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하강은 구조적 문제 아니다… 정책 실패가 빚은 일시적인 결과

경기 하강 전 외환보유고 특이한 변동… 흑자 해외 유출이 악순환을 초래

'중국 쇼크', 한국 경제엔 제한적 영향, 경상수지 적자 큰 나라엔 큰 파장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데일리한국=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경제 리포트]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말한다. 중국 경제가 언젠가는 심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진즉부터 진단해왔다. 그들의 위와 같은 진단은 중국 경제가 1994년 이래 20년 이상 고도 성장을 지속하면서 외면을 받아왔지만, 최근에 중국 경제가 하강을 시작하자 그들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비관론자들은 중국 경제가 이미 위기 국면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중국은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서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이 작지 않으므로, 중국 경제의 향방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고, 대(對) 중국 경상수지 흑자는 전체보다 더 크므로 그 향방은 아주 중요하다.

중국 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성장률이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직후 세계 경제가 거의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중국의 성장률은 각각 9.2%와 10.4%를 기록했다. 2011년에도 성장률은 9.3%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7%대 성장률에 그쳤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더욱 빠르게 하강했다.

최근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2014년 4분기에 5.7%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 더 떨어져 5.1%를 기록했다. 물론 2분기에는 7.4%를 기록하여 경기가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이것은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금융산업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거둔 일시적인 성과였다. 실제로 상해 주가지수는 1분기에 3천5백선에서 등락하다가 6월 중순에는 5천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상해 주가지수가 8월 중순에는 한때 3천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3분기 성장률은, 발표되려면 한 달 이상 지나야 하지만, 높게 잡아봐야 3~4%에 그치고, 어쩌면 마이너스를 기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하강은 구조적 문제일까?… "아니다"

위와 같은 최근의 경기 흐름을 반영하여,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고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로서 경제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경제난은 점점 심각해지고 장기화할 것이다.

진짜로 그럴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만약 구조적인 문제라면 성장률이 오래 전부터 점진적으로 둔화됐었어야 했는데, 불과 4년 전에는 성장률이 9% 이상을 기록했다. 따라서 경제 정책 실패가 빚은 일시적인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이런 원인 분석은 중국 경제가 향후 어디로 흘러갈지를 가늠하는 데에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만약 중국이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에서 벗어나면 최소한 8% 성장은 지속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정책이 실패하여 경기 하강을 초래했을까? 중국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졌다면 그 이전에 무엇인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지표를 꼼꼼히 살피면 중대하거나 이상한 변화를 일으킨 변수를 얼마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외환 보유고이다. 중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므로, 외환 보유고는 그만큼 증가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던 2012년부터는 외환 보유고가 경상수지 흑자보다 훨씬 적게 증가했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외환 보유고가 크게 감소했다. 그래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 경기 하강 전에 특이한 변동 보인 것은 외환보유고

외환 보유고와 경제성장률은 어떤 상관 관계이기에 중국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을까? 외환 보유고가 줄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투자로 전환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가 대부분 해외 투자로 유출된다는 것은 수출로 애써 벌어들인 소득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국내소득이 해외로 유출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그러면 성장률은 당연히 낮아진다. 간단히 말해 중국 경제 정책 당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경제난이 빚어졌다.

최근에는 환율까지 크게 올랐다. 달러당 6.1 위안 선이던 중국 환율이 8월11일부터 13일 사이에만 4.66%가 상승함으로써 이제는 6.4 위안에 육박했다. 이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 경기가 부진해지니까 환율을 올려서 수출이라도 증가시키자는 게 중국 정책 당국의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음과 같이 악순환을 일으킬 뿐이다. 환율을 상승시키면 경상수지 흑자는 더 커질 것이고, 그러면 더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내 경기는 더 부진해질 것이고, 기업들은 수출에 더욱 목을 맬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중국 정책 당국은 위와 같은 악순환을 초래할 정책을 왜 추진하는 것일까?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일본은 이런 정책을 펼쳤다가 4반세기나 초장기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국내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에 환율을 끌어올림으로써 경기가 살아났다고 분석하지만 이런 분석이 대두하기 시작한 2014년의 일본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실적을 확인하지 않은 경제전문가들이 그런 엉터리 분석을 했을 따름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환율을 끌어올려봤지만, 그래서 한때는 140엔대를 훌쩍 넘긴 적도 있지만 끝내 국내 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로 유출한 게 결정적 실패

세계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과다한 나라들은 모두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역시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했는데 평균적인 성장률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에는 유럽의 유동자금이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독일로 몰려들면서 한때 3~4%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유럽 경제가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다시 0%대 성장률로 돌아가고 말았다. 대만도 마찬가지이고,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이나 경제전문가, 언론들이 경상수지 흑자는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것은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아무리 바람직한 경제변수일지라도 과도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중국 경제가 계속 악순환을 벌인다면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이 문제를 풀어보자.

중국의 경기 하강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

우선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은 우리 정책 당국에는 국내 경기의 하강에 훌륭한 변명거리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의 3분기 성장률은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정책당국은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이 주요 원인이라고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1분기에 3.3%를 기록했던 성장률(전기대비 연률)이 2분기에 1.2%로 뚝 떨어질 때는 메르스 사태 때문이라는 변명을 정책 당국이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원인 분석은 틀렸다. 지난해 3분기에 3.2%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4분기에는 1.0%를 기록하여 경기가 하강한 바 있는데, 이 당시에는 메르스 사태나 중국의 경기 하강과 같은 변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 경기가 부진을 지속하거나 하강하는 것은 외생 변수가 아니라 내생 변수가 작동한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현실적으로 국내 경기도 중국과 똑같은 원인으로 하강하거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환율을 방어한다며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이 우리 경제의 경기도 부진하게 하거나 하강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기 시작한 것은 주식시장이 폭락한 3분기의 8월 이후인 반면에 국내 경기는 2분기부터 하강을 시작하여 성장률이 전분기의 3.3%에서 3분기의 1.2%로 뚝 떨어진 바 있다. 국내 경기의 하강은 중국 경기의 하강보다 먼저 일어난 셈이다. 이처럼 뒤에 나타난 것을 원인으로 삼는 것은 전형적인 오류에 속한다.

물론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은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부진할 때에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높거나 경기가 빠르게 상승한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국내 경기의 하강이나 부진은 우리 정책 당국의 정책 실패가 빚은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무엇보다도 고환율 정책이 경기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고환율 정책은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함으로써 성장 기여도가 91%에 달하는 내수를 위축시킨다. 같은 소득으로 적게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자재 등을 비싸게 사와야 하는데, 제품 가격은 경기 부진 때문에 올릴 수 없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되며, 생산은 줄고 투자와 고용은 실종된다. 고환율 정책은 이처럼 경기 부진을 장기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적자가 큰 나라들, 중국 쇼크에 큰 파장

세계 경제는 중국 경제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미국 등 선진국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경제의 경우는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제3세계 특히,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은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와 브라질의 환율이 급등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이것은 중국의 경기 하강이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중국의 주식시장이 현재보다 아주 크게 하락한다면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한때는 5천억 달러에 육박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2천억~3천억 달러에 달하므로, 유동성은 그만큼 풍부하다. 따라서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다. 다만, 중국의 대형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영수지가 극단적으로 악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인 나라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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