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국가 혁신과 통일 준비 ⑤]

MB정부 당시 영수회담 직후 "더 좋을 순 없다"… 실제론 최악으로 전개

허망한 영수회담 피하려면 회담 의도 성찰, 형식 타파, 자세 전환 필요

국가 과제 놓고 합의 도출하고 비전 제시하는 정치인에게 미래 있다

정장선 전 국회의원
[정장선 전 의원 칼럼] 우리나라처럼 국가 지도자들이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고 나면 사이가 더 나빠지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가 만나고 나면 정국이 더 나빠지는 일이 비일비재다. 2008년 9월 2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정세균 야당 대표가 만나 처음에는 8개항 합의문까지 만들어 발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했고, 야당 대변인은 "할 말을 다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역시나 여야는 청와대 합의를 비웃듯 정부·여당의 종부세 인하 추진을 계기로 바로 전쟁에 돌입해 MB정부 내내 싸움만 했다. 2011년 6월, 33개월 만에 만난 MB와 손학규 야당 대표는 합의문은 커녕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회담을 끝냈다. 이후 여야는 최악의 상태로 18대 국회를 마감했다.

MB 때 영수회담 직후 "더 좋을 순 없다"… 실제론 관계 더 악화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만났다.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 등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판이해 회담 다음날부터 서로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과거를 그대로 답습했다. 이런 '영수회담'이 필요한지, 언제까지 이런 회담을 계속할 것인지 국민은 짜증을 내면서 묻고 싶을 것이다.

여야는 국가 정책 전반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지지 계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와대에서 만나도 논쟁이 있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 최고지도자들이 만나면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해 합의 하나 못하고 다투기만 하고 오히려 정국이 더 경색된다면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수회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먼저, 소위 영수회담을 왜 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영수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은 "소통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니까 야당 대표를 만나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함으로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뜻에 국한한 것은 아닌지, 야당 지도자는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대등한 지위를 보여주는데 더 큰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번번이 나올 수는 없다. 양측은 영수회담을 허망한 회담이라고 비웃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형식을 벗어나 대통령과 여야 인사들이 수시로 만나야

둘째, 형식을 타파해야 한다. 요즘은 영수회담이라고 언론에서도 잘 쓰지는 않지만 내용은 없고 권위만 가지려는 것은 구태다. 대통령 해외 순방 설명 등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만 만나거나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만나는 이벤트 같은 회담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서로 수시로 만나야 한다. 대통령이 여야와 같이 만나기도 하고, 야당만 만나기도 해야 한다. 또 청와대 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심지어는 야당 당사에서도 만나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가 정상 간의 만남에도 공식·비공식 회담, 실무회담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여야 대표를 수시로 만나고, 여야 의원들과 골프를 치기도 한 것이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야당 당사에서 18시간 회담을 가진 것도 시사점이 크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자세 전환해서 역지사지해야

셋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가 아닌 행정부 수반으로 국정을 같이 논의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듣고, 좋은 의견은 수용한다는 기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에게도 일방적으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킨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절망하고 용기를 잃어가는 국민들에게 국가 최고지도자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식 대전환해서 실천하는 정치인에게 미래 있어

이와함께 우리 여야 정치인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는 과거의 행태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음을 무수히 목도하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 사건은 이제 재벌 총수일가의 과거 인식이 더 이상 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재벌 체제에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검찰도 그동안 종합선물세트식으로 온갖 추행을 다 보여주었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검찰도 더 이상 변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온갖 국방 비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획기적인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이 정치이다. 어찌 스스로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지금 경제적으로, 국가 안보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 빈부 격차, 경제 불확실성에 주변 열강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등이 겹치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고 사회 전반에서 갈등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행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하면서도 국가가 직면한 중요 과제를 놓고는 과감하게 합의를 도출해내고 미래를 향한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로 적극 전환해야 한다. 이를 과감히 실천하는 정치인에게 미래가 있다. 지금 국민은 이런 정치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장선 전 의원 프로필
중동고, 성균관대, 연세대 행정학 석사- 16,17,18대 국회의원(경기 평택 을)- 열린우리당 정책위부의장-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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