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무슨 무슨 날이 정말 많기도 하다. 어디 한번 꼽아볼까. 1일 근로자의 날로 5월은 시작된다. 근로자들이 쉬는 날이다. 금년엔 이날이 목요일이었고 금요일인 2일 하루를 젖혀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6일까지 엿새를 쉰 사람들이 많았다. 세월호 때문에 한국인의 달력은 여전히 4월에 머물러 있고 오늘 5월 22일은 4월 52일이나 같지만, 어쨌든 연휴를 즐긴 사람이 많았다.

2일은 오이데이이면서 오리데이다. 농촌진흥청이 오이를 먹자고 외치고 농협은 오리고기를 권하는 날이다. 미리 합의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둘 다 2003년에 홍보행사를 시작했다. 홍보 대상은 동물과 식물로 서로 다르니 경쟁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오리고기를 오이와 함께 먹으면 어떤가? 영양가도 높고 맛도 아주 좋다고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5월 3일은 오삼불고기를 먹는 날이다. 오삼불고기라면 오징어와 삼겹살을 함께 볶는 요리 아닌가. 오징어 삼겹살 낙지까지 세 가지로 만든 오삼낙도 있고, 오징어 삼겹살에 낙지 목살 볶음을 뜻하는 오삼낙목이라는 요리도 있다. 오삼불고기는 이 요리만 만들어 파는 생산업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이걸 먹는 날은 재미 삼아 덩달아 만들어진 날 같다.

4일은 건너뛰자. 올해 일요일이었다. 5일은 잘 알다시피 어린이날, 그리고 입하. 6일은 부처님 오신 날. 7일은 아무 날도 아니어서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8일 어버이날이 이어진다. 다시 9일을 살짝 넘기면 유권자의 날이 기다린다.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정한 것은 1948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첫 총선이 실시된 날이기 때문이다.

10일은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공정무역기구가 제정한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기도 하다.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오지만 거래를 하면서 사기 치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그만이겠지. 요즘은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상품, 먹을거리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11일은 입양의 날. 이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만, 우리의 입양문화는 외국에 비해 미성숙 성태라는 점을 올해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은 자동차의 날이다. 1977년 처음 수출을 시작한 이래 22년 만인 1999년에 1,000만 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해 2004년 정부가 제정한 날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자동차업계는 한 해 308만 여대(2013년 통계)를 수출할 만큼 발전했다.

13일은 조용히 넘어갔지만 14일은 로즈 데이, 연인들끼리 사랑의 표현으로 장미꽃을 주고받는 날이다. 미국의 어떤 청년이 연인에게 가게의 모든 장미를 다 바치며 사랑을 고백한 게 유래라는데(돈도 많지!), 알고 보면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 화이트 데이(3월 14일) 블랙 데이(4월 14일), 이렇게 이어지는 ‘14일 시리즈’ 중 하나다.

중간에 잠깐 4월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에서는 4월 14일을 오렌지 데이라고도 한다. 감귤 생산농가들이 일본기념일협회에 등록한 기념일이다. 오렌지 데이에는 오렌지나 오렌지색의 선물을 주고받는다. 서구에서 오렌지는 다산의 상징으로, 신혼 부부나 연인 등에게 선물로 증정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2월 14일에 여자가 남자에게 뭘 주고 3월 14일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뭘 주고 한 달 후에는 벌써 아기 이야기로 넘어간다는 뜻? 그거 참 괴상망측하도다.

그런가 하면 로즈 데이라는 5월 14일은 식품안전의 날이기도 하다. 연인들끼리 장미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 맛있는 걸 먹여줄 때 위생적으로 조심하자는 뜻인가? 이날을 전후한 2주간이 식품안전 인식주간이니 사랑을 하면서도 식품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겠지.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스승이든 아니든 모두가 민망하고 서로 부담스러워하는 날이 돼가는 느낌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로 인해 올해에는 특히 쓸쓸함을 넘어 스산한 분위기였다. 이날은 가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16일은 국가기념일이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현대사에 중요한 고비가 된 5·16이다. 1961년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다. 그날 이후 한국은 크게 변했지만, 지금은 5·16을 기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이날을 다른 의미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5·16에 잔디가 좋아지기 시작해 10·26에 시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날인데, 그 기간이 골프 치기에 좋은 때라는 뜻이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5월 전반기에 들어 있는 각종 '무슨 무슨 날'이다. 무슨 무슨 날이 너무 많아 17일 이후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한다.

기자소개 임철순 논설고문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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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05/22 09:56:28 수정시간 : 2020/02/07 16: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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