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점도시 만들어 청년이 모여드는 도시 만들 터"

"노사 문제 해결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할 것"

"재보선 광주 선택은 '호남 정치'에 응답하는 사람이 될 것"

윤장현 광주시장은 30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의 생존은 미래 먹거리 문제에 달렸다"며 "자동차·에너지·문화라는 큰 방향성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mount3232@naver.com / 정리= 조옥희 기자]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30일 광주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광주의 자랑스런 역사의 후손들이 외로운 섬의 후손들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그만큼 그는 광주의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청년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일이야말로 광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윤 시장은 이날 광주시청에서 가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의 생존은 미래 먹거리 문제에 달렸다”면서 “자동차·에너지·문화라는 큰 방향성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여의 남은 임기 동안 시정의 중심 축을 광주의 경제 발전에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시장은 “호남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없이 중앙 정부에만 의존하는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면서 “광주를 미래를 위한 창조와 참여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취임 9개월이 지났다. 광주의 비전을 보다 구체화할 시기인데.

“광주는 ‘역사성이 있는 도시’라는 정체성을 지녔다. 그러나 미래에는 정체성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결국 미래 먹거리인 일자리 창출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산업, 한전 에너지산업,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문화산업 등을 광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삼고 있다.”

-광주의 자동차 산업 육성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문제에서 나는 ‘초짜’가 아니다. 과거 NGO에서 일할 당시 기아자동차 부도(1998년)가 났다. 2,000여명이 해고되는 등 지역 경제에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때부터 지역 경영이라는 공부를 했다. 이후에는 기아차 살리기 범시민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기아차와 함께 일을 해왔다. 광주는 이미 62만대의 자동차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100만대 생산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도 동계올림픽에서 ‘수소차 시대’ 선언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어딘가에서 수소차나 전기차 등을 만들고 있다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친환경 자동차 산업 선도 도시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현대·기아차와 정부가 이에 동의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건립도 이에 따른 것이다.”

-기업도시로 탈바꿈해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는 목표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자동차 산업에서는 행정이나 정치가 결정하는 부분보다 세계 시장이 결정하는 측면이 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받는 임금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 공장을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노사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협약 임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사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나가는 환경을 만들면 기업의 일자리 창출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많아서 그런지 노사합의 문제에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잘할 수 있다기보다 현장을 가까이 봐왔다는 과거 학습이 자산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를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남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없이 중앙 정부에만 의존하는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자랑스러웠던 민주화의 도시에서, 또 다른 인식으로는 저항의 도시에서 미래를 위한 창조와 참여의 도시로 바꿔내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자동차 산업 ,청년 인재 육성 등을 위한 사업통합추진단을 만들어 사회적 갈등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플어나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을 설득해 지역이 부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차이나 프랜들리’를 강조했는데.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 과정에서도 확인됐듯이 유럽이나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중국의 실체와 역할, 책임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중국에 대한 인식 수준은 아직 이에 못미치고 있다. 그저 ‘메이드 인 차이나는 물건이 싸고 질이 않좋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실상과 국제적 위상·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후세들이 만날 중국은 지금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을 정확히 이해하고 서로 교류하고 선제적으로 가야 한다. 광주·전남의 경우 가령 상해와의 거리는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는 신(新)황해권 시대가 될 텐데 문화 교류부터 다음 세대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일이 절실하다. 단순히 중국 관광객인 '요우커' 몇 명 더 유치하는 차원이 아니다.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중국에 대해 접근하자는 것이다.”

윤 시장은 또 "내가 해야할 일은 광주를 민주화의 도시, 저항의 도시에서 참여·창조의 도시로 바꿔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긴 아쉬움과 3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걱정 사이에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열리는 최초·최대의 국제행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스포츠 말고도 이렇게 많은 수가 광주·전남을 찾아오는 행사는 거의 유치한 적이 없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선수촌의 경우 국제 스포츠 사상 최초로 도심 재개발 모델을 도입했다. 이미 입주자들은 결정됐고 대회가 끝나고 나면 그분들이 다시 입주하는 선제적 모델을 만들었다. 경기장은 69개 중에 4개만 신축했고 나머지는 광주·전남·전북에 있는 모든 시설들의 개보수를 통해 쓰는 식으로 했다. 정부로부터 예산 승인 받은 건 8,100억원이었다. 예전엔 대개 금액을 초과해 쓰곤 했다. 인천만 해도 아시안게임 메인 경기장 짓는 데 1조 3,000억원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6,500억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고 있다. 행사는 지방 재정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 인천도 이 문제로 논란이 있었고, 평창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 북한 팀 108명이 참여하기로 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광주의 U대회를 최고 수준으로 치러낼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가 한몸으로 뛰고 있다.”

-정치 이야기를 해보자. 정동영 전 장관이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고 이 여파가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장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이다. 정치를 계획해보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내 경험으로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나는 새정치를 위해 후보로까지 나섰고 나와 함께 경쟁했던 분들은 장관과 국회의원 등을 지낸 인사들이었다. 나는 능수능란한 정치가도 아니고 행정가도 아닌데 광주시민들은 상당한 표 차이로 나를 선택했다. 의사이자 NGO 출신인 나를 택한 건 다른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이번 보선도 어떤 인물인지가 선택 기준의 한 요소는 되겠지만, 결국은 호남 정치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지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거기에 응답하는 후보와 정당을 시민들이 선택할 것으로 본다.”

-안철수 전 대표 계보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알다시피 난 정치를 안 했고 계보가 없다. 문 대표와는 참여정부 시절 함께 교감했던 인연이 있다. 문 대표에 대해서는 경선 과정과 대표가 된 이후 공약한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많은 광주시민과 호남인들이 진정성을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과 관련해 문 대표는 모든 법의 우선 순위에 이 법을 두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광주 U대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서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D-100 홍보탑을 세웠는데 문 대표가 직접 참석해 U대회가 평화로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지도 피력해줘 정말 고마웠다. 더군다나 지금은 나나 안 전 대표나, 문 대표도 계파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국민은 경제 문제로 깊이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응답해야 하는 입장이다.”

-광주시 인사 문제를 놓고 잡음이 들린다.

“(정무특보) 해당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주위에서 여러 의견들을 제시하길래 일일이 확인하느라 좀 늦어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러 풍문들이 사실이 아닌 걸로 최종 확인돼 오늘(30일) 임명했다. 행정부시장 인사의 경우 중앙에서 인사혁신처하고 국민안전처가 (부시장) 후보자감을 먼저 (다른 자리로) 뽑는 통에 좀 늦어지고 있다. 인사와 관련해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좀 더 정교하고 진정성 있게 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시정을 이끌어갈 각오를 말해 달라.

“크게 말하면 광주 정신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미래 진행형으로 갈 수 있게 살려나가는 것, 소수자와 약자를 어떻게 보호해나가는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실제 우리는 전국에서 최초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사와 공단도 앞으로 해나갈 것이다. 1980년 5월에 싸웠던 광주만이 할 수 있는, 다른 도시들이 할 수 없는 미래 진행형이고 보편적 가치로 승화될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제 목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안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폄하들과 오도된 구조는 용납할 수 없다. 광주의 자랑스런 역사의 후손들이 외로운 섬의 후손들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역사는 바로 세우되 이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게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청년의 눈물을 닦는 일이야말로 광주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일이다. 노사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서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고 광주와 전남이 상생하는 큰 구도를 그려나가겠다.”

■윤장현 광주시장 프로필
광주 출생(66세) - 조선대 의대(의학박사)-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경영자문위원-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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