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위해 고금리 채권 발행 추후 '이자 부담 부메랑' 우려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사진=한국은행/연합뉴스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사진=한국은행/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이 이례적으로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본확충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 규모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고금리 채권 발행은 추후 이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만 세 번째 인상 조치로 앞서 금통위는 지난 1월, 4월에 각각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만에 처음이다.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연속 추가 인상을 결정한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하반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RBC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의미하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RBC 비율이 100%로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보험업법에서 보험사에 RBC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재무 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은 한화손해보험 122.8%, NH농협생명 131.5%, DB생명 139.14%, 흥국화재 146.65% 등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치인 ‘1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은 보험사들의 RBC비율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1분기 보험사 RBC비율은 한화생명 161%, KB손해보험 162.3%, 하나생명 171.1%, DB손해보험 188.7%, 현대해상 190.7%, 신한라이프 255%, 삼성화재 271.3%, 푸르덴셜생명 280.7%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246%의 안정적인 RBC비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대비 59%포인트나 급락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매도 가능한 채권의 회계상 평가 손익이 급락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흥국화재는 지난 24일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했고, 오는 31일 채권을 발행한다. 또 다음달 한화생명은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고, 코리안리재보험과 KB손해보험도 각각 3000억원, 7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금액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NH농협생명이 올해 1조4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보강했고, 한화손보 2500억원, DGB생명 950억원, 흥국생명 500억원, 푸본현대생명 500억원 등 후순위채나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다음달 예정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까지 이뤄진다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 자본확충 규모는 4조원대로, 이는 역대 최대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의 1분기 RBC비율이 평균 30%포인트 이상 추락했고, 금리 전망과 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2분기 이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건전성 제고를 위한 고금리 채권 발행은 추후 이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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