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⑧]
정치 바꾸려면 인물 보다는 시스템, 구조 먼저 개혁해야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민에게 공천권 돌려줘야
상시 선거운동 허용해 현역의원 기득권 없애야

김철근 동국대 교수(정치평론가)
[김철근 교수 칼럼]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국회의원 되더니 바보가 되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왜 그런 소리를 듣게 될까?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걱정하여 공천권을 갖고 있는 중앙당 지도부와 유력 계파 수장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과 철학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의 중앙당 지도부와 유력 계파 수장들이 휘두르고 있는 공천권을 국민들과 지역구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수차례 공언하였으나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친박계 공천 학살' '노이사' 공천 얘기 왜 나왔나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실시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서 비주류로 밀려나서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다고 하면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계보의 공천 전횡을 겨냥한 말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당시에 공천에서 탈락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에서는 '노.이.사(친노,이화여대,486)공천'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출신이면서 친노 성향인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일부 세력이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을 겨냥해서 나온 말이다. 또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오락가락 전략공천은 당지도부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정치 바꾸려면 인물이 아니라 공천 시스템 개혁해야

17대 국회이후 19대 국회까지 초선 의원 비율이 거의 50%정도 되고 있다. 구태의연한 사람들을 새로운 인물로 바꾸는 변화는 많았지만 국회는 여전히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기 보다는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천 제도 개혁이다.

요즘 여야 모두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중앙당 지도부와 유력 계파 수장들이 휘두르고 있는 공천권을 국민들과 지역구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완전국민경선제로 지역주민에게 공천권 돌려줘야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보스정치, 밀실공천, 돈 공천, 계보공천, 보복공천을 막아야 한다"면서 "완전국민 경선제 제도화는 체육관선거를 직선제로 바꿨던과 같은 민주주의의 거보"라고 역설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도 맞장구를 친다. 원 위원장도 “우리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상향식 공천을 구현할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면서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하지만 일부 당원들만 참여하는 지금의 제한적 경선보다는 훨씬 민주적"이라고 말했다.

두 위원장의 지적은 옳은 방향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이 시기에 국민들과 지역구주민들이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권을 가질 수 있도록 개혁하게 되면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우리들이 잘알고 있듯이 미국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현역 정치인과 도전자 모두 언제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형평성 시비가 없는 것이다.

상시 선거운동 허용하고. 여야 동시 국민경선제 실시해야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개혁돼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같이 개혁되지 않을 경우에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오히려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현역 국회의원은 4년 동안 의정보고회를 통해서 상시 선거운동을 하는 반면, 도전자들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야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므로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올해 중앙선관위에서 국회에 제출해 놓은 선거법 개정안에는 우리나라도 이제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이같은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현역의원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2.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상대당의 약체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3.완전국민경선제가 정착 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두어야 한다. 현재 선거법에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은 홀수, 남성은 짝수 번호에 배치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그 정당에서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이 전부 무효 처리되는 제재 조치가 있다. 이처럼 각 정당이 지역구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구가 있을 경우 그 정당의 지역구 후보자를 모두 무효 처리하는 등의 강력한 벌칙 규정을 두어야 한다.

4. 각 정당이 총선 시기가 되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공천심사위원회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이 기구를 통해서 중앙당 지도부와 유력 계파 수장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공천심사위가 인위적으로 공천 후보자를 2~3배 수로 압축하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 공심위는 후보자의 정체성과 법률적인 출마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기구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2~3 배수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중앙당 지도부와 유력 계파 수장들의 영향력이 행사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앙당 지도부와 계파 수장들의 영향력 하에 있던 공천권을 국민들과 지역구민들에게 돌려 줌으로써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정당 유력 인사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지역구민들의 마음과 뜻을 국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여야가 끝없는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는 국회의 안타까운 풍경을 바꿀 수 있다. 밀실공천, 기획공천, 돈 공천, 계파공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다. 여야가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완성해 주길 기대한다.

■김철근 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국회 정책연구위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현)

김철근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평론가)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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