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리포트 ② - 삼성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한화와의 빅딜 등 삼성의 '기회' 보여주는 세 가지 긍정적 신호
위기 극복할지는 의문… 가전·반도체·휴대전화 등 미래 불투명
소니와 닛산을 반면교사로 삼고 차세대 메가 프로젝트 찾아야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편집자 주= 데일리한국은 지난 9월 1일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가 쓴 '삼성 리포트-삼성은 소니 쇠락의 길을 갈 것인가'를 게재했습니다. 이번에는 삼성과 한화의 '빅딜' 계획 발표를 계기로 최 평론가가 정리한 '삼성 리포트 2'를 게재합니다.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의 삼성 리포트] ‘역시 삼성이다!’ ‘삼성이 1등인 이유가 있었어!’ ‘삼성은 인재의 화수분이고 인재 사관학교이기도 해!’. 이같은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올 만한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얼마나 튼튼하고 얼마나 장래성이 있는가는 위기나 난관에 처했을 때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지금 삼성의 상황이 그것을 대변한다. 실제로 삼성이 장차 경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의 5조7천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조7천여억 원으로 뚝 떨어진 사실 하나만으로도 삼성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무엇인가 혹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인 것은 틀림없다.

'빅딜' 소식에 "역시 삼성" 찬사… 세 가지 긍정적 신호들

이같은 상황에서 들려오는 다음 세 가지 소식은 모두 긍정적이다. 우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그리고 그 산하 삼성탈레스와 삼성토탈의 경영권을 한화에 넘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규모가 1조9천억 원을 넘는 빅딜이다. ‘삼성 역사에서 이런 일이 과연 언제 있었을까?’라고 되물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다. 다른 재벌들도 거의 모두 마찬가지로 오직 인수에만 눈독을 들여왔었는데, 삼성이 근본적으로 변하려 하는 것이다. ‘핵심 역량을 전략적인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그 이유는 더 긍정적이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큰 셈이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나 난관이 닥치더라도 경각심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극복하고 이겨냈던 것이 인류 역사가 아니던가.

다음으로, 삼성그룹의 주력업체인 삼성전자가 휴대전화(IM), 반도체ㆍ소재(DS), 가전제품(CE) 등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휴대전화 부문을 가전제품 부문에 통합시켜, 두 부문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해서 핵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야 하므로 이 소식 역시 긍정적이다. 특히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부문을 통합하여 장차 스마트 가전제품 시대를 열겠다는 발상이 눈에 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이 결합하면 삼성전자의 활로가 새롭게 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휴대전화 부문에서 그동안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하고 있던 신종균 사장이 퇴진하리라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것 역시 긍정적이다. 상황이 어려워졌다면 누군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새로운 도약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삼성전자는 이런 인사를 단행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휴대전화 부문이 어려움을 겪자, 중저가 제품 전략을 추진하여 ‘에니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기태 사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는데, 이런 인사 쇄신이 영업 전략을 중저가 제품에서 고가 제품으로 전환시켜 큰 성공을 거뒀던 것이다. 지금 역시 경영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므로 인적 쇄신 소식 역시 긍정적이다.

위기 헤쳐나갈지는 의문… 미래 성장 영역 보이지 않아

하지만 위와 같은 소식들만으로 삼성전자가 위기를 헤쳐나갈지는 의문이다. 풀어야 할 힘겹고 중요한 숙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문제점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 영역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주축으로 부상한 삼성전자의 국내적인 성장과 세계적인 도약을 이끌어왔던 역사를 돌아보자. 1980년대 이전에는 가전제품이었고,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였으며, 2000년대에는 휴대전화였는데, 이것들이 모두 한계에 봉착해 있다.

우선, 가전제품은 노동집약적 조립산업으로서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좀처럼 견뎌내기 어렵다.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 등 후발국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립스, 소니 등 선진국에서 가전제품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이제 거의 모두 이 분야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일부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생산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스마트 기술을 접목시켜 고가 제품 전략을 추진하면 새로운 활로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장기적인 전망은 어둡다. 중국 등의 가전업체들 역시 이 분야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그럴만한 역량을 이미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반도체 분야의 경우는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으나,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반도체 분야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은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진척시킨 기술력 때문인데, 기술력이 이제 거의 정체돼 있다.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은 이미 2008년에 깨진 바 있다. 장차 128메가바이트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더라도 이것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 업그레이드는 64메가바이트에서 거의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수율(원재료 투입에 대한 제품 생산 비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제품 가격을 꾸준히 인하함으로써 세계적인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왔는데, 이것 역시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경쟁업체들이 속속 등장할 경우에는 반도체 분야도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끝으로, 휴대전화 분야는 미래가 더욱 불투명하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초에 LG전자와 현대전자 등과 함께 코드분할방식(CDMA)의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하여 휴대전화 분야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는 시분할방식(TDMA)이 대세를 이뤘으나 이것을 거부하고 차세대 이동통신에 이용될 것으로 보였던 CDMA 기술의 상용화에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던 것이다. 여기에 중저가 제품 전략을 구사하여 선두 기업이자 다국적 거대 기업이던 에릭슨과 노키아 등과도 경쟁할 수 있었다. 중저가 제품 전략으로 세계시장에 안착한 뒤에는 고가 제품 전략으로 바꿔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각광을 받던 때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화면(Display) 기술을 이용하여 큰 화면을 적용함으로써 경쟁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마저 이제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됐듯이 개인용 컴퓨터 산업에서는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때는 선두 기업들이 큰 이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품 업그레이드가 멈추면 후발 기업들이 중저가 제품 전략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뒤에는 고가 제품 전략으로 전환하여 차츰 시장을 잠식하곤 한다. 개인용 컴퓨터의 경우, 펜티엄급이 개발된 이후로는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거의 멈췄고, 선두 기업이던 애플이나 IBM 등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의 여러 기업들 역시 이 분야에서 이미 철수했다. 개발도상국 후발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일이 휴대폰 시장에서도 재현되려는 상황이다.

차세대 메가 프로젝트 찾아야… '이재용 체제' 성과로 보여줘야

위와 같이 삼성전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존의 어느 분야도 삼성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삼성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 차세대 메가 프로젝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삼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메가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삼성그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삼성그룹이 당면한 문제점은 그밖에도 많다. 특히 '이재용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뒤에 삼성그룹의 경영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만약 경영 성과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숫자상으로는 경영권이 아무리 확실하게 보장됐다 하더라도 심각한 퇴진 압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역사적 사례들도 제법 많다. 예를 들어 한때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했던 일본의 소니는 1990년대 이후에 경영난이 지속되자 2000년대 초에는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경영자로 영입해야 했다. 닛산의 경우는 더욱 비극적이어서 경영권이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에 넘어갔고, 카를로스 곤을 경영자로 받아들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소니와 닛산을 반면교사로… 환율 방어 정책 재고해야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의 대표 기업에 속했던 소니와 닛산 등은 왜 위와 같은 지경에 처했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본의 국내 경기가 초장기 저성장 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수시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경영난을 겪게 되자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벌써 7년이나 연평균 2.9%라는 장기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장기 저성장이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현대기아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일본의 소니나 닛산자동차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출이 아무리 호조를 보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수출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하고 내수가 8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가 부진하면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그룹도 국민경제의 미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내수 부진의 장기화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고환율, 환율 방어 정책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우군이 언론계와 경제전문가 사회는 물론이고 정책당국에도 포진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고환율, 환율 방어 정책은 삼성그룹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환율, 환율 방어 정책은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에는 마약이나 다름없다. 일시적으로는 이익을 올려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일본과 같은 심각한 초장기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며, 삼성그룹의 미래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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