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박근혜정부에 실망… 야당엔 더 불만
전당대회 경선 앞두고 벌써 계파 싸움 조짐
인식 전환 없으면 총선·대선에서 또 실패

[정장선 전 의원 칼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는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바닥에서 느끼는 불안은 크다.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유로존의 경기 침체, 엔저 현상 장기화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게다가 중국의 기술이 우리의 턱밑까지 따라와 조선, 철강, 석유화확 제품뿐 아니라 핸드폰과 TV 등 전자제품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좋지 않은 경제 소식이 언론을 크게 장식하고 있다. 돈을 풀어도 돌지 않고 꽁꽁 숨어 있다. 저성장 저물가의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에 우리도 진입하고 있다. 금년 3분기에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9%감소했다. 2009년 1분기 감소 후 5년 6개월 만의 일이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 쇼크와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임원 구조조정 등등. 경제 위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 국민은 불안하다.

서민들, 박근혜정부에 실망하면서 야당을 더 불신

얼마 전 그래도 괜찮은 중소기업 대표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한국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답변은 “없다”였다. 이유는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심각한 불신 풍조와 정치 수준, 국내외 경제 여건을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은 서민 계층에서는 더 크다. 오늘도 재래 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만났는데, 야당에 대해 심한 불만을 쏟아냈다.

요즘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재정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초이노믹스'에 대해 성과가 있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도 실망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야당을 더욱 불신한다. 얼마 전 스리랑카에 갔는데, 집권당의 독재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스리랑카 국민들은 모이면 정부 욕을 10분 동안 한단다. 그러나 야당에 대해서는 15분 욕한다고 했다. 그러니 여당이 인기 없어도 계속 선거에 이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체류하는 동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우리와 같았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야당 입장 들리지 않아

우리는 최근 야당의 경제 상황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대책이 무엇인지 들어보질 못했다. 전에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경제에 대한 대책을 쏟아냈다. 그리고 경제통들이라는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아무리 국정감사 중이라지만 당에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제조업 위기, 금융 위기, 서민경제 위기 등에 대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총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무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이 경제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발목을 잡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깊이 새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야당은 또 북한 문제 등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입장이 별로 없다. 그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코멘트만 있을 뿐이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되고 머지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준까지 도달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남북 관계는 진전이 없어도 이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없다. 한일 관계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더 악화되어도 야당의 생각이 없다. 정치·사회 혁신 문제에서도 의제를 주도하는 게 없다.

여당은 지금 공무원 연금개혁,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금지,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 탑승,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등 개혁 작업 결과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얼마 전 발표한 국회의원 세비 동결이 전부다. 혁신 문제에서조차 이제 여당을 쫓아다닐 판이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변하지 않는 보수, 반성하지 않는 보수가 바로 우리나라 보수이다. 지식경제를 외치고 4대강에 30조원이나 쏟아부으면서 기술개발 등 국가 경쟁력 확보에 소홀히 하고 엉처리 자원개발에 엄청난 돈을 낭비했던 게 이명박정부이다. 지금 창조경제의 실체가 없고 경제개발의 구체적 계획조차 없는 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지만 야당은 15% 수준의 최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벌써 전당대회 계파 싸움… 인식 전환 없으면 총선과 대선 또 실패

경제위기감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야당은 어떻게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비록 비대위 체제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 당이 흡인되고 계파 싸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야당이다. 당은 있되 국가가 안보이고, 계파는 있되 당은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16년 총선에서 실패하고, 2017년에 정권 획득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장선 전 의원 프로필

중동고, 성균관대, 연세대 행정학 석사- 16,17,18대 국회의원(경기 평택 을)- 열린우리당 정책위부의장-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