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 ⑫]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지방자치 개혁해야
지방자율권 강화하고 지방사무 비중 40%로 근접시켜야
분권화 매우 미흡하므로 당분간 지방분권 노력 강화해야

이승종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이승종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칼럼] 대개의 선진국은 지방자치 선진국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선진국 중에 지방자치가 선진적이지 않은 나라는 없다. 이 나라들은 장구한 세월 동안 지역사회를 터전으로 하여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왔다. 주민은 지역사회의 공공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지방정부는 가까이서 지역 주민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오랜 동안 중앙집권적 통치가 지속되었다. 해방 이후 잠시 시행되던 지방자치는 한때 중단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1995년에 이르러 재개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후발 주자로서 선진국의 자치 경험을 우리 실정에 맞추어 적용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시행착오 속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전반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이 취약한 상황에서 분권화가 미흡하고, 정부기관 간의 형식적 자치가 지배하고 있고, 중앙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역량 부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국가개조론이 반향을 얻고 있는데, 국가개조의 중요한 축은 지방자치 개혁이어야 한다. 국가 총재원의 60%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지방자치를 개혁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 없이 국가개조를 논하는 것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지방 자율권 강화하고 지방세 비중 30%로 높여야

첫째, 지방의 자율권 강화가 필요하다. 권한 없이 자치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제22조)은 조례 제정 범위를 법령의 범위 안으로 규정하여 지방의 자율권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제정할 수 있게 개정해야 한다.

둘째, 재정 분권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복지지출 비용을 지방에 전가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은 11%로서 지방예산 증가율 4.7%의 2배를 넘는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방만을 지적하면서 지방 재정의 책임성 강화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의 자주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의존 재원 위주의 지방 재정은 필연적으로 지방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 지방의 책임있는 재정 운용을 위하여 현재 20% 정도인 지방세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지방 사무의 비중을 40%로 근접시켜야

셋째, 중앙과 지방 간 사무 배분도 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지방 사무의 비중은 국가 전체 사무의 30%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지방의 고유 사무는 적고 중앙정부의 위임 사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사무이양일괄법 등의 제정을 통하여 지방사무의 비중을 40%로 근접시켜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무를 이양함에 있어서는 재정 이양이 연계되어야 한다. 재원이 수반되지 않는 사무 이양은 해당 기능의 부실화를 초래한다. 권한 없는 사소한 업무의 이양이나 일부 집행 업무만의 이양도 지양해야 한다.

넷째, 공직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의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적 자원이 갖는 중요성은 크다. 자치단체장의 책임성 강화, 지방공직자의 능력 발전, 공무원의 줄서기 행태 개선, 지방의원의 의정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행정에서 차지하는 자치단체장의 위상을 고려할 때 책임있는 리더십 강화를 위해서 특히 초선 단체장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최근 지방의원 보좌진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데 인적 지원을 하기 보다는 일정 수준의 재정 지원을 통하여 필요한 전문적 지원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주민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는 공직자 위주의 그들만의 자치로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주민의 참여와 관심없이 지방자치가 정착·발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민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와 공직자의 수용 태세가 요구된다. 주민도 자기 주장만을 하는 참여자에서 공공문제를 이해하고 염려하면서 참여하는 교양시민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참여의 경험인데, 실질적 참여의 장은 지방이다. 지방자치에서 참여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밖에도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및 연계, 자치경찰 실시 등을 통하여 지방행정의 통합성을 높여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게 지방정부의 기관 구성을 다양화하며, 광역시와 도를 통합하여 광역자치단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개혁도 필요하다. 또 기초자치단체의 하부 구역 즉, 읍면동 차원의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현행 시군구 자치 대신 시읍면 자치 부활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위 '2할 자치' 란 지적 있으므로 분권 노력 강화돼야

구체적 개혁 방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중앙지배세력은 좁은 국토에서 지방자치는 비효율이라고 매도한다. 지방세력은 지방자치가 경쟁 효율을 가져오며 주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므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이 국가에 내재하는 것인 한, 극단적 집권이나 분권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적정한 수준에서 집권과 분권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다만, 현재는 이른바 ‘2할 자치’로 치부될 정도로 분권화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므로 최소한 당분간은 균형점을 향한 분권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분권과 함께 지방정부의 책임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종종 일부 지방정부의 부패와 방만 경영이 문제시되고 있으므로 지방정부는 자율권에 걸맞게 책임있는 행정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 지방의정의 활성화, 주민의 감시 강화 등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개혁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주민의 역량 강화, 그리고 중앙의 협력이라는 세가지 기둥이 조화롭게 세워져야 한다.

■이승종 원장 프로필

서울대 사회교육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행정고시 합격(1978년)-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한국행정학회장-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인수위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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