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거론은 적절치 않아…빅스텝,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는 의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가 2.25~2.5% 수준으로 상향된 것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창용 총재는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의도와 부합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금리 조정 시기를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발표 예정인 물가상승률, 2/4분기 GDP,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FOMC 결과 등을 참고한 후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빅스텝(기준금리 0.5bp 인상)을 언급한 것에 대해 "현재 물가·성장 지표가 해외 요인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라고 발표했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의 기본 가정은 유가가 연말 점차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요인이 정상화되는 것이다"고 "이런 가정 하에 물가를 예측해보면 앞으로 수개월은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예측 당시 인플레이션율은 '상고하저' 형태를 띌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 추세를 보면 정점은 상반기보다는 중반기 이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 식료품관련 품목의 물가가 상당히 지속되서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2.7%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속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증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측으로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부담은 3조원, 기업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취약계층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리 인상과 함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를 연 0.2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한미간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에 대해 "한국의 금리가 일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높은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단기금리로 볼 때 금리가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상황에서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하다"며 "미국이 빅스텝을 2번 정도 하고 한국도 금리를 올릴 경우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역전되면 발생하는 자본유출, 환율변동은 우리나라만의 상황도 아니며 현재로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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