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1야당 풍경은 '집권을 포기한 정당'처럼 비쳐

뚜렷한 대책 없이 논평, 전당대회 앞두고 권력투쟁만

통렬한 자기 반성과 중도개혁 노선 정체성 회복 필요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 칼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맡은 뒤 정치권 일각에서는 " 옳든 그르든 정치권의 바퀴가 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통과시키고,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구성과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을 위해 '빅딜' 합의를 한 것을 염두에 둔 평가다. '속성 빅딜'로 뒤탈이 나긴 했지만 야당 내의 친노그룹은 '정치 엔진 가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것이다.

집권을 준비하는 제1야당 존재 찾아보기 어려워

하지만 야당이 진정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수권을 준비해야 하는 제1야당답게 대처하고 있을까"라고 자문한다면 답은 결코 "예스"가 될 수 없다. 온나라가 떠들썩하게 정윤회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국회 300석 중 130석의 국회의원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야당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등 전신 포함)은 현재 최대 의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집권 2년차의 살아있는 권력의 시기라는 한계도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급기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서를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현안에 뚜렷한 대책 없어, "댓글 정당" "논평 정당" 비판

연일 언론을 통하여 청와대의 수사가이드라인 논란과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당내에 ‘정윤회 국정농단 사건 진상조사단’ 만 구성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대변인 성명·논평이나 내놓는 식으로 대처하는 새정치연합을 보면서 ‘댓글 정당, 논평 정당 아니냐’는 비아냥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이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해하는 사안에 대해 적절치 않은 입장을 표명해 '골수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가 덧칠되어 집권의 길에서는 더욱더 멀어지고 있는 인상이다. 바로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와 '종북 콘서트' 논란이다.

최근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통합진보당 강령에 찬성하지 않고 이석기 의원의 언행도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당 해산 결정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선 전례가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통합진보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인 문재인 의원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며 통합진보당 엄호에 가세했다. 또 최근 '종북 콘서트' 논란을 낳은 재미교포 신은미씨를 국회로 불러서 토론회를 가지려고 기획했다가 무산되는 일까지 있었다.

국민들은 지난 시절 야권연대와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대선 기간 방송 토론에서 “박근혜씨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동안 '용공 시비'와 '색깔 논쟁'으로 선거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이 시기에 당을 대표하는 지도부의 발언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10년의 집권 경험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에서 해야 할 일들인지 묻고 싶다.

전당대회 앞두고 기득권 지키기 위한 당내 권력 투쟁만

지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위한 2월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갈등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는 향후 국민들에게 새정치연합의 비전과 집권 전략을 밝히고 공감을 얻어가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상황을 보면 친노그룹과 비노그룹의 계파 싸움, 최대 계파인 친노그룹이 계파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 등이 연출되고 있다. 전당회의 경선 룰은 이른바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빅 3’에 유리한 3인 예비경선 (컷오프제)을 실시하고 전국 순회 경선을 하지 않는 '원샷 경선 방식으로 결정됐다 또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선거인단’이라는 전무후무한 회괴한 제도를 도입하여 사실상 친노 당권을 '문희상 체제'에서 '문재인 체제'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진모) 소속 의원들은 좌담회를 열고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시한 선거인단은 일반 국민의 의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컷 오프로 빅3가 본선에 올라가면 진입 장벽의 문고리 3인방이 되는 것” “하나마나한 전당대회를 뭐하러 하느냐” 등의 말을 하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동영·정대철 상임고문 등은 "이런 상태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이같은 정당으로 집권이 가능하겠는가?"라면서 새정치연합의 미래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면서 "신당 창당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고 친노와 간극이 멀어진 박영선 의원은 “친노 대 비노의 구도를 깨지 못하면 제3 세력, 대안 세력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 진행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전당대회는 변화에 대한 희망과 역동성이 그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4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후보가 아닌 김무성 대표와 다수의 비박계 최고위원의 탄생은 새누리당이 7·30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와 문재인 의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 계파의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 전당대회를 새정치연합의 정체성 회복, 집권 전략과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 환경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때에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당내 권력 투쟁으로 날을 새고 있다. 국민들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바로 서서 박근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면서 협력하고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거듭 경고를 보내고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통렬한 자기 반성과 중도개혁 노선 정체성 회복 필요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경제의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자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안전 문제에 따른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이러한 문제에 깊이 관여하여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감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민을 감동시킬 국가 경영 비전과 정책들을 이제부터라도 피땀 흘려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 원리주의 늪에 빠진 당을 건져내고, 정통 야당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중도개혁 노선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1956년 민주당 창당 주역인 조병옥, 신익희로부터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통성과 중도개혁 노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치열하고 통렬한 자기 반성이 없다면 '집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국회 정책연구위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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