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 ⑮]

기후변화 문제 방치하면 21세기에 지구 생명체 멸종 위기

기후변화는 슬로모션으로 진행되지만 피해는 워낙 광범위

우리나라도 에너지 다소비 모델에서 절약형으로 전환해야

[최열 환경재단 대표 칼럼]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무엇일까? 실업과 빈곤, 양극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식량 문제, 인구 증가 문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쟁과 테러 등도 포함된다. 21세기 말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해도 빈곤이나 양극화, 식량 문제가 ‘인류 전체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는 이대로 방치하면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대규모 멸종과 기상 이변, 식량 위기, 기후 전쟁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유엔보고서에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 표현 31번

돌이켜 보면 우리는 1980~90년대에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가스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이다. 이러한 물질은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면 빗물에 씻겨 없어지거나 확산되어 희석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이를 테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는 대기 중에 나오면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100년 이상 머물고 메탄가스는 10년에서 20년 가까이 머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를 하나도 배출하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은 그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산업 혁명기에 280ppm이었는데 지금은 400ppm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를 계속 쓰고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온실가스는 가파르게 늘어난다.

세계 각국의 기상학자와 생태환경학자 등 수 천명이 참여하여 만든 UN기후변화보고서는 그 내용이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 11월2일 발표한 UN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는 “기후변화는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문장이 무려 31번이나 나왔다. 또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물과 식량을 둘러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 고위관계자는 최근 “우리가 가진 방대한 기상 자료는 앞으로 기상을 예측하는 데 전혀 쓸모없는 자료”라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 정권 때 총리를 지낸 고든 브라운도 “우리가 기후변화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세계 기후는 이미 안정성을 잃고 기후변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슬로모션이지만 광범위한 피해여서 대처 방안 찾기 어려워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후변화에 대한 자각과 행동이 느린가. 그것은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무는 100년이 되면 아름드리 나무가 되지만 우리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없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거주하는 65만 명이 물에 잠기고 1,800여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은 것을 보고 당시 월마트 회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문제는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슬로모션으로 오는 것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그 심각함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쟁이나 테러, 대형 사고는 바로 눈에 보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워낙 광범위해서 알기도 힘들고 대처 방법도 찾기 어렵다.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진보가 오히려 지구의 기본 생명체계를 위협하고 있다. 천연자원을 이용해 더 많은 상품을 빨리 생산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폴 길딩의 말대로 이제 지구는 꽉 차 버렸고 욕망으로 가득 찼다. 이제라도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약탈적 경제'에서 ‘순환형 경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에너지 절약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중화학 공업 중심의 압축 성장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1톤의 철강을 생산하는데 2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산업구조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될 수 없다. 포스코 한 회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국내 총 배출량의 10%가 넘는다.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데 0.7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년에 5천만톤을 소비하는 우리나라에선 3,5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그 소비량은 일본과 같다. 그만큼 토목 중심의 산업구조로 돼 있다.

이러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에서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시킬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에너지 절약 기술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고 스마트홈 시스템을 도입해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둘째, 교통체계를 대중교통으로 더욱 확대하고 중소도시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유럽의 도시에서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 물결을 이루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에너지 절약 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 대폭 확대해야

셋째,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와 같은 자연 에너지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2013년 한 해 만에 태양광 시설을 6.5GW(원전 6개의 규모) 확대했다. 빈 공장 터와 지붕, 휴경지, 도심 창고 지붕에도 설치했다. 한국은 2013년까지 태양광 누적 용량이 1.3GW로 일본 태양광 규모의 10%도 되지 않는다. 넷째,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농촌진흥청 보고에 의하면 1ha(헥타르) 농토로 1년 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고구마는 26명, 쌀은 20명, 돼지고기 1.3명, 쇠고기 0.3명이다. 쇠고기 1kg를 생산하려면 이산화탄소 36kg가 나온다. 그것은 자동차가 250km 주행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다섯째, 상품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해서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 세제개혁 통해 소득세 줄이고 탄소세 부과해야

여섯째, 에너지 절약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살기 위해 냉방과 난방을 과도하게 쓰고 있다.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사는 게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세제 개혁을 통해서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는 산업에는 탄소세를 부가하고, 줄이는 산업에게는 세금을 감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소득세를 줄이고 탄소세를 부과하여 온실가스를 원천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선진국과 같이 중장기 에너지 절약 계획을 세워 2050년에는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의 80%정도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11월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과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각각 전세계의 29%와 15%로 세계 1, 2위이다. 두 나라가 전 세계의 절반 가까이를 배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2030년을 최고치로 하고 더 이상 탄소 배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한다면 전 세계에 큰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내년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세계 각국의 환경 NGO도 내년 총회를 앞두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고 다양한 퍼포먼스와 집회·시위를 준비하고 총회에서 적극적인 발언을 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인 우리나라 환경 NGO도 정부와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문제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역동적인 활동과 네트워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열 대표 프로필

강원대 농화학과- 한국공해문제연구소장- 공해추방운동연합 공동의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총선물갈이연대 상임공동대표- 환경재단 대표(현)-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현)-치코멘데스상 수상(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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