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함께 사진 찍으려 몰려드는 학생들, '한류 아이돌' 부럽지 않은 느낌

필리핀 하원의장 부인도 '코리아노벨라'(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얘기 들어

베트남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베트남 개혁·개방정책 설명해달라" 주문

정의화 국회의장
*편집자 주=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필리핀과 베트남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차원에서 중남미/일본/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라오스/미국 방문 리포트에 이어 이번에 '필리핀·베트남 방문 리포트'를 써서 데일리한국에 특별 기고를 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필리핀·베트남 방문 리포트]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 인연이 많은 나라로 필리핀과 베트남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필리핀과 베트남을 방문했다. 1월 미얀마, 라오스 방문에 이어 한·아세안 협력관계를 보다 심화시키고 동남아 주요국 의회 정상과의 교류 확대 차원에서 찾게 됐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각각 인구 1억명의 인구 대국이자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신흥시장이다. 또 한류를 통한 문화교류 대상국이기도 하다. 두 나라는 아세안의 주축국가로서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방문국인 필리핀은 아세안의 창설 회원국이자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이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전통 우방국이기도 하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는 한국전에 참여한 용사들을 기리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아키노 대통령 등 필리핀의 주요 지도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우리 동포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의화(왼쪽)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아키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국회 대변인실 제공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한국인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

3월 16일 아키노 대통령(Benigno S. Aquino Ⅲ)과 드릴론 (Franklin M, Drilom) 상원의장, 펠리시아노 벨몬테(Feliciano Belmonte)하원의장과 연쇄회담을 가졌다. 하루에 소화하기에는 벅찬 일정이었지만, 주요 정치지도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의회 차원의 외교 활동을 통한 양국의 우호협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날 회담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바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 문제였다. 필리핀 경찰청에서 ‘코리아 데스크’를 운영하면서 한국인 보호에 앞장서고 있지만, 필리핀의 불법 총기 유통, 법집행기관의 공권력 약화로 인한 치안 불안, 우리나라 도피 사범의 증가 등으로 인해 매년 10여 명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필리핀에서 피살되고 있는 현실이다.(2013년 12명, 2014년 10명) 또 필리핀에는 약 8만 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으며, 세부·보라카이 등 필리핀 휴양지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 국민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을 시사해준다.

필리핀 주요 정치인들과의 만남에서 이러한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해 아키노 대통령은 “반군 무장단체 등 치안불안세력의 퇴치 작전을 통해 앞으로 외국인들이 치안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벨몬테 하원의장은 “필리핀 하원에서 논의 중인 이민법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필리핀 측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자국민에 대한 보호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국가의 사명이다. 주요 지도자들을 향한 거듭된 당부를 통해 이번 필리핀 방문의 최대 목적이었던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필리핀에서 논의 중인 이민법에 대해서도 우리 의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드릴론 상원의장 “한국·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희망”
필리핀 하원, ‘한·필리핀 관계 협력 강화 결의문’ 전달

필리핀 상·하원을 방문한 우리 방문단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특히, 드릴론 상원의장은 지난 1월 상원에서 한·필 관계의 중요성과 2013년 말 하이옌 태풍 피해 당시 첫 번째로 복구 지원에 나선 한국의 아라우 부대에 감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밝히며, 결의안 사본을 전달했다. 또한 하원은 우리 방문단이 본회의를 참관하는 동안 양국 간 우호협력과 양국 국민의 평화·자유·민주주의·화합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본회의장에서 이를 직접 전달해주었다. 예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파격적인 예우를 갖춘 것이다. 결의문을 전달받는 순간 우리나라와 필리핀이 진정으로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음을 실감했으며,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의 영예와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한·아세안 협력 관계 심화를 위해서도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드릴론 상원의장은 한국 기업이 필리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한·필 관계가 한걸음 더 나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길 희망했다. 나 또한 필리핀과의 우호관계는 한층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구 1억 명의 신흥시장으로서 가진 성장 잠재력과 한류를 통한 활발한 문화교류 대상국임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우리와 피를 나눈 혈맹국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우리의 전통적 우방국으로서 한국전쟁에 7천4백여명의 군인이 참전했고, 이 가운데 160여명의 젊은 군인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나라이다. 당시 필리핀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은혜를 잊지 않는, 보은의 나라로서 이러한 사실을 깊이 새길 것이다. 우리 순방단은 회담에 앞서 필리핀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용사들의 넋을 기렸다. 그리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보도를 통해 다시 한번 필리핀의 고마움을 느끼기를 기원했다. 한·필 양국 간에도 전통적 우호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조만간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의화(왼쪽)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정의장은 상 주석에게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적극적 역할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사진=국회 대변인실 제공

베트남 국회 신청사 완공 이후 최초의 공식 방문단
베트남 지도자들, “한·베트남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가야”

두 번째 목적지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5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둘러본 하노이의 외관은 5년 전과 비교해 경이로울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 항상 근면하고 성실하며 용기 있는 민족이라고 생각해왔다. '아시아의 승천하는 용'이라는 표현이 앞으로 더욱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하고 2009년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래 정무, 경제, 사회·문화, 개발협력,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응웬 신 흥 베트남 국회의장은 2년 전 방한하여 한·베 국회 간 협력 MOU를 체결했다. 흥 의장과 쫑 서기장, 상 국가주석 등 베트남의 주요 정치지도자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심화된 관계 증진을 위한 강렬한 희망을 전달했다. 베트남을 방문하기에 앞서 전임 강창희 국회의장과 흥 의장의 회담 자료, 양국 국회 간 협력 MOU 협정서를 비롯한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고 베트남과의 확고한 관계 증진 필요성을 느꼈던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러한 공감대에 따라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양국 관계를 국방·안보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는 향후 한·베트남 관계 증진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흥 국회의장과의 회담이 이루어진 베트남 국회는 지난해 10월 완공된 신청사로서 공식 초청 인사로는 우리 방문단이 처음이라고 한다. 신청사는 규모면에서도 중국 인민대회당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다. 대륙의 기질을 느낄 정도였다. 새로운 청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대한민국 방문단을 맞이하는 베트남 의회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호치민 묘소에 헌화했다. 원래 일정에는 없었으나, 평생 베트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청렴하게 살았던 호치민의 모습은 전세계 모든 지도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호치민 묘소 헌화를 통해 베트남 전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사돈의 나라' 베트남, 같은 한자·유교 문화권으로서 유대감 느껴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상당히 깊다. 800년 전 우리나라에는 베트남 리 왕조로부터 전래된 화산 이씨가 있다. 한국에는 현재 6만 여명의 베트남 신부들도 있다. 양국은 혹독한 식민지 시대를 거쳤고, 외세에 의해 국토가 분단되는 쓰라린 아픔도 겪었다.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치르는 동족 상잔의 비극도 경험했고, 불굴의 독립 의지와 민족 정통성에 대한 높은 자긍심, 그리고 성실한 국민성 등 이렇게 닮은 민족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서 효(孝)라는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한 유교적 문화와 관계는 양국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히 이어주고 있다. 특히, 성실·근면하고 두뇌가 좋으며 자녀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의 여성들은 과거 우리의 어머니들을 연상케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뒷받침했듯 베트남 여성들이 있어서 베트남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이러한 동질감 외에도 베트남은 우리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나라로서 더욱 지극 정성으로 대해야 한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물론 국내의 베트남 신부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은 대한민국과 베트남 양국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베트남 개혁·개방 정책 설명해달라” 주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베트남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만 7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베트남이 북한의 개방·개혁을 위한 귀감이 되어 북한의 정상국가화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을 해오면서 아주 부강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데, 북한도 이에 자극받아 정상국가로 세계에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 역사적 관계가 깊은 베트남만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적임 국가임을 거듭 강조했다.

상 국가주석도 “2012년 김영남 상임위원장 방문 당시 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을 환영하며 만날 때마다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라오스 방문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북한의 개방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음으로써 향후 북한의 변화, 남북관계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우리 한국이 분단국가가 아닌 통일 대한민국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꼈던 베트남 호치민 국립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국회 대변인실 제공

호치민 국립대에서 '한류 아이돌' 부럽지 않은 느낌

중국의 주역을 살펴보면 나의 이름과 관련된 뜻 깊은 문구가 있다. 의(義)로써 화(和)를 이루면 모두에게 이롭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신의를 가지고 조화를 이루어가면 세계 평화·공영을 위해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순방 일정 동안 한국과 베트남은 양국의 번영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번영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를 전했다. 상호 협력을 통한 번영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면 동북아시아에서는 한국,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역내 중견국으로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서는 베트남 지도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한류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호치민 국립대학교 특별 강연에서는 아직도 눈앞에 생생할 정도로 학생들의 호응이 아주 뜨거웠다.

호치민 국립대학교는 해외 대학 중 최초로 한국학과를 한국학부로 승격시킨 대학이다. 강연을 청취하는 자세, 한국어로 질문하는 모습 등에서 이 곳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국회의장과 함께 촬영하고 싶어 몰려드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한류 아이돌' 부럽지 않은 순간을 느끼기도 했다.

아세안 국가들을 둘러보고 그곳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잠재력이 대단히 크고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친근감이 매우 강하게 전해진다. 필리핀 벨몬테 하원의장의 부인이 코리아노벨라(한국 드라마의 필리핀 명칭)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나 호치민 국립대에서의 열정적인 호응 등 아세안 국가에서의 한류 열기 또한 그대로 느껴졌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는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특히 아세안은 올 연말 경제공동체로 출범을 앞두고 있어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앞으로 아세안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한국과 아세안이 동아시아 시대의 주역이자 동반자로 우뚝서게 되길 기대해본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19대 후반기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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