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국가 혁신과 통일 준비①]

올해 통일 준비 못하면 내년은 총선… 통일 문제 시야에서 사라진다

통일 준비하려면 국민 공감대 형성에 이어 북 주민 마음에 다가가야

5·24조치 중요하지 않아… 남측 주민의 북측 방문 신고제로 전환해야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
*편집자 주= 한국미디어네트워크가 발간하는 데일리한국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핵심 어젠다인 '국가 혁신과 통일 준비'를 주제로 심층적인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번에는 '통일은 대박이다'(2012년, 한우리통일출판)란 책을 써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영향을 준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의 글을 게재합니다.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 칼럼] 근래 각처에서 통일 준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올해는 광복·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는 언급으로 국민들의 통일의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후 1년을 넘기며 이제 대통령 취임 3년 차로 접어드는 과정에 있다. 이제는 통일을 향하여 무언가 구체적인 일들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이제는 그 동안의 구상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할 때이다. 드레스덴 구상 이후 세월호 참사에 국정 전체가 매몰돼 아무 일도 못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안 통일로 가는 작업을 아무 것도 못하고 지나쳐 오게 된 것은 잘된 일이 아니다.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조차 모두 놓쳐버리고만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그냥 넘기면 내년은 총선… 통일 문제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제 다가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3년 차 전반기를 종래와 같이 남북 간에 서로 밀고당기는 형태로 그럭저럭 지내버리고 만다면, 내년에는 바로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통일 문제는 더 이상 세간의 관심사가 되기도 어렵거니와, 통일 문제는 결국 사실상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통일을 앞에 놓고 우리가 당면한 일은 통일을 만들어내는 일과 통일 후 안정된 국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통일을 만들어내려면 우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

여기에서는 우선 통일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보기로 한다. 요약하자면, 통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통일을 반드시 이뤄내야 되겠다는 확실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그 바탕 위에 통일로 가는 실제적 핵심 요체는 북측 주민들의 민심을 이끌어오는 것이다.

통일은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안보는 물론 기본이다. 종래와 같이 국민들의 생각을 안보 차원에만 묶어둔다면 현상 유지는 되지만 통일은 없다, 굳건한 안보의 틀을 기초로 통일은 남한에 사는 국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내는 것이다. 통일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통일 의지로 결집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2014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을 분수령으로 이제 국민들은 통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최근 5년 사이에 52%에서 82%로 급격하게 뛰어오르는 놀라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무적이다.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면 모두가 다시 물거품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의식 속에 통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당위론적인 논리나 소망만 가지고는 통일로 가는 열정을 이끌어내기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여기에 통일대박론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다. 국민들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천문학적인 통일비용 뉴스를 접하면서 내심 자연스럽게 통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전체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기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이래서는 통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사이비 통일대박론' '무늬만 통일대박론' 경계해야

그런데 실상을 확실하게 파헤쳐 보면 우리는 통일비용을 과중한 부담 없이 성공적으로 감당해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더욱이 통일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큰 이득이다. 경제적 측면 한가지만 본다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일을 기어코 만들어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모든 국민들이 실감있게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사이비 통일대박론'이나 '무늬만 통일대박론'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면 안 된다.

진정한 통일대박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 통일 후 10년의 남북 소득 조정 기간에는 남북의 경제체제를 분리 운영하고, 북측에서는 별도로 계획경제의 틀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다. 두 번째로 북측의 경제성장에 소요되는 일체의 실물자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모두 남측에서 직접 생산·공급하는 바이코리안 정책(Buy Korean Products Policy)을 택한다. 그러나 통일준비위 일각에서는 남북 통일 직후부터 북한이 시장경제를 택해 곧바로 4%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사이비 대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남측의 은행과 기업이 조성한 통일비용이 북측의 노동력·지하자원과 결합해 곧바로 북한의 소득을 1만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는 '무늬만 대박론'이라고 한다.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모든 동포들의 열망이 함께 녹아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면서도 당연한 수순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통일 의지를 이해시키면서 협조를 구하기 위해 해외 애국 동포들의 역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게 우리의 통일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르는 맞춤형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북측 주민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실제 행동이 중요

그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북측 주민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통일은 결국 그들의 손을 따라 오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력통일은 현실성이 없고, 정치협상에 의한 통일은 사실상 성립되기도 어렵거니와 실제로도 무의미하다. 따라서 종국적으로 통일 여부에 관한 결정은 결국 북측 일반 주민들의 향배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재로서는 무자비한 북 정권의 압제 속에 숨도 크게 쉬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 무기력한 북측 주민들의 실상을 보면서 무슨 북한 주민 타령이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바로 그 북한 주민들이 그 정권을 밑에서 떠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존재할 수 있다. 김씨 왕조에서 3대째 내려 오면서 “이밥에 고깃국” 약속 정도가 고작인, 허구와 허상의 이념 속에 개인숭배만 있고 자유도 박탈 당한 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야릇한 체제의 굴레로부터 주민들이 벗어나오게 될 때, 그 체제와 정권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불가피하게라도 그 정권과 주민이 밀착되어 있는 한 북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북한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하지하책이다. 통일된 후에 북의 누구라도 모두 남한의 우리와 함께 잘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쓸데 없이 통일 후 처벌이나 국제형사재판소 운운하는 것은 황당한 패착일 뿐이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도 남조선 사람들처럼 저렇게 자유를 누리며, 저들처럼 저렇게 경제적 여유를 갖고 진정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다면...” 하는 부러운 마음이 우러나오기 시작할 때 통일의 단초가 열리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R이론의 구도 속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2원화하여 대처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 돼야 한다. 북한 정권에 대하여는 무력 침공과 사상 공작에 따라 한반도 전역을 공산화시키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보 태세를 철저히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통일 시까지 외형적 평화가 유지되도록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동시에 남한 정부와 국민들은 북한 주민들에 대하여는 그들의 피부에 닿을 수 있는, 직접 도움되는 일들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민심이 남측으로 돌아서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①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 ②외부세계 정보 유입, ③과학기술 교류협력이 위주가 되는 삼각구도가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레스덴 구상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이제는 보다 본격적인 실제 수순이 뒤따라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사회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물자 자체보다 그와 함께 묻어 들어가는 남한 정부와 국민의 진정성에 따르는 신뢰 구축이 결국 일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선 통일준비위원회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통일 후 북한 지역 개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통일 전에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들어가는 것도 이 청사진에 따라서 진행돼야 하고, 통일 후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 정권과 주민 분리 대처하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사회 인프라 투자가 무리 없이 진행되기 위하여는, R이론을 기본 체계로 하여 북 정권과 북 주민을 분리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남북 경제교류협력에서 정경 분리 구도가 자리잡도록 준비해야 한다. 정치 기류나 군사적 긴장관계 때문에 경제관계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일을 망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북측과 같은 선상에서 밀고당기는 냉전시대 방식 위주로 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5·24 대북 제재조치 같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명분에 사로잡혀서는 일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집착하며 그 난리들인가? 지금은 전쟁 상태이다. 휴전일 뿐이다. 북 정권 입장에서 약속을 파기해버리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른다는 말인가? 북 정권은 지금 자존심과 궤변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 우리는 북에 대하여 동일 선상에서 일 대 일로 맞대응 하는 좁은 소견을 버리고, 명분보다는 실사구시의 길로 가야 한다.

명분에 집착 말고, 남측 주민의 북측 방문 신고제로 전환해야

이제는 종래의 방어대형으로부터 통일을 지향하는 적극대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세기 냉전시대의 방어 위주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 반공법에 얽매어 오히려 선량한 남한 주민들만 주눅들게 만들어서는 통일을 앞당길 수 없다. 간첩이나 사상범 잡는 일이 반드시 반공법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공직자 편의 위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근래 나타나는 바와 같이 법 자체는 강하게, 법 적용은 느슨하게 하는 방법은 현명하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남측 주민이 북측을 방문하는 데는 허가 제도가 아니라 신고 제도로 바꾸어 주는 것이 좋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면 우리는 영원히 장맛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통일을 평화적으로 무난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에 해당하는 수순들이다. 이 과정이 착실히 진행되는 동안 어느 시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손에 의해서 통일의 단초가 풀려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견된다.

■ 신창민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미국 남가주대 경제학석사- 미국 클레어몬트대 경제학박사- 중앙대 경영대학장-사단법인 통일경제연구협회 초대 이사장- 중앙대 민족통일연구소 초대 소장-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현)- 사단법인 한우리 통일연구원 초대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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