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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직전 유사 상황 타개해야
  • 기자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승인시간승인 2014.08.14 16:57
최경환 경제팀에 바란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신중해야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새로운 경제팀은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표명하며, 소비와 투자 부진을 돌파할 정책 방안들을 제시했다. 이는 구원투수의 등장처럼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이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2기 경제팀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살펴보고,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금리 인하에 관한 문제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쓰고 있고, 유럽에서는 드라기 중앙은행 총재가 초단기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두는 경우에 생기는 이자인데, 이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경우 맡겨둔 돈에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가 부과된다. 가능하면 자금을 시중에 유통시켜 침체된 유럽의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만약 해외보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어 외환보유고가 늘어날 것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가 비싸져 환율이 하락한다. 현재는 유례없는 경상수지 흑자에 원화절상 속도가 현저히 빠른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제조업 수출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마지노선인 1,052원을 밑돌고 있다. 이는 무역거래를 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의 압력이 더 거세진다면 세계 무대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우리 제품 수출에 더욱 직격타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 상승을 유도하여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기준금리 인하 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또한 인하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가계대출이 1,000조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인하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대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소비 부진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증가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었는데, 만약 대출금리 인하로 가계가 지불해야 할 이자가 감소하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여 꽉 닫힌 지갑이 열릴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함께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LTV·DTI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LTV(loan to value ratio)는 ‘주택담보인정비율’로서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 한도를 뜻하며, DTI(debt to income ratio)는 ‘총부채상환비율’로서 채무자의 소득으로 상환 능력을 파악하여 그 중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규제완화를 통해 대출량을 늘리면 주택경기가 부양되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책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방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경우 대출이 더 쉬워져 부채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내 가계부채의 규모는 1,000조 원을 돌파하였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로 경제의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따라서 규제완화 정책에 발맞추되 건전한 대출이 증가하도록 금융기관은 무분별한 대출을 막고 대출심사에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내수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기업에 투자 진작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된 것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이다. 이 정책은 대기업의 투자를 장려하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투자하거나 주식 배당금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투자 대신 배당금으로 사내보유금을 소진한다면 현재 시가총액 20대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44%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활성화가 아닌 해외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패널티를 부과하는 정책보다는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적절하게 부여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뒤 자발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서비스산업 규제의 사슬을 풀기 위해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의료 부문의 경우 찬반 논쟁이 거센 안건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은 국가경제를 내수에 의존하기에는 인구, 국토 등의 물리적인 자원들이 미약하다. 설상가상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유형의 산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모방이 쉽고 따라서 기술경쟁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다. 게다가 한국의 동쪽과 서쪽에는 기술 최강국인 일본과 제조업의 블랙홀인 중국이 인접해 있다. 한국의 제반 조건들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열악하므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점진적으로 경제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제조업에 비해 월등하므로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서비스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장기간 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은 민간소비와 투자의 부진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부 동력이 약하기에 장기간의 저성장세가 국내 잠재성장률 자체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저물가, 저성장, 부동산 경기침체의 세 가지 파도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직전 모습과 유사하다. 따라서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겸비한 적절한 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내부 동력을 강하게 키워야 할 것이다.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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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08/14 16:57:22 수정시간 : 2020/02/07 16: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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