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 위헌성 검토 부족으로 국민 기본권 침해, 헌재 업무량 과중 초래"

"부부 간 신고, 직무 무관한 사소한 접대·비공직자 처벌 등은 시행 전 개정해야"

"시행령 제정 때 가벌 행위 기준은 낮추되 범법자는 철저히 처벌하도록 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정부가 공포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헌법재판소(헌재) 전원 합의부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대한변협과 기자협회가 3월 초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지정재판부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헌재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 헌재 결정 나올지 불분명… 법률 효력 발생 후 결정이 관례

그러나 헌재의 결정이 이 법률의 시행 전에 나올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국회 입법도 공권력의 하나로 보고, 국회 입법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당사자의 헌법소원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에 청구인의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직접성이 있는지, 현재성이 있는지 등을 엄밀히 따져 왔다. 또 법률 효력 발생 전에 제기한 헌법소원도 법률의 효력 발생 후에 직접적 침해가 입증되는 경우에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권력에 의하여 권리가 침해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 사전적 구제를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행정소송법도 사전적 구제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기 위한 행정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으나 통과되지 않아 아직도 사전적 구제를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법률에서 예정한 구체적인 집행 행위를 매개로 하여 그 법률이 비로소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므로 개개의 국민은 먼저 일반 쟁송의 방법으로 구체적인 집행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절차를 밟는 것이 순서이고 이는 최후ㆍ보충적인 기본권 구제 수단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의 본질로부터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다'(헌재 결정 2006. 4. 27. 2004헌마562)라고 결정한 바가 있다.

국민 기본권 지키고 헌재 업무량 줄이려면 입법 합헌성 심사 필수

속칭 '김영란 법'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문위원 사전 검토에 의해 위헌성 논란이 있을 것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입법된 면이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입법의 위헌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은 일이 많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헌재의 공직선거법 위헌 결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합헌적인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이 국회 재의결을 이끌어내지 못해 효력 상실된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야간집회 제한 법률이 폐지되어 이제 심야나 조조에도 집회·시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야간집회 제한 조항은 추가되어야 한다.

국회는 헌재의 업무량을 줄이고 입법부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도 입법의 합헌성 심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하겠다.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 국민은 그 법률의 집행에 따라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일반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사 제청 신청을 하여 비로소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과잉금지 위반' 규정은 시행 전 개정돼야… 부부 간 신고· 비공직자 처벌 등

국회는 헌법을 개정할 때 추상적 규범통제, 예방적 위헌심사 제도까지 도입하여 국회 소수파, 변호사단체, 정부기관, 시민단체들이 직접 위헌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독일이나 프랑스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헌재의 구체적 규범심사 제도에서는 변호사단체나 시민단체는 헌법소원조차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은 '김영란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부 간의 신고 규정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소한 접대 행위 처벌, 대상을 비공무원까지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해 그 적용 과정에서 인권 침해 행위가 야기될 수 있는 점 등은 과잉금지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행 전이라도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행령 제정 때 가벌 행위 기준은 낮추되 범법자는 철저히 처벌하도록

정부는 이 법이 남용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국민 의사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에서 상당한 비리를 적발하여 기소함으로써 청렴사회를 향해 일보를 내디딘 것으로 보인다. 부패방지 법령의 시행 과정에서도 국민 의사에 합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가벌 행위의 기준은 낮추되 범법자는 철저히 적발·처벌하도록 하여 부패 행위를 근절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 여망에 부합하고, 국민의 준법 의식을 고양하는 길이다.

또 청렴한 공무원을 표창하는 등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처럼 공무원이 부패하지 않고 국민의 존경을 받도록 훈련해야 할 것이며 공무원의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하여 공무원연금 제도와 함께 공무원 사적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연구ㆍ검토하여야 하겠다.

국회의원의 청탁 처벌 대상 제외는 잘못… 미국식 로비 공개 제도 검토해야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의 청탁 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의 행위라고 하지만 이러한 행위도 완전 공개하여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로비스트 행위를 허가하도록 하고 로비스트를 등록하게 하며 로비 행위를 공개하여 선출직 공무원의 청탁 행위도 국민의 감독을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예를 보면 그동안 선출직 의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로비가 심하여 수차례 법률을 제정하여 불법 로비를 방지해 왔다. 1946년의 연방 로비 규제법에서 시작하여 1995년의 로비 공개법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 등에 대한 로비 금지에서 로비 공개로 제도가 발전되고 있다. 2007년에는 로비윤리법을 만들어 로비스트로부터 받은 자금이나 기타 혜택을 완전 공개하고 있다. 로비스트는 매 3개월마다 그가 준 선물이나 혜택을 공개해야 하며 로비스트는 20달러를 초과한 선물은 보고해야 하며 로비스트로부터의 선물은 연간 총 100달러를 초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보고를 하지 않으면 10만 달러의 벌과금을 물게 하고 있으며 형사범은 10년 이하의 징역과 20만 달러의 벌금을 병과하게 하고 있다. 로비스트를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선출직 공무원이나 일반 공무원의 부정부패 행위가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로비법을 참작하여 로비윤리법을 만들어 임명직 공무원과 선출직 공무원의 부패 방지를 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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