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혁신위 꾸렸지만 친노·비노 사실상 이별 준비 모양새

문 대표, 잠시 대표직 내려놓고 계파 수장들과 공천권 등 합의해야

합의 없으면 비노의 선택지는?… '친노의 들러리' '짐 챙겨 나가기'

문재인(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칼럼] 새정치민주연합 내 두 세력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헤어짐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손가락질하면서 친노와 비노가 각자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야권 지지층 입장에서는 여간 억장이 무너질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제대로 된 야당의 통합은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월 재보선 전패 이후 당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김상곤 위원장을 비롯한 친노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위원에 선임되면서 비노 진영은 이내 혁신위에 대한 기대를 접는 눈치다. 어떤 안(案)이 나오든 친노에게 유리한 쪽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당내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이 친노 계파주의에 있다는 주장은 이제 현실론이다. 친노 진영에서는 실체도 불분명한 친노 계파주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보수 진영의 공격 논리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야당 지지층도 친노 위주의 당 운영에 의문을 표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부정은 무의미하다.

혁신위 움직임부터 보자. 이종걸 원내대표가 '친노 계파 해체를 위한 혁신위’ 주장을 내놓자 바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쏘아붙인 뒤 국민과 당원을 위한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친노 계파나 기득권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최상의 혁신안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패의 서막이다.

당내는 어떤가. 이 원내대표와 비노 진영에서 범친노인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불가를 그토록 외쳤지만 문 대표는 강행했다. 혁신위 구성과 사무총장 임명 등 일련의 핵심 현안이 결국 문 대표 등 주류 뜻대로 된 것이다. 이렇게 당내 갈등이 격화하면서 4월 재보선 전패의 책임론은 아예 사라졌다.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가 내부 정비를 탄탄히 구축한 셈이 됐다.

지난 2년 3개월 동안 총선-대선-지방선거-재보선에서 야당은 한번도 여당을 이겨보지 못했다. 친노든 비노든 서로가 얼싸안고 한몸으로 나아가도 이길까 말까 한데 당 지도부는 이같은 방향성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친노 패권주의는커녕 계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내 건설적인 토론은 봉쇄됐고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엄포만 남았다. 또다시 잉태된 야당 분열의 씨앗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친노·비노 분열 반복

2003년 노무현정부가 태동하면서 친노는 당시 민주당의 주류 세력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제1당이 된 뒤 한나라당에게 연전연패했고, 노 전 대통령은 탈당했으며 당은 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 등으로 간판을 바꾸며 우왕좌왕했다.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친노는 다시 민주통합당의 중심에 섰지만 비노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도 매끄럽지 못했다.

물론 야당의 모든 패인이 문 대표와 친노에게 있느냐는 항변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 패배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에게 각각 광주와 서울 관악을에 공천을 줬으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규모의 분란이 생길 이유는 없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지난해 재보선 패배로 물러났다.

야당이 사는 길은 단순하다. 문 대표가 '리셋(reset)'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사퇴가 아니더라도 잠시만 대표직을 내려놓고 친노와 비노, 손학규 전 대표까지 포함한 야권의 모든 계파 수장들과 머리를 맞대 공천권을 포함한 모든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것 밖에 없다. 계파 나눠먹기란 비판이 나오더라도 적어도 야당 분열을 피하는 길은 그것뿐이다.

문 대표가 지휘봉을 들고 있고 친노의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쇄신안을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혁신위 활동이 특정 계파에게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흐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다. 이는 곧 '혁신'으로 위장한 자기 세력 굳히기다. 이 경우 분당의 촉진제가 될 수 있고 10월 재보선의 야당 참패도 피하기 어렵다.

비노의 선택지는 점점 분명해진다. 친노의 들러리를 서거나 아니면 짐을 챙겨 나가야 한다. 이같은 분열의 결말이 예고돼 있다는 것을 당내 주류 세력만 외면하는 것 같다. 야권 지지층의 한숨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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