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00원 아침 메뉴 제공… 750명 학생들에게 매달 30만원 지원 등

성 총장, 보육원 출신 서울대생 2명에게 100만원씩 격려금 전달하기도

"역대 대통령, 어려운 가정이나 섬 출신… 경제적 장벽이 꿈 막지 않도록"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1일 오전 학생회관에서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배급받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제공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성낙인(65) 서울대 총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서울대가 확 달라지고 있다. 성 총장이 요즘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나 시골 출신 학생들이 다른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1일부터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시행한 '1,000원짜리 아침 메뉴'는 대표적 사례다. 1,000원짜리 메뉴 도입 첫날인 이날에만 평소(330여 명)의 두 배 가까운 596명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학생회관 식당을 찾았다. 서울대는 1,700원이던 학생회관 아침식사 가격을 1,000원으로 낮췄다. 아침식사의 원가는 2,100원이어서 1,700원도 결코 비싼 편은 아니었으나 대학측이 추가 부담해서 더 낮춘 것이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규칙적으로 식사하도록 유도하고, 식비에 드는 경제적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불고기, 상추절임 등으로 차려진 아침 식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이번 정책으로 서울대는 매년 2억 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 손실은 학교 측이 후생복지기금 등을 출연해 메울 계획이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는 "연간 8만5,000여 명이 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최대 20만 명까지 (일부 식사 비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총장과 주무열 총학생회장, 대학 관계자 등도 이날 오전 8시 30분 학생회관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성 총장은 "정신 건강에 필수인 건강한 신체를 위해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마련했다"며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무엇을 할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1,000원 짜리 메뉴 도입은 성 총장의 강한 의지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성 총장의 관심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취임할 때부터 '선한 지도자 양성'을 강조한 성 총장은 이번 학기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750여 명의 학생들에게 등록금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매달 30만 원의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선한 인재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성 총장은 2일 <데일리한국>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당장 의식주 문제 해결이 어려운 학생들은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생활비가 없어서 서너 건의 과외를 해야 하는 등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할애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줘서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매달 30만 원을 지원 받는 학생은 15만 원 가량의 기숙사비를 내고도 어느 정도 용돈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오른쪽)이 1일 오전 학생회관에서 주무열 총학생회장과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제공

성 총장의 '어려운 학생 챙기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 연말 학교에서 모금한 돈을 관악구의 한 보육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보육원 출신의 서울대 학생 2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의 학업 격려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홍보실은 "성 총장이 보육원 출신 학생들에게 격려금을 지원한 사실을 잘 모른다"고 전했다. 성 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부분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게 좋겠다"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성 총장은 다만 "보육원에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사교육 없이 오로지 학교 공부만으로 들어왔으므로 굉장히 높은 잠재력을 갖춘 인재라고 생각해 많은 격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성 총장이 소외 지역이나 빈곤 가정 출신 대학생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도 시골 출신인 성 총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성 총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중에는 섬·시골 출신이거나 어려운 가정 출신이 많다"면서 "어려운 환경 출신이지만 명석한 인재들이 적어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학업에 지장받지 않도록 해서 선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총장으로서의 사명이자 목표"라고 전했다. 성 총장은 "어려운 환경의 대학생 중에서도 역대 대통령 같은 큰 리더가 나올 수 있는데, 경제적 장벽이 이들의 꿈과 진로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총장은 먼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도 어촌 출신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 하의도 농민의 아들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산상고를 졸업했을 뿐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동지상고 야간반을 졸업한 뒤 대학을 나오지 않았느냐"고 상기시켰다.

성 총장은 경제적 부담이 학생들의 학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가장 경계했다. 취임 이후에 학교 장학금이나 복지 정책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 총장은 1,000원짜리 아침밥 제공에 대해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아침에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에 굶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체력이 있어야 학습 능률도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해 식비 부담을 줄여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아침에 따뜻한 국과 밥을 먹고 수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 총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의 학생들의 경우 하루 세끼 밥을 사 먹는 것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1,700원에 제공하고 있던 식사를 1,000원으로 내려 그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서울대 학생들을 향해 공동체적 가치라든가 공동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서울대 학생들이 선한 인재로서 사회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물질적 지원을 하기 위해 장학금을 만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성 총장은 "전국 삼천리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해 서울대에 입학시키고 싶다"면서 "적어도 그 학생들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낙인(65) 서울대 총장 프로필
경남 창녕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프랑스 파리2대학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서울대 법대 학장- 한국공법학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대검 진상규명위원장, 콘텐츠분쟁조정위원장, 경찰위원회 위원장- 세계헌법학회 한국지부 회장(현)- 서울대 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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