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이끌어 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는 또다른 전쟁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내부 강경파들은 여전히 지도부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하면서 협상안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나아가 박영선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세월호법이 합의됐으니 약속대로 물러나라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1일 한 재선 의원은 “세월호법 협상 결과에 대해 기가 차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건 백기투항 정도가 아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우원식 의원은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지도부는 협상할 때 협상도 못한다”라고 공박했고, 정청래 의원은 “왜 맨날 끌려 다닐까”라고 지도부를 비꼬았다. 이들 강경파 의원들은 남은 세월호 합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도부를 압박하며 정치적 선명성을 적극 주문할 태세다. 남은 과제를 놓고 여당과 협상하면서 유족들을 설득해야 하는 지도부 입장에서는 당내 강경파들의 공격도 방어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문제에 강경 위주로 갈 수록 국민 여론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는데 있다. 실제 정당지지율이나 세월호 해법 방향 등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 흐름은 이들 강경파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자칫 원론적인 입장에서 선명성만 내세울 경우 국민에게 더 큰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극단의 목소리만 노출된다면 발전이 있을리 없다. 때문에 지금의 강경 일변도는 결코 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때 강경파에 맞서 국회 등원 등의 반대 목소리를 내던 중도 비노진영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소위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들 의원들은 세월호법 처리를 둘러싸고 한때 2차 합의안을 지지하며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단식, 사퇴 촉구 등 강경 카드를 내세운 강경파 목소리에 이내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다행히 세월호법 여야 합의로 야당의 중도 세력이 나설 무대가 조금은 마련된 셈이다. 여당과의 추가 협의와 유족 설득이란 난제는 있지만, 세월호법 처리에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는만큼 중도파들이 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중도파들이 강경파의 목소리에 밀려 몸조심만 거듭하다간 더이상 야당의 미래는 없다. 경우에 따라 강경파의 주장을 반박하고 내부의 다수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유족을 설득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여야는 물론 국민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의견 도출이 가능하다. 만일 3차 합의에도 불구하고 당내 여론이 다시 흔들린다면 그때는 정말 세월호법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가늠키 어렵다. 그건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도 손해다. 야당의 중도 온건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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