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식 개헌 주장은 사실상 의원내각제 하자는 것
분단체제에서 내각제 맞지 않아… 프랑스 이원정부제가 친숙
지금은 개헌 적기 아니다… 2016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명예교수 칼럼] 요즘 헌법 개정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헌법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의 잘못된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을 운영하는 정치인이 각성하면 된다고 한다. 반면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모든 사람들이 잘못하였기 때문에 사람을 바꿔봤자 효과가 없다면서 그 틀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헌법 개정 둘러싼 찬성·반대 논점들

또 헌법 개정을 논하기 시작하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들여 민생 문제 등을 논할 수 없기에 민생 문제 해결 후에 개헌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한다. 반면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불확실한 현재가 개헌 논의의 적기라고도 한다. 어떤 정치인은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헌법의 영토조항, 경제조항 등까지 논의 대상이 돼 이념 대립으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반면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는 손대지 말고 극히 필요한 부분만 개정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 개정에 대하여 찬성하는 사람들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현재의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4년 중임제로 하거나 정ㆍ부통령제를 두거나 결선투표를 하자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여론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사람이 다수인 것 같다. 미국식 대통령제는 미국에서만 운영되고 있고,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대립하는 경우 예산도 통과될 수 없고 입법도 할 수 없어 국정마비를 가져오는 병폐를 갖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당근을 주어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패하여 공무원 월급을 줄 수 없어 몇 달씩 휴직시키거나 전쟁 물자 공급까지 늦추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국회의원이 당론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끌어오기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당론이 지배하여 야당 몇 사람이 대통령 뜻에 따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야당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여 비판하지만 사실은 야당 국회의원이 독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야당의 법사위원장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6개월 이상 깔아뭉개어도 괜찮고, 야당이 반대하면 법률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통령이 부탁한 정부조직법조차 6개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현실과는 반대로 대통령의 독재 때문에 국회 중심의 헌법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국회의원 다수의 의견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는 의원내각제이다. 이 의원내각제는 선진국에서는 좋은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다. 4ㆍ19 이후의 민주당이 헌법을 개정하여 의원내각제로 바꿨으나 민주당의 신파와 구파가 대립하여 국정의 마비 상태를 가져 왔고, 급기야는 군사 쿠데타의 명분을 주었다. 한 정당이 분파되어도 국정이 올 스톱되는 판에 강경 야당과 대치하는 한국 현실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바람직한 권력구조는?… 4년 중임제, 내각제 모두 한계

그래서 어떤 사람은 소위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들고 나왔다. 오스트리아의 정부 형태는 헌법상은 이원정부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의원내각제이다. 대통령은 6년 임기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 연임은 한 번 허용된다. 대통령은 행정권의 수반으로서 연방총리를 임명하고 그의 제청에 따라 장관과 차관, 지방정부 수장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또 연방정부의 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연방군의 최고사령관이며 법률의 공포권, 긴급명령의 제정권, 연방의회 해산권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권한은 명목상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한번도 국회를 해산하지 않았고 연방 총리도 해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연방 총리의 제청과 부서에 의해서만 권한 행사가 가능했다.

대통령은 연방총리를 임명할 수 있으나 사실상 연방의회 다수파의 의사에 따르고 있다. 또 연방총리도 해임할 수 있으나 이제까지 한번도 독자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연방총리는 연방정부의 수장이고 연방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이다. 연방총리는 임기 제한이 없으며 연방의회의 선거 때마다 경질되거나 재임명된다. 연방총리는 대개 4기 정도 재임하고 있기 때문에 15년 정도 재임하여 오스트리아의 최고정책결정권자로 군림한다. 정부는 50년 동안 국민당과 사회당의 연립정부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과거 영세중립국이었기에 외교ㆍ안보ㆍ국방 등의 중요성이 거의 없었고 그러한 권한도 사실상 연방총리가 행사하였기에 의원내각제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명목적인 대통령을 두고 정치는 자기가 다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치생명도 10여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색만의 이원정부제를 내세우되 사실상 의원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 평화국가, 정당국가이면서 타협정치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와는 다르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도 전시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의원내각제 정치 실험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원정부제를 하더라도 강력한 국가원수가 있어서 국가안보ㆍ통일ㆍ국방ㆍ국민통합을 달성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직선돼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행정의 잡일에서 해방되어 미래한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통합하여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국군통수권, 계엄권, 국회해산권, 주요 공무원 임명권 등을 주어야 한다.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이 1958년에 만든 헌법은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우리에게 더 친숙할 수 있다. 하원에서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일반적인 정치를 담당하고 내치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헌법 개정 적기는… 2016년 국회의원 총선이 계기

어떤 사람은 헌법 개정의 적기는 국회의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가 같이 끝나는 해라고 하면서 20년의 주기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나 국회의원의 임기는 헌법 개정으로 정할 수 있으며, 국회해산 제도를 도입하면 국회의원 임기는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다. 필요하면 헌법 개정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2014년 가을에 헌법 개정을 추진하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여 경제발전 3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도 국회의 비협조로 법률안조차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가 논의되는 이 시기에 개헌 논의에 국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우선 민생을 안정한 뒤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15년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나 2016년 초에 헌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 시에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년 국회에서 정당개혁, 선거개혁을 단행하여 의원내각제적인 협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뒤에 2017년 겨울에 대통령을 선거하고 2018년 2월에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정된 헌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헌법 개정의 내용이나 시기가 정치인들의 선호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국민의 뜻을 반영해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에 의한 정치개혁을 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 시에 국회의원이나 장관에 대한 국민소환제, 국회해산을 위한 국민투표제, 국민의 뜻에 따른 입법을 보장하는 국민입법 발안제, 헌법개정 발안제 등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 개정 전에라도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선진화법 폐지, 국회의원의 무노동무임금 원칙 도입,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정치정화법 제정 등은 시급히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연립정부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당제 도입, 당론투표 금지, 민주적 공천 제도 등도 도입돼야 할 것이다.

■김철수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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