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차 출국…한미일 정상회담 29일
최소 14차례 외교행사 참석…한일 정상회담 불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한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러시아와 대치를 각오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 속 윤 대통령이 다자외교 데뷔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배웅 영접을 받고 1호기에 오른다. 공식일정은 28일부터 시작되며, 윤 대통령은 30일까지 양자회담 9건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 14건의 외교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28일 오전에는 내부 점검회의를 가진 뒤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이후 스톨렌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주최하는 환영 갈라 만찬에 참석할 계획이다. 

29일에는 스페인 국왕과 면담,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와 정상회담, EU 집행위원장과 상임위원장, 캐나다·루마니아 정상과 약식회담이 예정돼 있다.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3분 분량의 연설을 통해 복합적인 국제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과 의지를 언급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최대 관심사인 한미일 정상회담도 29일 예정돼 있다. 4년 9개월 만에 성사된 만큼, 각 정상은 역내 안보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회담시간이 30분 이내일 것으로 전해진 만큼, 본격적인 의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중국·북한에 대한 협력을 모색하는 상견례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밤에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현지 동포 대표들과 함께하는 만찬 간담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체코·영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 등에 대한 경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점심에는 스페인 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왕립 오페라 극장을 찾아 리허설을 관람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은 양자회담을 통해 원전,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폴란드와는 방위산업, 네덜란드와는 원자력 수출과 반도체, 덴마크와는 신재생에너지, 체코와는 원자력 수출, 캐나다와는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정부 경제 방향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을 비롯해 우리가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한 원전에 대해 각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25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시점에서는 양자 회담 예정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정상 간 ‘풀 어사이드’(약식 회동) 형태의 회동도 없을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양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길게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음달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일본 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 정상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등으로 최소 3차례 만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로 일단 민간 교류가 다시 재개되고, 일본 참의원 선거 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후 실무 레벨에서 한일 현안을 풀어 가는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 중단돼 있던 한일 셔틀 정상외교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자칫 반중·반러시아 기조로 보여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중국·러시아와 대치를 각오하겠다는 의사로 비칠 수 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이나 다른 정상회담은 모르겠지만, 군사동맹의 한 축에 있는 곳에 참석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나토는 다른 정상회담과 다른 군사조약 기구의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다시 과거처럼 신냉전으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면서 “앞으로 중국·러시아와 군사적 대치까지 각오하겠다는 의사로 비쳐질 수 있어서 꼭 참석해야 하는 문제였느냐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교민들은 괜찮은지 검토는 된 것인지,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해서 대한민국이 얻을 국익이 뭔지 외교 전문가들과 통화해봐도 걱정하는 분들이 다수였다”면서 “어차피 가시니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회담에서 나오는 내용과 언행에 국익을 걱정해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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