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중국의 부상과 제주의 미래' 주제로 기조 발제...중국이 최대 이슈로 등장

원희룡 제주지사.
*편집자 주= 원희룡 제주지사는 6월 12일 제주국제협의회(회장 고충석)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주와 중국' 토론회에 '중국의 부상과 제주의 미래'란 주제의 발제문을 보냈습니다. 원 지사는 당초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하기로 했었으나 메르스 사태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원 지사 측의 동의를 받아 발제문을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최근 중국의 자본과 관광객의 제주 진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원 지사의 발제문은 토론을 위한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 지사는 발제문을 통해 "인구나 규모 측면에서 제주가 전국의 1%라는 현실에 자조할 필요는 없다"면서 "제주 면적의 1/3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섬이라는 물리적 고립이 제주의 한계였지만 이제는 항공 노선과 사이버 공간의 확대로 '제주의 시대'가 왔다"면서 "지금 제주·중국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용중술'(用中術)"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실용적 관점에서 중국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원 지사의 지론입니다.

[데일리한국= 원희룡 제주지사 강연 요지] 지금 제주도 최대 현안 과제는 바로 중국입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며, 또 지금보다 훨씬 확대된 국면에서 전개될 제주·중국 간 미래 관계는 어떤 방향과 전략 하에 만들어나가야 하는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부터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정기적 교류를 했었고, 또 북경대에서 방문학자로 있는 동안 비교적 찬찬히 중국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일상 시민들의 생활부터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제주체들의 역동성과 중국 정부의 힘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이 저의 대(對)중국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부상

사실 중국의 부상이란 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1978년 말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래 불과 40년도 채 안 된 기간에 세계의 거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미 부상한 지 오래 되었고 고속 성장 시대를 마무리한 지금은 신창타이, 즉 새로운 경제 상태로 진입했습니다.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 시대를 넘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서 글로벌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제5세대 지도부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신형대국관계'를 외교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고,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등 세계 경제질서 재편으로까지 영향력 확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년 양회 기간에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 발표를 통해 2035년까지는 스마트 제조 분야 제2강국 대열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2045년까지는 세계 제1강국 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 전망 속에 한중 관계와 제주·중국 간의 미래는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아니,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는 게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관계 현주소

제주·중국 간 문제를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한중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동북아 역학 관계는 서구열강과 일본의 부상으로 전면적 재편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청일전쟁 이전까지는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소위 종주국 지위를 수천 년 간 유지했고, 그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근린 국가의 역사에 엄청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1·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던 중국이 가장 먼 나라로 변해버렸습니다. 중국과의 교류는 단절되었고, 중국에 대한 정보가 막혀 중국 전문가나 연구자들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도대체 어떠한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기간이 장기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에 편입되었고, 한미동맹의 기초 위에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커다란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교역 규모가 36배 증가하였고, 인적 교류는 60배 증가하였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35만 명에 이르고, 최근 양국 간 직항편은 매주 800여 편에 이릅니다. 1992년 이전에 적성국가였던 중국이 지금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단계로 변모했습니다.

제주·중국 관계의 현주소

제주는 우리나라와 중국 간 교류의 최전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벌써 2,200여 년 전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서복을 파견했던 곳입니다. 그리고 한.중 수교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의 역대 국가 지도 자가 모두 방문한 지역입니다. 양국 간 경제교류 규모 측면에서도 제주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2010년을 전후하여 중국 관광객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였습니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613만 명의 47%인 286만 명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또한 작년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 신고액이 12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48%인 5.8억 달러가 제주 지역 투자입니다. 보통 제주는 한국의 1%라고 합니다만 투자, 관광 등 중국과의 최근 경제 교류 측면에서 볼 때 제주의 비중은 한국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과의 교류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도민 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이슈가 발생하였습니다.중국 관광객이나 투자가 몰려와도 경제적 이익이 별로 없다는 비판을 비롯해서 환경 파괴론, 중국 위협론, 경제 예속론, 식민지론 등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었습니다. 지금 제주는 대중국 교류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제주의 미래 비전이라는 큰 틀에서 제주·중국 간 바람직한 발전 모델을 수립해야 할 시기입니다.

제주·중국 관계의 도전과 미래 전략

제주는 나 홀로 고립된 독립변수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중국 간 바람직한 발전 모델도 제주를 둘러싼 한·중 관계의 흐름 속에서 설정해야 합니다. 몇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경제적 교류 측면입니다. 개혁개방 이래 한·중 간 경제는 산업 발전 격차로 인해 상호 보완적인 측면에서 상생하는 구조가 유지되었지만, 앞으로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게 되면 경제적 측면에서 충돌 지점이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나아가 관광과 투자 측면에서 중국과의 교류는 제주를 넘어 한반도 전체로 확대돼 나갈 것이고, 제주에서 발생한 이슈들이 동일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 제주는 관광·투자 양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을 전면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교류 확대 측면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취임 후 제주 미래 가치라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제주와 중국이 서로 상생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입니다. 중국 관광객과 투자가 몰려드는 것은 제주 가치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적인 측면에 매몰되어 단체 관광과 숙박 시설 위주의 단순한 시설만 양적으로 팽창하게 되면 제주의 기초 가치인 환경 파괴가 심화 확대되면서 관광객이 찾아올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기존 시설은 과잉으로 투자수익이 줄어들어 투자자가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제주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것은 제주와 중국 모두가 망하는 결과입니다.

따라서 제주 가치를 중심으로 현재의 관광, 투자의 방향과 질서를 잘 잡아가야 할 필요가 있고, 최근 제주 관광 개발의 변화를 반영하여 예측 가능한 총량 계획하에서 개발의 내용과 형식을 정리하는 미래 비전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미래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은 단순히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에 이루어진 것에 대한 제도적 정비나 질서 확립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힐링과 치유를 핵심으로 한 휴양관광과 의료관광의 잠재력을 높여 나갈 수 있으며, 한류와 제주의 신화, 역사, 더 넓게는 중국의 문화적 맥락을 잘 활용한 문화산업의 발전 전망이 큽니다. 나아가 IT와 BT, 에너지 산업 등 창조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주가 해양 실크로드의 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시황이 그 기초를 이미 닦아 놓았습니다.

그 후 탐라 시대 해상 무역, 최구의 표해록이라든지 중국과의 해로를 통한 교류를 현재적 시점에서 살려 제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2030 무탄소 정책과 전기차 사업은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에 걸쳐 있는 수많은 에너지 고립 지역에서 풍력이나 태양광을 활용한 에너지 자급화 내지는 산업화의 모델로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LG그룹과 협약한 글로벌 에코 플랫폼 사업은 그 실행의 첫발입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관광과 투자 양 측면에서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수출통상 측면에서의 교류 확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양국 정상 간에 한·중 FTA 서명이 지난 6월 1일 이루어진 상태이고, 국회 비준을 거쳐 실제 발효하게 되면 제주.중국 간 협력 공간이 훨씬 더 확대될 것입니다. 물론 기회는 위기와 병존합니다.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도에서는 중국 정부의 서부 개발 중시 정책에 맞추어 향후 발전 잠재력이 큰 중국의 중서부 지역과의 교류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해를 기점으로 녹지와 백성그룹 등 저명한 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하여 수출의 물꼬를 터 나가는 동시에 장강 경제벨트를 따라 중서부 지역 거점 도시와의 교류 관계를 선제적으로 형성함으로써 공항 수용 능력 확대와 연계한 직항 노선 개설, 투자통상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게 되면 제주의 경제 영토는 훨씬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제주도가 현재나 미래 관점에서 중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나 비전 제시의 최전선에 있고, 이러한 것들에 대해 제주의 미래가치란 기준에서 여러 가지 제도적 정비, 정책수단을 가지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잘 이끌어 나간다면 제주도는 한국 전체에 대해 대 중국 관계에 있어서 ‘테스트베드’ 또는 ‘발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미래가치란 관점에서 대중국 경제 교류의 마찰 분야를 줄이면서 지속적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산업구조 조정 내지는 기술혁신을 통한 미래 비전의 큰 틀을 제시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외교안보적 측면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현재의 동북아시아 역학관계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인근 4강의 역학관계가 남북한 관계, 한미동맹, 역사인식, 영토문제, 경제적 마찰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수십 년 유지되던 미국 중심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등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이지만 그 저변에서는 지난 개혁개방 이래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대세계 전략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동맹 강화 등 갈등도 촉발되고 있습니다. 제주는 한중일 3국의 교차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제주는 남북 간 관계 개선과 동북아 긴장 완화에 적합한 완충 지대입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 간 교차 관광, 남북한을 경유하는 크루즈 관광 등을 제안했고, 제주포럼에 북한 인사를 초청하는 것도 추진했습니다. 제주가 남북 관계 개선을 선도함으로써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면 남북 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 북미 관계도 안정되어 나가고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한·중 간 외교안보적 갈등 요소를 줄이면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제주는 4.3항쟁이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섬에서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해낸 내적 스토리와 정신적 기반을 갖춘 섬이기 때문에, 중국·북한·일본과의 관계에서 지정학적 여건에 기초하여 평화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곳 이기도 하고, 분쟁 관련 국가들이 모여 평화라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동 노력의 역사를 쌓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셋째, 인문 교류 측면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교환 방문 등으로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깊이 들여다보면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 문제와 한미동맹과 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여전히 양국의 협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고대사를 둘러싼 역사 인식의 차이, 이와 결부된 영토 분쟁 등은 휘발성이 강한 요인입니다. 이 같은 갈등 요인은 반한.반중 정서로 연결되어 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중 우호관계의 저변을 폭 넓게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시, 시진핑 주석과 합의한 ‘인문 유대 강화’ 사업은 한·중 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한·중관계의 지속적인 발전 속에서 인문 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문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혐한 정서와 반중 정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도민 사회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서 우리가 중국을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1, 2차 대전과 냉전 시기를 거치는 동안 사실상 교류가 막힌 상황이 수십 년 간 지속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코앞에 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중국에 대해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신중국 성립 후 개혁개방을 전후한 시기까지는 정보 통로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바라보는 선입관이나 희망 사항만 가지고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접근이 이뤄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불러오고 애써 쌓아올린 양국 관계, 양국 국민들의 감정도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 인문 교류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 교류는 모든 교류의 기초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 도는 한·중 정부 ‘인문 유대 강화 세부 사업’으로 지정된 ‘제주특별자치도와 중국 하이난성 간의 인문 교류 테마 도시 사업’을 2015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협력 범위는 관광 중심에서 환경, 교육, 문화, 학술 등으로 다변화될 것입니다.

금번 제10회 제주포럼에 하이난성 허시칭 부성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제주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양 지역간 문화축제 참가, 추사와 소동파의 유배 문화 조명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과학원과 제주발전연구원 간의 연구 교류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양 지역 간의 협력 관계 형성을 위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협력 범위와 도를 높여나가다 보면 서로 더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에서 바라보는 ‘중국통,’ 중국에서 바라보는 ‘한국통’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꼭 사람에 국한할 필요가 없으며, 지역도 서로가 서로를 높은 곳에서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망루’와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제주·중국 관계의 세 가지 향후 과제

지금 제주·중국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용중술'(用中術)입니다. 실용적으로 보자는 것입니 다. 실용이라는 것은 관념에 치우쳐 실제와는 무관하게 이론적으로만 사물을 바라보고 토론하기보다는 실제 그 사물에 나아가 그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바라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 몇 가지가 우리 도민사회에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국 바로 알기가 필요합니다. 제주.중국 간 관계를 실용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바르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 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자본을 중심으로 많은 이슈가 제기되었고 비판과 논쟁들이 있었으나, 논점과 시각들이 제주라는 좁은 공간적 울타리 안에 머무른 채, 제주인이 희망하는 관점에서, 현재적 시각에 국한하여 현상을 분석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제주가 바라는 시각과 관점에서 벗어나 이를 좀 더 객관화하고 시야를 확대하여 현재의 상황을 동적으로 파악하고, 미래를 토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의식의 개방성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명한 철학자 칼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저서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 사항도 의식의 확장입니다. 닫혀 있는 의식은 도그마에 빠지기 쉬우며, 건전하고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먼저 지식인 사회에서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자주 개최하고, 도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으며,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중국 정책 역량의 강화입니다.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기 전인 2010년 이전에는 전략과 정책적 관점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갈수록 중국의 對세계, 對한국, 對제주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고 이러한 흐름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그 흐름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습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생각 하에 올해 들어 제주발전연구원에 중국연구센터를 설치했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사회과학원과의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국 전략이 좀 더 체계적이고 심화되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싱크탱크는 단순히 제주발전연구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제주도 내 각 경제주체들이 나름대로 중국을 연구하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들을 깊이 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정 차원에서도 전문가 차원의 준비된 전략을 수용하여 이를 정책화하고 도정 역량을 통해 실천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년 초에 초보적 단계의 중국 협력팀을 설치하였고, 앞으로 대중국 교류협력 국면의 확대에 따라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對중국 바른 실천입니다. 제대로 알고, 바른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나서 할 일은 제대로 실천하여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성취해 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범도민적 에너지의 결집이 필요합니다.

인구나 규모 측면에서 제주가 전국의 1%라는 현실에 자조할 필요는 습니뇩?바른 전략과 정책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범도민적 역량을 발휘한다면, 1%의 제주는 50%, 100%로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제주 면적의 1/3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는 섬이라는 물리적 고립이 제주의 한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항공 노선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네트워크, 사이버 공간을 통한 물리적 공간의 초월 등 그 한계를 극복해 낼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제주의 시대'가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가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고, 제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빛깔로 제주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 받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주의 역량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키워나가야 합니다.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민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프로필
제주일고, 서울대 법대 졸- 사법시험 합격- 검사, 변호사- 16, 17, 18대 국회의원(서울 양천 갑) -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장, 최고위원, 사무총장- 제주도지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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