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에선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 문화대혁명 영향으로 의료 수준 낙후

중국이 선진국에 보낸 의료 분야 젊은 두뇌들이 10년 후에는 본격 활동 가능

10년 안에 의료산업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 되도록 정부와 의료계 협력 시급

정학 中옌다병원 한국국제진료센터 대표
[데일리한국= 정학 중국 옌다병원 한국국제진료센터 대표 기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다. 남한의 100배가 되는 거대한 국토 면적과 14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가 이뤄지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했다. 중국은 전 세계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 전쟁터가 됐다. 한중 수교 이후 처음에는 한국의 기업들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진출을 모색하였다. 한국 경제는 가장 가까운 중국의 시장을 통해 많은 성과를 얻어 왔다. 미래를 바라보면 중국은 한국 입장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시장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무역 거래를 통해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중국이 2~3년 이내에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업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 이후에는 값싼 전자제품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중국 제조업 제품이 가격경쟁력과 품질로 한국의 소비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사실 매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양회(兩會)에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을 세계 제일의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실례로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판매 실적이 작년부터 중국의 기업들에게 밀리는 상황을 우리는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필자가 의료사업으로 중국에 진출한 후 현지 백화점이나 전자제품 상가에서 현지 제품을 보고, 직접 사용한 바로는 제품의 경쟁력 측면에서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단지 한국 제품이 우수한 점은 약간의 세련된 디자인과 애프터서비스 정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했던 의료인으로서 2012년 하반기에 중국 의료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우리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기술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중국의 여러 성(省)정부 위생청 관계자들과 의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또 시진핑 정부의 의료 개혁 구상 발표를 보면서 그에 관련된 정보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래 괄목할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미국 다음의 G2 경제대국으로서 경제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반면에 급속도로 추진한 경제 개혁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의료 분야에 관한 내용만 보면 중국의 의료 수준은 경제 발전에 비해 매우 낙후되었다. 특히 우수한 의료진이 부족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중국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이 대사건이 중국 의료 수준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문화대혁명 10년 간 중국의 지식인은 말살되었고, 대학교는 10년 간 휴교하게 되면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 분야의 인력 양산이 중지되었고 선진 서방국가의 의료기술 및 지식·학문 도입이 차단됐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의 의료 개혁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의료 개방 확대를 선언하게 되었다. 의료 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첨단 하드웨어를 갖춘 의료장비와 그것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우수한 의료인력과 서비스를 포함한 소프트웨어가 잘 구성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의료서비스 산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한국의 의료 산업이 우수한 의료 인프라의 양산과 의료서비스 시스템의 지속적 발전·축적 등으로 '의료 한류'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에 와서 느끼지만 그래도 중국과의 의료 수준 격차가 있다는 것 자체가 퍽이나 한국 입장에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의료 관련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다각화가 가능하다. 제약 및 바이오, 첨단 의료기기, 한국의 우수한 IT산업과 접목된 의료용 소프트웨어 산업,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관에서의 교육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파급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의 의료 관련 연구와 기술 전수를 위해 우수한 젊은 고급 두뇌들을 해외로 계속 보내고 있다. 중국의 기업들도 이들을 특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이 중국으로 귀환하고 왕성하게 활동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10년 후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10년 안에 한국의 바로 이웃 큰 시장인 중국의 의료 시장을 놓치지 말고, 의료 산업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한 달 전에 북경 베이징대학 부속 국제병원이 신축되어 조만간 개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의 의료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신축된 병원은 민간 기업이 70%, 베이징시가 30%를 출자한 영리국제병원으로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준비된 복합적 의료 클러스트단지이다. 최첨단 시설의 병원과 주변의 의료바이오 연구단지, 의공학산업센터등 의료 산업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의료산업단지라고 평가하고 싶다. 새로 신축된 병원의 내부 시설은 한국의 어떤 병원도 따라올 수 없는 시설과 설비 및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었고, 미국의 최고 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의료 산업은 하드웨어 시설로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의료진과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 의료서비스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야만 성공적인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중국이 이제 막 의료 산업을 준비해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다. 또 과잉 포화되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력을 해외에 수출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새로운 사업이나 국가의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국은 우리의 바로 이웃인 중국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중국에서 한국의 의료 산업이 성공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더 나아가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의료산업 시장을 미래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같은 구상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의료 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신속한 의사결정, 의료산업 관계자들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학 중국 옌다병원 한국국제진료센터 대표 프로필
치과 의사- 파미유치과 대표원장- 글로벌메디컬케어 대표(현), 중국 옌다병원 한국국제진료센터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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