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선 정치' 좌시할 수 없어…대정부 질문 나설 것"

대통령실은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김건희 여사와 숙소 인근을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김건희 여사와 숙소 인근을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정부 ‘비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외가 6촌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사적 관계로 얽힌 인사들이 공적인 일정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정 운영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비선 논란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모씨가 나토 순방일정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대통령 부속실에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신씨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통령실 경호팀, 의전팀 등으로 구성된 사전 답사단과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가 귀국할 때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랐다. 현지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와 같은 숙소에 머물기도 했다. 한방 관련 회사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신씨는 대선 당시 김 여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그의 채용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이해충돌 문제 등으로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씨는 윤 대통령과 8촌 관계다. 대기업 출신인 최씨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때부터 회계업무를 담당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일했다. 또한 윤 대통령 자택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친밀한 사이로, 한남동 관저를 보좌하는 관저팀장(가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외교부 장관의 결재를 받은 ‘기타 수행원’으로 참석해 행사 기획 전반을 도왔으며, 최씨의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상 외가 6촌은 채용 제한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대기업 근무 경력을 고려했을 때도 하자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순방에 지인이 동행하고 부속실에 친족을 채용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이었던 최순실 씨도 소환, 명백한 국기 문란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가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 자신이 청와대 비선 실세 사건을 수사하신 분 아니냐”며 “공적인 권한, 특히 대통령실의 권한을 너무 사적으로 혹은 쉽게 생각하고 편할 대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을 좀 먹는 대통령실의 '비선 정치'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국회 운영위원회가 가동되는 대로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7일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3일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7일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3일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논란이 더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쉽게 사그라지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김 여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당시 지인이 동행해 문제된 데 이어 비선과 관련한 논란이 잇따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상황을 좌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친인척 채용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출범 이후 비슷한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던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과 시민이 생각하는 상식의 선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생각의 차이가 쉽게 좁혀질 순 없겠지만, 6월 지방선거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만큼 진중하면서도 절제된 행동으로 국민이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사적 권리의 공적 권력화는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우리는 이미 박근혜정부에서 비선 논란으로 정권이 붕괴하는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나서 명확하게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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