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실종자 부모는 "이젠 울 수도 없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에서 정쟁만 계속 벌여
6개월 동안 안전 대책과 국가개조 진전 없어
참사 1년에는 '부끄러운 자화상' 반복 없었으면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6개월이 지났다. 294명이 숨졌고, 실종자 10명의 행방은 아직도 알 길이 없다.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남아 있는 진도군 팽목항으로 눈길이 간다.

실종된 한 단원고 여학생의 어머니는 요즘 팽목항에서 아침상을 차리고 바다를 보면서 딸을 기다린다. 그 어머니는 "널 찾지 못하는 우리는 울 수도 없는 죄인이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눈물을 흘려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버린 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 한숨, 아픔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먹먹해진다. 충격과 통곡이 메아리 치던 팽목항엔 이제 쓸쓸한 침묵이 흐르고 있다.

눈을 팽목항에서 국회로 옮겨 실제 국감 현장으로 가봤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국감은 세월호 참사 당시의 부실했던 구조 과정과 허점투성이인 선박 관리체계의 민낯이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나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세월호 승무원과 해경 등 구조 책임자들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그러나 핵심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은 "재판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승무원과 해경 등은 부실 답변만 늘어놓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승무원들에게 "왜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모 2등항해사는 "(사망한) 사무장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지만 그게 승객들에게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해경정이 구조하는 줄 알았다"고 무책임한 답변만 했다.

여야 의원들은 해경과 승무원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질타하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허전했다.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이나 입법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는 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해수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 국감의 분위기는 더 실망스러웠다. 한마디로 '정쟁'이었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선 누리 과정 문제와 관련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거듭한 끝에 결국 파행을 빚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한 끝에 감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최근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의 카카오톡 등에 대한 감청 영장 집행 방식을 놓고 야당 의원들은 위법성 논란을 제기하면서 공세를 펼쳤다. 이처럼 국감이 중반전에 접어들었지만 초반에 강조했던 '정책 국감'이나 '송곳 감사'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대안 없는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구태를 재연하며 또다시 '국감 무용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반년이 지났어도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된 안전 관련 70여건의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야는 선원법, 해운법, 해사안전법, 선박안전법, 수난구호법 등에 대한 개정안인 이른바 '세월호 방지법'을 앞다퉈 발의했지만 여전히 고장난 배처럼 계속 표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병언법, 정부조직법, 관피아 방지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 처리도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여야는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모두 안전 문화 정착과 국가 혁신을 외쳤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바깥의 강경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끊임 없이 정쟁을 벌였을 뿐이다. 안전 사회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전혀 없다. 청와대와 정부도 '국가 개조' 를 수없이 약속했으나 가시적으로 보여준 것이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6개월은 한마디로 정쟁과 대립의 시간이었다. 반면 안전 대책은 전혀 진전이 없는 기간이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법과 정부 견제, 예산 심사이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적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치권은 오랫동안 망각했던 본분을 이번 기회에 다시 되새겨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내고, 이를 법으로 만들고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을 꼼꼼하게 지적하고, 관련 공무원들이 안전 매뉴얼을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았을 때는 이번과 똑같은, 부끄러운 자화상이 재연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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