 16,17,18대 국회의원(경기 평택 을)- 열린우리당 정책위부의장-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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