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전력화하면 한미 방어체계 무력화될 수도… 對 잠수함 공격무기 개발 서둘러야"
"김정은, 불안정한 통치기반과 한국 주도 남북관계에 불안감… 비대칭전력 개발에 주력"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11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발사 실험과 관련 "북한은 개발 완료가 임박한 핵탄두 소형화를 염두에 두고 이번 실험을 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수년 내에 SLBM을 전력화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대북 방어체계를 단번에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전 교수는 이날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SLBM 발사 실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한 뒤 "잠수함을 탐지하는 장비나 잠수함 공격용 무기의 도입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북한의 SLBM 실험뿐 아니라 함대함 미사일 발사 등 잇단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한 내에서의 불안정한 통치 기반과 맞물려 남북관계가 한국이 구상하는 틀 속으로 옮아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 대통령특사로 참석한 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새누리당 국회의원)가 현지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여러 차례 조우해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될 정도의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덕담 수준의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이 왜 위협적인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비록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그 개발 속도가 위협적이다. SLBM은 작년 11월 지상 발사에 성공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 지상 발사 미사일의 경우도 고정 발사대가 아닌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쏠 경우 탐지에 더 어려움이 있는데, 수중 발사는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북한은 개발 완료가 임박한 핵탄두 소형화를 염두에 두고 이번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은 "아직 초보적인 기술 수준"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북한이 수년 내에 SLBM 전력화에 성공할 경우 한·미의 대북 방어체계를 단번에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의 SLBM 개발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보이면 이를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을 개발 중이며, 또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SLBM은 어떤 시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발사되는지 위치나 궤적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KAMD나 킬체인 체계에서는 잠수함 발사가 아닌 기존처럼 지상에서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도 2020년대 중반에서 2030년대는 돼야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본격 나섰으니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 시기를 좀 더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잠수함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해상 초계기나 첨단 음속탐지기를 장착한 잠수함 개발 계획도 빨리 입안해야 한다."

-북한은 SLBM뿐 아니라 동해상에서 함대함 미사일 발사도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이 시점에서 잇단 무력 시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은 1위원장은 북한 내에서 통치 기반이 불안정한 것과 맞물려 남북관계가 한국이 구상하는 틀 속으로 옮아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강력한 비대칭 전력인 수중 발사 미사일을 개발해 한·미의 작전 능력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공개함으로써 위기 국면을 조성하고 남북관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김 위원장은 자신이 구상하는 남북관계 틀 속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과 구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같은 북한의 무력 시위는 성완종 사태 이후 혼란스런 국내 상황을 틈 타 지난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위축된 '종북 좌파' 세력에게 대정부 선동 투쟁을 강하게 재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좋은 의도로 비료 지원 등 일정 부분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악용해 국내의 종북 세력들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시킴으로써 대북 정책의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 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와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조우해 대화를 나눴다. 어떤 논의들이 오갔다고 보는가.

"특별히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상당한 수준의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자 정상회의에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윤 특보가 북한 권력 서열 2인자와 만나 덕담 수준의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북관계에서 김영남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국제정치학 전문가이자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인 윤 특보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측의 진정성 등 평소 본인이 갖고 있던 여러 생각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