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한미 금리 역전에 코스피 기대감 하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총액 비중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1986조8000억원, 이 가운데 외국인 보유 주식 시총은 606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총 기준 외국인의 보유 주식 비중은 30.51%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8월 13일(30.52%)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초 코스피 시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50%로 출발했다. 1월 25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영향으로 34.20%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6월 중순까지 31%대를 유지하던 외국인 시총 비중은 코스피 급락에 따라 6월 16일 30.99%로 내려왔다가 지난달 21일 31.23%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부터는 줄곧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이달 12일 외국인 시총 비중은 30.56%이었다.

최근 코스피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달 6일 종가 기준 2292.01까지 내려갔다가 이달 12일 2527.94로 마감하며 10.29% 올랐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인 것에 발맞춰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000억원을 순매수해 6월(5조4000억원 순매도)과 달리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이달도 1조8000억원 매수 우위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6000억원을 순매도해 전체적으로 매도 우위인 상태다.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상태를 이어오며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심리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원화 약세와 한미 금리 역전까지 가세해 외국인에 대한 코스피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부각돼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장중 1326.7원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달 12일 원·달러 환율은 1302.4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1300원대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0%로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 역시 부담을 가중했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를 밑돌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수익률(금리)이 더 낮은 곳에 투자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피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로 평가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스피가 언제든 재차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