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행복세상' 이사장, '법치가 경제를 살린다' 주제로 강연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 법치주의 미확립이 원인”

"부패가 ‘고(高)수익·저(低)위험’에서 ‘저수익·고위험’ 되도록 개혁해야"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은 15일 “법치의 확립은 경제 발전의 필요충분 조건"이라며 " 법치의 확립 없는 경제 성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 앰버서더 강남에서 개최된 제3회 행복포럼에서 ‘법치가 경제를 살린다’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우리 모두 경제 발전의 기본 중 기본인 법치의 확립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경제 발전 즉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지난 십여 년 간 우리의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꼭 했어야 할 것들을 놓친 것은 아닌지, 한숨을 고르며 우리의 모습을 한번 천천히 살펴봐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말하려는 '놓친 것'이 결국 '법치주의' 인 셈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우리나라 경제가 안심해도 좋을지 반문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수출입 증가율 등 거시경제 지표는 주요 8개국 중 최하위”라며 “중국의 힘이 세지고 미국·일본의 성장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내수경기 위축으로 점점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또 “우리나라는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지수에서도 2008년 13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26위로 내려가는 등 연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특히 사회적 항목 관련 순위가 많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의 정직성에 대한 신뢰 97위, 기업경영윤리 95위, 부패로 인한 공공자금 유용 정도 52위, 정부 규제 부담 96위, 법체계 효율성 82위, 노사 협력 정도 132위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현실을 설명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제도·규범·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산을 뜻한다. 그는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옥수수 수확의 비극’를 거론하면서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수 수확의 비극은 '당신의 옥수수는 오늘 익고 내 것은 내일 익는다. 오늘 내가 수확을 도와주고 내일 당신이 도와주면 서로에게 좋다. 하지만 당신이 내일 안 도와주면 나만 손해이므로 오늘 도울 수 없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리비히의 '최소인자의 법칙'을 인용하면서 “민주화, 경제적 성장은 상당 부분 이루었어도 사회적 자본의 판자 높이가 낮으면 선진국 수준으로 물통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즉 21세기의 경쟁력의 원천인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인 신뢰성·정직성·단결성·개방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봤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법 경시 풍조가 사회적 자본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1년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77%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말에 동의하는가?’에 대해서도 4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한 번 이상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50%에 달하며,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죄를 짓고 1년 간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47%에 이른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공직 부패, 사회 지도층 비리, 편법과 속임수 문화 등이 심각한 상황이고, 갈등 해소 방법도 후진적이다. 김 이사장은 “실패의 대가가 크고 성공의 보상이 클수록 편법과 속임수의 유혹이 커진다”며 “이는 부정부패와 대형위기로 귀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조리가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통한 부패 관행의 개선 ▲법을 어긴 사람은 반드시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좋은 법 만들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호랑이든 파리든 모두 때려 잡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과 상통하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상층 부패를 엄단하지 않으면 하위직 부정을 처벌할 명분이 없다"면서 "정치 보복, 표적 사정 등 목적의 순수성 결여 때문에 부패 척결이 실패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법령 정비의 목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며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지도층보다 서민, 강자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엄청난 재원을 요구하는 '포퓰리즘'(Populism)에 대해선 '세금 폭탄'으로 기업이 철수하고 자본이 유출돼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 이사장은 강연 뒷부분에서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며, 허약한 권력은 더욱 부패한다”며 “탐욕, 정보의 비대칭성, 연고주의, 온정주의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부패를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부패를 ‘고(高)수익·저(低)위험’에서 ‘저수익·고위험’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규제 정비, 공기업 민영화, 공직자 윤리 의식 제고, 감사 제도 강화,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등 정교한 반부패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법치주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존에 필요한 공기와 같은 존재'라며 거듭 법치주의 확립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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