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럼]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주역으로 욕 먹어"
"사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에게 불편"
위헌 논란 등 반대 논리 돌파해 폐지해야

김용태 의원
[김용태 의원 칼럼] 2012년 7월 11일,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많은 욕을 얻어먹었다. 그날 나는 국회 본회의에서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다. 나는 순식간에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주역이 되어버렸다. 본회의 연설을 결심하고 원고를 쓰는 동안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국민들은 불체포특권을 국회의원의 가장 큰 특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다 대고서 정신 나간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여론의 뭇매가 두려웠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정신 나간 일을 하고야 말았다. 바로 형사소송법상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주역이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영장실질심사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피의자를 구인하도록 되어 있다. 피의자를 구인하지 못하면 심사할 수 없다. 당시 정두언 의원은 법정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법원에 자진 출두하는 ‘임의 출석’ 제도가 없다. 강제 구인만 있을 뿐이다. 당시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은 법원에서 구속 영장이 발부되어 처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영장실질심사에 강제 구인하기 위한 것이다.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무엇인가? 법원이 검찰의 무분별한 구속 관행을 막아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당시 정두언 의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바로 이런 피의자의 주장이 일리 있는지를 살피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 어찌 되는가? 그것은 국회가 영장실질심사 전에 피의사실을 인정해주는 꼴이다. 국회가 영장실질심사를 미리 하는 셈이라는 게 내 주장의 핵심이었다.

사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에게 불편하다

당시 나에게 쏟아진 비판은 대단했다. 몇날 며칠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모든 언론매체에서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주역으로 낙인찍혔다. 평소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들도 매몰차게 비판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평생 친구인 고등학교 동창들도 비판의 대열에 가세한 것이었다. 주역인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날 표결한 참여한 다른 의원들도 큰 곤욕을 치뤘다. 그들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지 몰랐을까?

당시 검찰이 내세우는 유죄 증거는 단 하나, 돈을 주었다는 사람의 진술뿐이었다. 의원들은 언론에 보도된 피의사실 이상을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실체에 대해선 전혀 모르면서 여론 뭇매가 무서워서 통과시켜주면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유죄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 이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감싸기가 아니라 개개인의 양심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의원들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을 테지만 내 심정은 이랬다. ‘아니 검찰은 국회 회기 중이 아닐 때 체포영장을 발부하든지 해야지, 왜 우리 보고 이런 숙제를 떠미느냔 말이다. 우리도 하기 싫어, 이런 것.’

누가 불체포특권 폐지를 반대하는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아는 바 특권 지키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을 고집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그런데 여야 정치혁신특위의 단골 메뉴인 불체포특권 폐지가 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정말 누구의 책임인가?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겉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법무부와 국회 입법조사처는 불체포특권 폐지 반대 입장이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①항에 명시된 것으로 그 폐지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률로 불체포특권을 제한한다고 해도 헌법이 정한 취지와 보장 범위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한다.

또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국회 회기 중 체포동의안 의결 없이 법원에 자진출석을 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국회의원인 피의자에게만 자진출석을 허용하면 일반 국민인 피의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시대와 국민의 요구는 이런 법률적 논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치발전을 원한다.

위헌 논란 등 반대 논리 돌파할 방법 있다

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강제구인되지 않으며 영장실질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원에 자진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도 없다. 헌법도 형사소송법도 고칠 일 없이 국회법을 개정함으로써 자진출석을 허용할 수 있다. 이로써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 없이 영장실질심사도 가능해진다. 물론 위헌 논란도 발생할 일이 없다.

일반 국민과 형평성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도 무방하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동안에는 국회의원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강제 구인된다. 일반인 피의자와 똑같은 조건이다. 국회 회기 중에는 자진출석을 허용한다. 이는 국회 회기 중이라도 국회의원이 일반 국민과 다른 특권을 갖지는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다.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자진출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체포동의안 의결이 불가피한데, 표결 시 기명투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국회에서 인사에 관한 투표는 무기명투표 방식이 현행법이자 확립된 관례이다. 하지만 미국 하원의 경우도 모든 표결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무기명 비밀투표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추가로 국회법 조항을 더 수정한다. 기존에는 국회가 체포동의안 처리 기간 내 의결하지 않으면 자동 부결된 것으로 간주했다. 이를 고쳐 3일 간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 가결된 것으로 국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모든 가능한 방법 동원해 불체포특권 폐지할 것

이상과 같이 위헌 소지만 없다면 불체포특권 폐지를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위한 법리적 검토와 토론은 충분히 진행할 것이다. 또 새누리당 158명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나는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첫 번째’ 혁신 의제로 불체포특권 폐지를 상정했다. 혁신은 의지의 문제이다.

■김용태 의원 프로필

대전고, 서울대 정치학과- 18·19대 국회의원(현, 서울 양천 을/새누리당)- 국회 정무위 간사(현)-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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