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 후 미국 찾은 박 대통령, 우선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켜야

북핵 해결과 한미동맹 관련,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 내야

경제·안보동맹 차원에서 TPP 가입 추진하고 한일 관계 복원 노력도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
[데일리한국= 박한규 국제대학원장 칼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북한 핵 문제 해결, 한·중·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협력, 한미 간 글로벌 차원의 경제 협력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지난 9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으로 인해 불거진 미국 조야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행보가 중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의례히 그랬듯이 한미동맹 재확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라는 통상적 선언에만 그치지 말고, 한미동맹을 실제적으로 한층 더 발전시키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박 대통령은 미국 내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방미 일정 첫날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데 이어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을 방문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천명하는 매우 상징적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출발한 한미동맹이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동맹 수준으로 발전한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는 동북아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동맹은 다른 어떤 동맹과도 대체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CSIS 포럼에 참석하는 미국의 많은 동북아 및 안보 전문가, 정부 관리, 의회지도자들에게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시키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제로섬(zero sum)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중국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효과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북핵 해결 위해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8·25 남북 합의’이후 현재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즈음해 장거리로켓이나 핵 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예상되었으나 이같은 도발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핵무기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여 미국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이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공을 한국과 미국에게 넘겨준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접촉과 북핵 6자회담의 재시동에 대한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시종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사전 조치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 행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기대하기가 시기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 온 남북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고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북핵 문제 타결을 위해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한국의 확고한 입장 전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동북아 협력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외신기자클럽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가장 중심적인 국가"라고 강조하였다. 이 말의 다른 의미는 미국은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관계 복원을 희망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일 삼각 공조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한일관계에서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 이외에도 상호 협력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해관계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밝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TPP 가입 문제는 한미 경제·안보동맹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미 경제 협력은 양국 사이에서 또 다른 중요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가 가입 의사를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도 환영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혹자는 한국은 TPP 가입국 12개 국가 중 10개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TPP 가입 여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순수한 경제적 실리의 관점에서 일리가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심각한 우를 범할 수 있는 주장이다. 미국이 TPP를 처음 구상할 때 그 기저에는 아태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대(對)중국 견제용 경제안보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전략적인 계산도 깔려 있었다. 경제적 득실을 따지기 전에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지역 경제안보공동체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경제적 실리 이상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한국의 TPP 참가 문제와 관련,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오바마 대통령이 협력해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이 단순히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군사동맹 차원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테러리즘, 기후변화, 감염병, 빈곤 등 글로벌 차원에서 지구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다양한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한층 더 격상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적표는 선언적 의미보다는 실제 거두는 구체적 성과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박사 -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현),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대학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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