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한의원과 포드사에서 배울 교훈은?… 임금 인상이 오히려 이익

한국 경제의 악순환 고리 속에서 기업인들은 '반기업 정서' 탓 돌려

'땅콩 회항' 등으로 반기업 정서 확산… 기업인 존경받는 사회로 가야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칼럼] 얼마 전에 사석에서 들은 이야기다. 한 친구가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껴 한의원을 찾을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의원이 뭐 특별한 곳이 있겠느냐며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려 했는데, 그의 아내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A한의원이 정말 좋으니 그곳으로 가보라며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일까, 굳이 시간을 들여 간 A한의원도 간호사가 다른 곳들에 비해 친절했다는 점을 빼면 별다른 차이점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소문 때문인지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생각이 더 컸다.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이 한의원이 왜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지 궁금했던 그는 침을 놓고 있던 한의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성공 비결을 물어보았다. 한의사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간호사에게 두 배의 월급을 주고 있습니다.”

임금 인상으로 생산성 높인 헨리 포드 사례에서 배워야

그 이야기를 듣자 경제학을 공부할 당시 들었던 헨리 포드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님을 간파한 경영자 중 한 사람이었다. 1914년, 그는 포드 노동자들의 임금을 2달러대에서 5달러로 파격적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임금을 올리면서도 노동시간은 일일 9시간에서 8시간으로 거꾸로 한 시간 줄였다.

그렇다고 포드가 근로자들의 복지에 지대한 관심을 둔 경영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노동운동을 적극 반대했고, 노조를 탄압했다. 즉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가인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포드의 생각은 옳았다. 포드사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내가 포드에서 해고된다면 결코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일했고, 확실한 동기 부여를 얻은 근로자들은 투자한 이상의 성과를 냈던 것이다.

다시 2015년의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올린 아르바이트생의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소재로 삼은 광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알바(아르바이트생)가 갑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올해 최저임금은 5,580원’, ‘야간수당은 시급의 1.5배’, ‘고용주의 인격 모독을 마냥 참고 있지 말라’는 세 편으로 구성된 광고였다.

그런데 일부 자영업자들이 이 광고를 못마땅해 한 모양이다.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지난 4일 ‘알바가 갑이다’라는 TV광고 시리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 항의문을 발표했고, 한 사업주는 광고를 올렸던 사이트를 패러디한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는 등 강한 반발이 잇달았다. 이들은 해당 광고로 인해 정직한 생계형 자영업자들마저 최저임금조차 주기 싫은 악덕업주로 매도되고 있다며 이번 광고가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모든 매체에서 광고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결국 5일 해당 사이트는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가장 거셌던 ‘야간수당’ 편에 대해 TV광고를 중단했다.

당연히 여론은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 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호들갑이냐,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악덕업주이며 갑질 중의 갑질이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명분에서 뒤진 자영업자들이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영업자들과 아르바이트생의 갈등이 아닌 더 큰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아르바이트생의 정당한 권리가 훼손되는 일이 많았기에 이러한 광고가 호응을 얻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용자이다. 고용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정서가 쌓이게 되면 이는 고용주, 즉 기업과 근로자의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반기업 정서'로 변하게 된다.

기업인들은 "반기업 정서 탓"… 경제 악순환의 진짜 요인은?

많은 기업인들은 한국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기업의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하며, 보다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나 스스로도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우선 기업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앞서 언급한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발목을 잡는다. 기업의 활성화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국민 개개인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에 이미 빠져버렸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동력이 사라져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4년 10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상장기업과 1,700여개의 주요 비상장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1% 증가했으나 2013년에는 0.4%, 2014년 10월 기준으로는 0.7%만큼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경제적 여력이 줄어들자 그만큼 국민들은 소비를 줄였고, 소비가 줄자 기업들은 더욱 활력을 잃게 되어 일자리와 임금을 줄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것이다.

'땅콩 회황' 사태 등으로 반기업 정서 확산

나는 이 시점에서 물어보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에 존경받는 기업가가 몇이나 있을지 말이다. 최근 '땅콩 회항' 사태, 열정페이 등 기업과 기업주들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키워드들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갑질’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고용주의 당연한 의무이지 결코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기업인들의 도덕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고, 열정이 있고 경력을 쌓을 기회를 주니 무상으로 일하라는 일부 기업주들이 오히려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 명이 해도 빠듯할 일을 혼자서 하다 과로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소문의 특성상 자극적인 내용이 과장되어 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가 과연 아무런 근거 없이 생겨났을까에 대해서는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는 '존경 받는 기업인'의 길 걷기

고 최인호 선생은 자신의 작품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의 입을 빌려 ‘장사란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란 말을 남겼다. 임상옥은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인 ‘계영배(戒盈杯)’를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했으며,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람을 남기기 위한 장사를 펼쳐 이윤에만 매몰돼 있는 다른 경쟁 상인들을 물리치고 조선 최대의 거부로 성장했다.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된다면 오히려 크게 잃지만, 장기적으로 큰 투자를 하면 그 이상으로 얻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적인 투자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라면 누구보다 먼저 국민들이 앞장서서 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길 꿈꾸어 본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프로필
경기고, 성균관대 법학과,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행정고시 22회 합격-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 15·16·19대 국회의원(현, 충북 청주 상당, 새누리당)- 해양수산부 장관- 충북도지사-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회 정무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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