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환경 지표로 분석한 당선으로 가는 5가지 비결

정당 지지율, 후보자 경쟁력, 대통령 지지율, 서울시장 영향력, 지역 이슈 등이 총선 변수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인데 현재 여당 지지율 우위… 대통령 지지율 40% 초과 여부 관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선거에 가정은 없다. 선거는 투표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결국엔 당선자와 낙선자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돌아보면 얼마 남지 않는 총선을 준비하는 유익한 지혜를 뽑아낼 수 있다.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지난 총선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에 치러져 그 어떤 정치적 이벤트보다 중요했었다. 국회 권력을 차지하는 쪽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명박정부의 임기 막바지였고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는 시점이라 ‘정권 심판’ 성격이 더 강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권 후보보다는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고 있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도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과 거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거나 근소한 우위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투표율이 반영되지 않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후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정권 심판 악재 속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유지했다. 대선 후보로 나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성과였다. 반면에 근소한 우세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민주통합당은 127석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당시 13석으로 두 자릿수 원내 의석을 확보했다. 선거 전 이루어진 ‘야권 단일화’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이 가져간 13석과 김용민 파동으로 사라진 서울에서의 압도적 우세를 유지했다면 새누리당을 앞섰을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총선 결과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큰 보탬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야권 성향이 강한 서울에서 지지층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 ‘야권 단일화’와 선거 막바지 야권 우세 판세를 물거품처럼 뒤집어버린 ‘김용민 파동’(서울 노원구 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방송인 김용민씨가 과거 출연했었던 인터넷 방송에서의 막말 논란)은 민주통합당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총선 승리를 가늠하는 데 있어 서울 선거 결과는 결정적이다. 한나라당은 2008년 대선 승리 직후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명박 효과'를 누리며 서울에서만 40석을 가져갔다. 민주통합당은 2012년 선거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싹쓸이 승리'까지 예상되었지만 총 48석의 지역구 중 30석에 머물렀다. 예상보다 초라한 성적표였고, 2008년 한나라당의 40석과 비교해 보아도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였다(그림1). 19대 총선 당시 선거의 간접적인 변수인 서울시장(박원순)이 민주통합당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압승‘은 연출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구도에 의해 지역 전체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지역별로 특성이 뚜렷한 경기도나 인천에 비해 서울은 점차 지역적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따라서 서울의 총선 성적표에 따라 정당의 전체 결과도 달라진다. 서울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특별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면 정당 지지율, 후보자 경쟁력, 대통령 지지율, 서울시장 영향력, 핵심 지역 이슈의 5가지 지표를 최우선적으로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체력

먼저 정당 지지율이다. 과거 총선을 보더라도 정당 지지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로 정권 심판 성격이 임기 초반에 비해 강할지라도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체력이다. 이명박정부 임기 첫해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낮은 지지율을 면치 못했던 통합민주당은 서울 지역에서도 참패했다.

서울시장을 지낸 대통령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임기 첫해인데다 낮은 정당 지지율에 ‘뉴타운 공약’ 광풍에 내몰리며 통합민주당은 서울에서 고작 7석에 그쳤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에 가까웠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후보들이 거의 경쟁력을 상실할 정도의 낮은 정당 지지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와 다른 전국적인 선거를 분석해 볼 때 후보의 경쟁력을 깎아먹지 않을 정도의 정당 지지율은 30%선이다. 유권자 3명 중 1명 정도는 소속 정당에 따라 지지해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한국 정치에서 가면 갈수록 무소속 입지가 좁아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정당의 조직적 지원을 못 받는다는 점이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얻어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큰 차이는 아니지만 문재인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박근혜 48.2% 대 문재인 51.4%). 2004년과 2012년 총선에서도 서울 지역 다수당은 새정치민주연합(2004년은 열린우리당/2012년은 민주통합당)이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9월22~2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할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할지’ 물어본 결과,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서울에서 40%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보다 2%포인트 더 높았다.

오차범위 내 격차이지만 서울 지역의 야권 성향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다. 야권 선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21%에 머물러 있다(그림2). 새누리당 지지율의 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정도이다.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율을 강조하면 되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 전까지 새누리당과 한 자릿수 지지율 차이로 좁혀야 한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낮은 정당지지율을 극복할 후보 경쟁력에 더 힘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뒷심' 경쟁력

다음은 후보자 경쟁력에 대한 진단이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후보자의 경쟁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으면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 지역구를 수성해야 하는 현역 의원이든 출사표를 던지는 도전자이든 자기 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기본이다. 현역 의원이면서도 인지도나 호감도가 낮다면 교체 의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본선은 고사하고 공천도 받지 못할 위기가 뒤따르게 된다.

서울은 영남이나 호남에 비해 그리고 강원보다 소속 정당의 영향을 덜 받는다. 전체 선거 결과의 분수령이 될 서울 지역의 공천(후보자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현역 의원이든 도전자인든 내년 총선 환경과 관련 자신의 강약점과 선거 환경의 유불리를 따져 묻는 후보자 SWOT 분석(후보자의 약점과 강점, 선거 환경의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을 분석하여 경쟁력 높이는 전략을 도출하는 분석 기법)을 시도해야 한다. 현역 의원이라면 못해도 정당의 지지율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정당 지지층을 확보하고 그 위에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추가되어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에서 현역 의원 재출마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얼마나 부정적인지도 살펴야 한다. 대체적으로 우리 유권자들의 교체 의향은 큰 편이다. 국회 활동에 대한 만족감도 낮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작동하는 까닭이다. ‘다시 출마하지 말라’는 교체지수가 절반 이상 된다면 출마 여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빠른 시일 내 회복 가능한 표심이라면 신속한 조치를 통해 비호감(veto) 정서를 절반 이하로 누그러트려야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해 현역 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라면 두 가지 요건은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당내 공천을 위한 후보 적합도(당내 대결)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은 확보해야 하고 경쟁 정당의 후보와 일대일 가상 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소속 정당의 지지율을 완전히 흡수하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싹쓸이는 아니지만 서울의 총 48개 지역구에서 30곳에서 승리했다. 통합진보당까지 포함하면 32곳에서의 야권 승리였지만 야권이 유리한 지역구로 분류되어온 노원구갑에서는 야권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서울에서 박빙 경합한 지역구에서도 개표 결과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된 지역구가 적지 않았다. 은평구을, 서대문구을, 강동구갑, 강서구을, 송파구을 등 초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이었다. 심지어는 출구조사에서도 가장 혼동스러웠던 지역이 단연 서울이었다. 그만큼 정량적인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는 후보자들의 경쟁력, 소위 뒷심이 발휘되는 지역이 서울이다.

리얼미터가 MBN과 함께 내년 총선 격전 예상 지역구를 조사한 결과(2015년 10월11~13일 사이 각 지역구 500명 유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전체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를 분석해 보면 서울 종로구에서 정세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 후보들보다 더 경쟁력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조사하는 시점의 결과이고 조사 방법 또한 대표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는 포함되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세균 의원은 야당 대표직을 맡았을 정도의 높은 인지도에다 정당 지지도 이상의 개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말 그대로 후보 경쟁력이다. 현역 의원이 가지는 프리미엄을 계산해 넣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낮은 지지율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오랜 선거 경험과 지역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아직 잡고 있는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경우이다.

반면에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둥지를 틀고 있는 노원병 지역구의 사정은 달랐다.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수준에 그쳤다. 당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역 내 정당 지지층을 고스란히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데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경쟁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노원병 지역 조사에 포함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의 경우 방송으로 인지도를 높여왔고, 새누리당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정치 초년병일지라도 인지도를 쌓고 고유한 지지층을 확보할 경우 얼마만큼 선거 파괴력이 커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통령 지지율 40% 넘느냐 여부가 관건

세 번째로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선거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공천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총재나 대표 신분보다는 덜하겠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은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크고 중요하다. 텃밭이라고 불리는 특정 지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00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의 공천과 당선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2004년 탄핵 국면의 대통령 영향력은 더 극적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마케팅’으로 선거를 치렀다. 2008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이명박 마케팅’이었다.

전직 서울시장이자 현직 대통령(임기 첫 해)과의 관계가 선거 전략의 중요한 축일 정도였다. 2012년 선거에서는 서울과 호남 그리고 경기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박근혜 마케팅’이 힘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충청 지역은 박 대통령(당시 비대위원장)이 선거 지원 유세로 다녀가기 전과 다녀간 후의 지지율에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충남, 충북, 대전, 강원 지역은 열세로 몰리던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가진 후 지지율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길 정도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13~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에서 서울 지역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 39%, 부정 48%였다. 국정 교과서 문제로 한 달 사이 지지율이 하락했다.

서울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전면적으로 ‘박근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연령에 따라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겐 ‘박심(朴心) 효과’를 조금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울에서의 영향력은 분명 제한적이다. 그럼 대통령 지지율이 후보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 이하의 지지율이 나오거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재보궐 선거 성적이 좋지 못했던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을 종합 분석한다면 30~35%의 지지율로 도출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한 40%대 이상이라면 서울 지역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에 대한 여지는 살아 있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에서 전면적으로 ‘반(反) 박근혜 전략’을 시도할 공간은 줄어든다. 한편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이하로 주저앉는다면 여당 후보들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일제히 ‘정권 심판’을 강조하고 부각해야 큰 효과를 보게 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으면 여당 후보가 붙들고, 30%대로 내려오면 야당 후보들이 목적에 따라 붙잡으면 되는 것이다.

서울시장의 간접적 총선 영향력

서울 지역 선거에서 놓치지 말아야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서울시장의 선거 영향력이다. 이번 달에도 재보궐선거가 몇몇 지역에서 치러지지만 서울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 중 야권 성향의 인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선된 박 시장의 선거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선거 영향력을 키워가는 박 시장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일종의 스타 효과: 인지도와 호감도가 매우 높은 인물과의 관계성을 부각시켜 자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은 야권 후보들로서는 낮은 지지율을 보완하고 부족한 개인 경쟁력을 매우는 데 일조한다. 서울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시장과의 관계를 통해 지역에 대한 여러 가지 숙원 사업 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2004년 탄핵 국면에 내몰리며 서울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었지만 한나라당 소속의 이명박 시장이 버틴 효과로 16석 당선(한나라당)으로 선방했다. 2004년보다 사정이 좋았던 2012년 총선에서 같은 의석에 그쳤다면 시장의 선거 영향력 변수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데 공감하게 된다. 한국갤럽의 지난 10월13~15일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서울 지역에서 박 시장이 여야 후보 중 1위였다.

18%인 박 시장의 뒤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2%,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0%, 김무성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각각 8%로 나타났다(그림3). 새누리당 후보로 총선 출마 가능성이 큰 오 전 시장은 주로 자신의 선거 승리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직접적인 참여는 불가능하지만 서울 지역 1위 후보이자 현직 서울시장인 박 시장 변수는 전통적인 새정치민주연합 강세 지역과 경합 지역에서 발휘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여야 후보 모두 지역구에서 서울시장의 간접 영향력을 점검해봐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서울 지역 핵심 이슈… '꿈을 채워주는 일자리'

지나쳐서는 안 되는 마지막 당선 비결 지표는 내년 총선의 서울 지역 핵심 이슈이다. 이슈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 알 수 있는 신의 한수가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이슈의 역할은 결국 선거에 대한 관심이다. 점차 투표에 대한 동기 부여는 낮아지고 있다. 연령대가 높은 경우 투표에 대한 의무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아직까지 투표율이 높은 편甄? 그러나 40대 이하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전반적인 정치 혐오와 좁은 후보자 선택 범위로 인해 낮아져 가고 있다. 정당은 투표장으로 오기만 하면 자기 정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관심을 높이고 싶어 한다.

때로는 선거 이슈가 투표율을 높여줄 뿐 아니라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0년 지방선거를 설명하는 단어는 무상급식이다. 특히 서울에서 이슈의 반응성과 폭발성은 매우 컸다. 구청장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고 어떤 후보인지는 중요하지조차 않았다.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가 피를 말리는 혈투를 벌인 절대적 이유이기도 했다. 두 후보의 득표 차이는 불과 0.6%포인트였다.

두 후보의 대접전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상급식이 결정적인 이슈였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2008년 총선의 서울 지역 이슈는 ‘뉴타운 개발’이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목돈을 쥐고 새로운 아파트에서 잘 살고 싶다는 서민들의 생각은 간절한 소망을 넘어 꿈이 되었다. 개발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의원만 있다면 그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었을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 취약한 강동·강서 지역구에서 개발 기대 심리와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의 당선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선거에서 이슈는 복잡해서도 불분명해서도 안 된다. 가장 단순한 메시지로 전달될 때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반응해왔음을 수차례 선거에서 경험해 왔다. 지역구를 수성해야 할 현역 의원들과 도전자들이 알고 싶은 내년 총선 이슈는 과연 무엇일까. 정치적·이념적으로만 본다면 ‘교과서 문제’가 매력적이다.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정치권에서 아군과 적군을 가릴 수 있는 혜안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앞서 몇 차례의 총선 이슈를 보더라도 ‘책 문제’는 축 늘어져 누워 있는 유권자를 벌떡 일으킬 정도의 간절한 이슈는 되지 못한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에 답이 있다.

그래야 투표 적극성이 발휘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서울 시민들의 일자리를 강조한 바 있다. 지금 모든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꿈은 ‘내가 원하는 일자리’이다. 50대 이상의 시민들도 ‘내 나이에 맞는, 힘에 덜 부친 일자리 그리고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노후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무겁고 끝이 보이지 않는 표현 말고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처럼 일자리와 관련된 파격적이고 전파력이 탁월한 용어가 나올지 모르겠다. 꿈을 채워주는 일자리가 될 수 있으니 대략 ‘드림 워크'(Dream Work)라 지어보면 어떨까. 일자리가 되던 아니면 다른 이슈가 되던 서울 출마자들은 서울 전체를 관통하는 큰 이슈(Big Issue)와 출마 지역 유권자들을 빨아들일 작은 이슈(Small Issue)는 반드시 챙겨두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혼돈(Aporia)의 시대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쩌면 내년 총선과 총선 다음해의 대통령선거에 의해 결정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이자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의 운명 또한 선택받는 상황에 놓일지 알 수 없다. 어려운 선택 앞에 놓은 우리에게 철인들의 고민과 지혜가 담긴 고전은 해법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크세노폰 같은 현인들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페르시아의 지도자들을 통해 후세에 지도자의 거울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이란 고지대를 중심으로 통일 제국을 이룩했던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에 대한 크세노폰의 기록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라고 하는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에 대한 최초이자 최고의 책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키루스 대왕에 관련된 이야기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스스로 키루스의 백성이 되길 원했을 정도의 훌륭한 지도자였다고 한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5가지 비결 지표를 제시했다. 정당 지지율, 후보자 경쟁력, 대통령 지지율, 서울시장 영향력, 핵심 결정 이슈였다. 이 지표를 잘 활용하면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제 20대 국회의 구성원이 될 영광을 누릴 기회가 된다. 그러나 당선을 떠나 크세노폰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경외하는 키루스 대왕의 뒤를 이을 지도자 준비가 되었는지는 알 길 없다. 제대로 진정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출사표를 던지지 않는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자신과 유권자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제20대 국회에서는 키루스 대왕을 잇는 훌륭한 지도자가 몇 명이라도 더 선택받길 기대한다.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에 적힌 지도자 키루스 대왕의 일성이 좀체 가슴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가장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네. 그렇다면 도시의 성벽을 지키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겠지. 나는 정직한 방법으로 재물을 많이 획득하고 그것을 고귀한 목적을 위해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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