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불안·성장 둔화에 IPO시기 재검토
'성장성'에서 '수익성' 확보 집중 분위기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SSG닷컴, 컬리, 11번가 등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 시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를 인상하자 주가가 크게 하락 하는 등 증시의 변동성과 불안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으로 조정하고 있다. 

사진=SSG닷컴 제공
사진=SSG닷컴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을 준비하던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주관사와 적절한 IPO 시점을 재검토 중이다.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투자 심리가 위축돼 투자금이 예상한 만큼 모이기 쉽지 않은 만큼 상장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아직 상장예비심사조차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 주식 시장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상장 절차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장 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증시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증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11번가도 최적의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중앙회·H&Q코리아 등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으며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풋옵션 조항을 약속했다.

지난달 말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 등으로 인해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11번가는 현재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 후보로 조율 중으로, 이달 내로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와 마켓컬리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연내 상장’ 목표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장 예심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규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45영업일 이내 해당 기업에 상장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컬리의 경우 지난달 말로 점쳐졌던 결과 통보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컬리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르면 7월, 늦어도 연내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상장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당초 목표로 한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연내 상장 진행은 변함없는 공식 입장"이라며 "지금 예비 심사를 청구해놨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컬리 제공
사진=컬리 제공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후,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에는 기발행된 전환우선주(CPS) 약 82만주와 17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등을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다. 액면분할과 메자닌(주식 연계 채권)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작업은 기업공개(IPO)에 앞서 실시되는 사전 정지작업이다.

올해 초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한 겸직 해소 작업을 마무리하고 3월 심준용·김학민·신병호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 정비도 마쳤다.

최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IPO 일정 조정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는 그간의 외형 성장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컬리는 식품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 가전, 여행, 꽃 배송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배송 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의 사명을 '컬리 넥스트마일'로 바꾸고 다른 회사의 배송을 대행하는 '3자 배송사업'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 외의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익성과 밀접한 ‘재고율’ 집중에 나섰다. 환불 처리 후 새 구매자를 찾아도 되는 공산품과 달리 환불과 동시에 폐기 처리해야 하는 신선식품 카테고리 특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경력 개발자 채용에 나서며 수요 예측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배송 서비스 조정으로 경영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SSG닷컴은 ‘쓱배송 1DAY’ 서비스를 오는 25일부터 종료한다. 쓱배송 1DAY는 기존 쓱배송과 달리 주문 상품을 다음날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다. 재고를 통합하기 위해 일부 점포에서만 실험적으로 운영해왔다.

지난 3월에도 ‘이날 아무때나’ 배송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2시간 단위로 배송을 예약하는 쓱배송과 달리 언제 배송돼도 상관없는 소비자를 위한 실험적 서비스였지만 저조한 이용률에 종료를 결정했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필두로 한 해외직구 시장 확대, 배송 및 멤버십 강화, SK텔레콤과 통합 서비스 등으로 성장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가 시장 상황으로 IPO 일정 재조정에 들어가면서, 그간의 성장성 중심 경영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며 "하반기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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