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모든 가능한 조치할 것"

북아일랜드 협약 반대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북아일랜드 협약 반대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이 문제에 관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EU와 체결한 북아일랜드 협약을 폐기하려는 것은 아니며 영국은 국제법 준수 의무를 계속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섬 평화에 기반이 된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 수호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지금처럼 물리적 국경이 없는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은 상품이 북아일랜드로 이동할 때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없애는 장치를 법에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표준에 맞춰서 제조된 상품이 북아일랜드에서 판매될 경우에 규제 장벽을 없애고, 새로운 이중 규제 체제에서는 기업들이 영국과 EU의 표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이와함께  유럽사법재판소(ECJ) 대신 대안적 분쟁중재 기관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또 한편으론 여전히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며, EU 측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을 런던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EU는 영국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프코비치 부집행위원장은 북아일랜드 협약의 일방적 변경은 용납할 수 없으며, EU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무부 장관도 영국의 일방적 조치가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에서는 정부가 서명한 협약을 깨는 법안을 제안한 것을 질타하고 실질적 해결책을 찾아 EU와 협상하라고 요구했다. 보수당 내에서도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앞서 영국과 EU는 브렉시트를 단행하면서 북아일랜드 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1월 본격 발효한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겨두는 내용이다.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지만 본토 섬과는 바다로 분리돼있고 아일랜드와는 국경이 맞닿은 특수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벨파스트 협정에서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열어두는 것이 핵심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오는 상품이 통관과 검역을 거치게 되자 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들은 본토와 사이에 새로운 장벽이 생긴 데 큰 불만을 품게 됐고 민족주의자 진영과 충돌했다.

이에 영국과 EU는 작년 가을부터 협상에 나섰고 EU는 상당부분 양보하는 제안을 했으나 영국은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며 거부했다.

EU는 의약품 통관검사 중단, 식품 통관 감축과 서류 간소화, 소시지 등 냉장육 규정 완화를 하는 대신 영국산 제품이 아일랜드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추가 장치를 달라고 했다.

트러스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협약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벨파스트 협정을 훼손하고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가 상품 이동시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본인이 직접 서명한 북아일랜드 협약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근거로 북아일랜드 지방의회 교착 상황을 들고 있다. 이달 초 선거에서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사상 처음으로 제1당이 되자 연방주의자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북아일랜드 협약이 전면 재검토되지 않으면 신페인당과 연정을 안 하겠다고 밝혔다.

벨파스트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정당들은 연정을 해야 하는데 현재 의장 선출과 행정부 구성을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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