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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호 여사 방북이 '작은 통로'가 되려면…
  • 기자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전 국정원 제1차장) 승인시간승인 2014.11.17 16:35
남북관계 푸는 '작은 통로' 되려면 인도적 차원으로 진행
정치적 해석 낳을 수 있는 인사들은 수행단에서 배제해야
정부의 대북 메시지 전달, 대북 정책 논의는 적절치 않아
  • 전옥현 서울대 초빙교수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주로 ‘작은 통로론’으로 접근한다. 반면 북한은 ‘근본 문제 해결론’을 주장한다. 작은 통로론은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환경·문화 분야 협력 등 작고 낮은 차원의 교류로 신뢰를 구축해 한 단계 더 높은 남북관계로 나아가자는 접근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작은 통로’를 언급한 뒤 이같은 방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남과 북은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어가고, 이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부터 하나로 융합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북한의 전략은 정치·군사적 근본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부근에서 잇따라 도발한 것은 근본 문제를 꺼내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약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면 ‘작은 통로’ 뿐 아니라 ‘근본 문제’와 연관된 여러 이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차 고위급 접촉은 북한의 거부로 불발됐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 풀어가는 '작은 통로'

이런 가운데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북한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달 하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방북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언제 한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김대중평화센터는 통일부로부터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고 이 여사의 방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북측도 지난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조화 전달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이 여사 방북 초청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제 이 여사의 방북 시기에 대한 북한의 통보 등 실무 차원의 조율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여사의 방북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날씨는 우리보다 훨씬 춥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다. 게다가 12월 초 전에 평양을 방문해야 방북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이번 방북 추진을 지켜보면서 이 여사의 방북은 ‘작은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숨통을 트이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 자신도 북한 영·유아들에게 손수 뜨개질해 만든 털모자와 목도리 등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에 ‘작은 통로’에 더욱 잘 어울릴 것 같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이 여사가 이번에 북한을 찾아 어린이들을 돕는다면 남북관계 해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여사는 대북 정책을 다루는 정부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방북은 순수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 여사의 방북도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우리의 대북 정책 전환 계기로 삼기 위해 이 여사의 방북을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소재로 쓸 수도 있다. 북한은 이 여사가 방북했을 때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 등을 거론할 개연성이 있다.

정치적 인사 수행단에서 배제하고 인도적 차원으로 진행돼야

미묘한 시점에 진행되는 이번 방북이 ‘작은 통로’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방북 준비 과정에서 몇 가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우선 이 여사 방북 수행단을 인도주의 방문에 맞게 짜야 한다. 정치적 해석이나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인사들은 수행단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북 수행단은 작을수록 좋다. 정치인이나 정보기관장 출신 인사는 빼는 게 좋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조화를 받으러 방북했던 사람들이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들이 방북하면 다른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인도주의적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임 전 장관은 특히 6.15 선언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그의 방북은 여러 오해와 억측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이 남남갈등 소재로 활용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여사의 청와대 방문에 동행했던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실무요원, 경호요원 정도가 수행하는 게 적절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 전달도 적절치 않아

또 이 여사의 방북 메시지도 순수 인도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여사가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정치·군사 문제와 남북관계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 여사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북한이 최근 휴전선 등에서 종종 무력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특사'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맞지 않다.

오히려 이 여사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털모자와 영양식 등을 전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북측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무리일까?

어쨌든 이번 방북은 남북 교류와 화해·협력을 위한 ‘인도주의 모델’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몇 가지 점을 유념해서 이 여사의 방북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작은 통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전옥현 교수 프로필

대전고, 서울대 외교학과- 주 유엔대표부 공사-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 주 홍콩 총영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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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11/17 16:35:39 수정시간 : 2020/02/07 16: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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