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 당초 계획됐던 서울 지역 상반기 분양물량이 5월에는 약 76%가 줄어드는 등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인포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서울지역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24개 단지 9734가구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재, 1월부터 분양한 물량을 포함해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17대 단지 2350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75.9% 감소한 수치다.

1월에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4786가구),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1067가구), 은평구 역촌1구역(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454가구) 등이 상반기 중 일반분양을 계획했었으나 현재는 분양이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분양물량의 80% 이상은 재개발,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변수가 많은 정비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하반기 계획된 물량들의 공급도 낙관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분양가상한제에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손질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건설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을 놓고 발주자와 시공사 간의 갈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극한에 치달았고 크레인 철수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한 이문3구역은 설계변경, 분양가 산정, 시공사 교체 논란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 역시 분양가와 조합내부 문제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분양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앞으로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어떻게 손볼 것인지에 따라 상승 폭만 달라지겠지만, 정비사업 의존도가 높은 서울의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윤석열 정부도 당초 공약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손질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자칫 잘못 손댈 경우 오히려 아파트 가격만 상승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건설 원자재값 인상이다. 철근,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서 레미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건설사의 주택사업 사업성이 흔들리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사 수주를 자제하고 분양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최선의 판단일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분양시장이 정비사업 중심으로 몰려 있는 데다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에 원자잿값 인상까지 맞물려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은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서울지역 새 아파트는 희소성이 커지며 가격도 우상향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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