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내치의 연장'… 메르스 사태로 일각에서 한미 정상회담 연기론 제기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추진… 북한 도발·한일관계·사드 등 안보에 집중해야

휴스턴 일정 취소 및 대표단 규모 대폭 축소 검토 등으로 '실무 정상회담'으로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전옥현 서울대 초빙교수 칼럼] 최근 국내에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늑장 대응과 무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걷잡을수 없이 치솟으면서 6월1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 일각에서 한미 정상회담 연기론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근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개정 문제 등을 둘러싼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과 대립 등 국내 상황이 매우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정국의 급속한 냉각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4(한국갤럽 조사)~40.3%(리얼미터 조사)로 주저앉았고,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68.3%(리얼미터 조사)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아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관행을 돌이켜보면 우리 외교는 국격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국익과 안보를 내세우면서 정상회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즉, 정상회담에 대한 집착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뿐 아니라 바로 직전의 MB 정부도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마법처럼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철저한 대응 전략 마련해야

최근 국내 정국과 여야 간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국내 일각의 취소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정상회담 강행에 따른 우리 국내 일각의 불만과 부정적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가 러브콜을 받으면서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의 일방적 판단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군사적 억지 전략에 대한 한미 공조체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정책과 전략 방향을 도출해내야 한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도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추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요지의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사실 국내외 북한 문제 전문가와 관리들 사이에서도 오래 전부터 북한이 핵 고도화 작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의 핵 및 도발에 대한 한미공조 체제 진전시켜야

한미 양국 정상은 이번에야말로 기존의 6자회담 틀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고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제3의 극적인 협상 방식'을 탐색해내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핵 소형화·경량화·다종화 완성 시기가 눈앞에 다가온 급박한 현실을 고려해 북한의 비핵화 선행 조치 이행을 위한 최종적 '시한(Deadline) 설정'과 미국 전술 핵무기 한반도 재반입 등 다양한 외교적 제재와 군사적 압박 방안을 총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원칙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이와함께 최근 우리 통일부와 통일준비위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대북 유화론적 교류 조치에 대한 이해 제고와 함께 대북 대화 전략과 압박 정책에 대한 조율도 내실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도발 의존적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화보다는 압박 중심의 대북 로드맵 전략을 중점 설명해 한미 간 공조체제를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증축 공사를 완공함으로써 미국 동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12,000km 상당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서, 최근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동영상을 전격 공개하는 등 핵 소형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향후 3-5년 이내에 SLBM이 실전 배치될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연합 전력체제 수립 방안에 대해서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북 억지 및 북한 관리 정책은 확고한 한미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정상 간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수립될 때 그 실효성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다.

한일관계 전환 위한 미국의 협조 약속 받아내야

다음으로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출구 전략이 없어 보이는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일관계 경색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과 각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중재 외교 이외에는 별다른 실효적 외교 채널이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왜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한국의 입장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더 배려하는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미국 조야는 왜 오히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군사대국화를 위한 '보통국가화' 전략을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미국 정부 채널의 공식적 외교뿐 아니라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에서도 일본에 뒤지는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과 미일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확보하여 '신밀월 시대'의 개막을 보여주고 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한국 주권의 완전한 존중과 사전 동의 원칙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면 약속을 받아내는 것 또한 긴요하다.

'중국 경도론' 불식하고 사드에 대해 분명한 입장 밝혀야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보다는 중국을 중시하는 듯한 외교 행태를 보여왔다는 미국 측의 우려를 적극 불식시켜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베팅해야 한다” 고 공개 언급한 진의를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우리는 대미·대중 관계에서 '균형 외교'보다는 '동맹 외교 중시' 입장임을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체계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나 '3NO 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우리의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

사드에 관해서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현실적 위협 인식'을 고려하여 우리의 안보·국익 우선주의 및 안보주권 확보 원칙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배치 입장을 공식 천명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우리의 대미·대중 외교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줄 것이다. 바로 역발상이 필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휴스턴 일정 취소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 펴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예외 없이 한미 양자 차원의 이슈만이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국내 정국의 엄중한 상황과 우리 안보와 국익이 직결된 도전적인 외교안보 현안들을 종합 고려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특정 의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해 실효성이 있으면서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정상 간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또 정부는 핵심 안보 의제에 집중하는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되 일부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불요불급한 텍사스주 휴스턴 방문 일정(17~18일)은 취소하고, 동시에 대표단 규모도 대폭 축소해 정상 회담의 '실무적 성격'을 제고시키는 모양새를 갗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상 외교의 효율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전옥현 교수 프로필
대전고, 서울대 외교학과- 주 유엔대표부 공사-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 주 홍콩 총영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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