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무심바 마을의 성공 사례… 새마을운동·'디지털 행정 한류' 공유해야

저개발국 지원은 긍정적 부수효과… 긍정적 이미지, 기업의 해외 진출 진작

이은재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연구원장)
[데일리한국= 이은재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에릭 솔하임(Erik Solheim) 의장은 한국의 경제발전은 좋은 정책과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좋은 정책 사례로 새마을운동을 들면서, 이를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 국가에 전파시키는 것도 훌륭한 지원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솔하임 의장의 얘기를 접하면서 필자는 아프리카 방문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올해 봄에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선진 행정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르완다를 찾았다.

르완다는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간 내전으로 불과 석 달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5년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달러가 되지 않아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이다. 처음으로 르완다 국민들을 만났을 때 받았던 느낌은 두 측면이 교차했다. 순수하고 교육열은 높으나 내전 악몽 때문인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살아가는 듯이 보였다.

르완다 무심바 마을의 '새마을운동'

그러나 2011년 새마을운동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무심바 마을 주민들은 달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경상북도 새마을세계화재단에서 파견된 새마을 지도자들이 마을 사람들의 의식을 개선시키고 소득을 증대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을회관과 유치원을 짓는 등 물리적 시설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을 교육시켜 스스로 노력하면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의식 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득 증대를 위해 습지라고 버려두었던 땅에 벼농사법을 가르쳐서 약 5만평에 논농사를 짓게 하고 축산 교육을 시켰으며 특용 작물로 파인애플 등을 경작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잉여농산물을 판매해 소득을 증대시키자 주변 지역에서도 새마을 지도자 파견을 요청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르완다 정부에서도 무라케지 총리가 관계 장관들과 함께 무심바 마을을 직접 방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960년대 100달러 미만인 절대 빈국에서 2015년 현재 3만 달러에 근접해 있다. GDP 기준으로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2010년에는 선진국들의 원조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한국은 1961년 OECD 출범 이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격상된 첫 번째 사례이다. 또 국민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 지배를 벗어난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취하였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였음은 물론 국제적 위상과 국격을 한 차원 높였다. 정부는 현재 저개발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상원조를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유상원조를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주요 배경으로 정치적 리더십, 높은 교육열,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절대빈곤에서 탈출시켰던 새마을운동 모델의 전파는 단순한 금전적·물질적 원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19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을 잘 알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은 이러한 새마을운동 정신을 배우면서 패배 지향적이고 폐쇄적인 국민 의식을 개선하게 되는 것이다.

저개발국 공적개발원조 네 가지 시사점

앞에서 거론한 르완다 무심바 마을의 성공 사례는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ODA 사업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저개발 국가에 대해 단순히 자금 제공이나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같이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수혜국 국민들의 자립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에 천문학적인 ODA 사업 자금을 투여하였지만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물질적 지원과 동시에 근면·자조·협동과 같은 새마을운동 정신 교육을 통해 의식 및 생활문화 개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와 같이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전문가들을 직접 파견하여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이를 국가발전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한정된 전문 인력과 많은 수요 지역 간의 불일치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마을운동 모델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에 적정수의 시범 지역을 선정해 일정 기간 전문 인력을 파견해 지원해주되 각 나라 별로 새마을운동 지도자 양성 기관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및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새마을운동 프로그램 개발과 강사진 육성 등 준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현재 저개발 국가를 위한 새마을운동 전파는 KOICA, 경북 새마을세계화재단, 새마을운동중앙회, 일부 민간 기업 등이 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참여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창구가 여러 갈래가 될 경우에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중복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나 단체들이 협의하여 주관 기관을 선정하고 좋은 모델을 개발해 사업을 진행한다면 체계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넷째,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에 비춰볼 때 국민들의 빈곤 탈출 의지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정부와 공무원들의 행정 능력이 중요하다. 저개발 국가의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한 '디지털 정부'와 같은 선진행정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공무원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새마을운동 전파와 같은 의식개혁 활동과 더불어 선진행정 시스템을 구축해 수혜국 공무원들의 행정 능력을 높여준다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행정 한류' 수출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새마을운동과 같은 ODA 사업이 저개발 국가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물질적 지원과 정신 교육의 병행, 추진 체계의 개선, 추진 기관 간 협력과 더불어 수혜국의 행정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개발국 지원의 긍정적 부수효과들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ODA 사업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긍정적인 부수효과를 발생시킨다. 수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어 무형의 자산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국가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이 활발해질 수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도 사회단체 교류 범위를 확장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진작시킬 수 있다. 또 대한민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가 빈곤 탈출을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이제는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책무이기도 하다.

■이은재 건국대 교수 프로필
클레어몬트대 행정학박사-건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건국대 행정대학원장- 제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한국행정연구원장-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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