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⑥]
각종 '무법천지' 행위 OECD국가 중 최고 기록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권위 인정하지 않는 풍토 잘못
공권력의 공정한 법집행 필수… 특권층 범죄 엄중 처벌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명예교수 칼럼] 한국은 무질서와 불법ㆍ탈법 행위로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88서울올림픽에서 4등을 차지한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에서 최고의 교통사고율, 최고의 고소ㆍ고발율, 최고의 소송제기율, 최고의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무법천지의 집회ㆍ시위, 초강경한 노동쟁의, 끝없는 공무원 부정부패, 불법 정치행위 등은 세계 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걸핏하면 폭행하고, 두 마디 만에 욕설하고, SNS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인격살인을 하고, 군인들은 따돌림과 집단폭행으로 사상자를 내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의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폭행 선동까지 하면서 온 국민이 낯을 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후진국형 법치의 현실

원래 한국은 동방예의지국(東邦禮儀之國)이라 불리었으며 한국인은 예의 바르고, 법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칭송되었다. 가까이는 88서울올림픽 때 외국인들이 한국민들의 줄서기운동, 쓰레기줍기 활동, 친절봉사 활동을 보고 경탄했었는데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무질서가 횡행하고 욕설ㆍ폭행 등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법원에서는 증인들의 거짓말 위증 때문에 판사도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사법이 불신을 사고 있다. 또 정치인들은 대통령까지 '싸잡아 죽일×' '국가원쑤' '귀태'라고 하면서 인신모독을 하여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 입법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팽개치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폭력 시위를 하여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노미 현상의 만연

이러한 현상은 88년도 민주화 이후에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자유ㆍ평등ㆍ평화를 이념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념을 곡해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유를 방종이라고 생각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불법시위를 하고, 위증으로 사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불법 시위로 타인의 생업을 방해하면서도 이를 자유라고 곡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거짓말 잘하고 폭행 잘하는 사람들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의원이 법을 옳게 지키지 않고 욕설과 거짓말을 일삼고 폭력을 선동하고 있어서 법질서가 문란해진 것 같다.

또 법을 엄정히 집행해야 할 공무원조차 불법시위나 교통질서 위반 등 범법행위를 입건 처벌하지 않고 훈방하는 사례가 많아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집회ㆍ시위를 하는 경우 국회의원이라도 경찰 저지선(police line)을 넘기만 하면 즉시 체포하고 현행법으로 처벌하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단속경관을 호통치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경찰에 입건돼 있는 국회의원이 경찰청을 감독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으로 경찰청장을 호통치고,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검찰청장 경질을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아노미 상태의 원인

이처럼 무법 상태, 무질서 상태가 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원인은 법의 권위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법을 집행하는 경관이나 공무원의 권위는 대단하다. 교통경찰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한 장관도 그 날로 쫓겨나는 것이 선진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상습시위꾼이나 잡상인까지도 경관을 우습게 보고 있다. 경관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경관은 국가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불법행위를 한 장관이나 국회의원까지 조사할 권한이 있으며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범법자는 직업의 종류나 지위의 상하 없이 엄정하고 공평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수사와 공소를 맡고 있는 검찰의 권위도 지켜져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이 검찰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지키기 위하여 '방탄국회'를 여는 병폐는 사라져야 한다.

두 번째는 법의 엄정한 집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뒤처리가 귀찮다고 하여 범법자를 검거하지 않거나 훈방하는 일이 많아 범법자들은 법의 집행기관을 경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누범자의 수가 엄청나게 많으며, 불법시위 주모자들은 상당수가 상습시위꾼이다. 이들이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하는데도 관련 법규가 없어서 해산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회의원의 입법 태만 때문이다. 온정주의적인 법 집행은 사면ㆍ감형ㆍ가석방 등의 남발을 야기하고 있다.

셋째로 법원의 온정주의 양형의 문제이다. 법원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야간에 불법집회를 하여 영업을 방해하거나 수면을 방해한 범인도 무죄판결하고 있다. 1심에서 중형을 내리면 2심에서는 꼭 3분의 2정도로 감형을 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고가 필수적 절차가 돼가고 있다. 판사 중에는 법정형의 최저한만 선고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래서는 형벌의 예방적ㆍ위하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동안 특별법에 따라 법정형이 상향되고 있는데, 그 이유도 온정주의 판결 때문이라고 하겠다.

법질서 확립 방안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법의식을 고양하여야 하며, 공권력이 권위를 찾아 법집행을 공정ㆍ무사하게 해야 한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공무원사회에서 신상필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국민주권과 자유 개념을 잘못 이해하여 범법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육을 통하여 이를 바로잡아야 하겠다. 주권자는 국민이라고 하나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가 아니라 전체국민이 주권자이다. 일개 국민이 대통령을 면담하고 삿대질하며 모욕할 권리는 없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며 봉사자이지 개인의 종복이 아니다. 법은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위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 이를 지켜야 한다.

개인이 가지는 자유는 법률 유보 하의 자유이며 이는 헌법에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게 위임하고 있다. 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면 헌법재판소에 소원하여 무효 판단을 받아야 하고, 무효로 확정될 때까지는 이에 따라야 한다.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전체 국민의 공공복리가 더 중요한데 이를 모르는 공무원, 검사, 판사들까지 있어서 문제이다. 개인의 자유ㆍ이익보다는 국민 다수의 복리를 더 중시해야 한다. 공무원의 헌법 존중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법의 집행은 공평하여야 하며, 고위공직자나 특권 계급의 범법행위부터 엄중 처벌해야 한다. 중국에서 부패 공무원에게 사형까지 하는 것도 본받아야 한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특권층부터 엄중히 처벌하여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교육자나 지식인, 사회지도층은 솔선수범해서 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온 국민의 준법 의식 함양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한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우리도 법질서를 확립을 토대로 G7 국가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질서와 혼란으로 G20 이하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법질서 확립으로 선진국이 돼 국격(國格)을 높여야 하겠다.

■김철수 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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