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이익 추구 비판 커져"…신한·하나·농협·케뱅 등 대안 발표
"취지 공감하나 기준금리 인상에 효과 반감…혜택 못받는 차주 살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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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시중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이자장사' 지적과 함께 취약차주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서다. 은행들은 이 기조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해 잇따라 금리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속도 조절에 대해서는 고심하는 눈치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20일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나온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 원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라며 "은행들이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은행들은 연이어 대출금리 인하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낮춘다고 밝혔으며 NH농협은행도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0.20%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35%포인트, 0.30%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1년간 주택담보대출 이용 고객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해 지원한다는 방안이 주목을 받았다. 금리가 연 5%를 초과하면 신한은행이 초과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11일부터 '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 서민금융 지원 대출에 대해 각각 최대 1%포인트 금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현재 대출금리 인하 기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아직 방안을 내놓지 않은 은행에서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출금리만 계속 내릴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은행 예대금리 차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각 은행에 맞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 변동에 대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채를 비롯해 대출금리 산정 기준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지켜봐야 알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금리 인하를 통해 차주의 부담을 덜겠다는 당초 효과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다소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 기조였던 지난 정권에서 은행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조치는 금리 인상 외에는 없었다"라며 "현재는 이미 많이 올라있는 금리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은행도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수요가 급격하게 줄거나 감내할 수준이 벗어난다면 은행별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곧바로 금융 소비자 대출부담 완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며 "현재 발표된 인하 계획은 대부분 취약차주, 특정 상품 차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주들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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