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후 인력 수요 급증, 지원자수는 '뚝'
프랜차이즈, 상시 채용·복지 강화 등 돌파구 고심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금방 사람이 뽑힐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와달라고 매달리고 있어요. 기존에 일하던 친구들한테도 연락해서 기본급보다 높게 돈 준다고 했는데도 올 생각이 없대요.”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A씨는 최근 고민에 휩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손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공휴일 등은 가족들이 대신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늘어난 손님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1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음식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구인난’으로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하게 줄인 인력을 회복하기 위해 구인 수요는 늘고 있지만, 지원하는 이들이 없는 탓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숙박·음식점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7000명 줄었다. 반면 1분기 알바 채용 앱에 등록된 모집 공고는 지난해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의 한 가게에 붙어 있는 '직원·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가게에 붙어 있는 '직원·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대형 외식 기업들도 구인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피크 시간에는 단기 알바생을 채용해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기존 인력들까지 과한 일의 양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사장님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정의 달 행사가 많아 정신없이 바쁜 시즌이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 기존 인력들이 2~3배의 몫을 해야 했다”며 “가맹점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열린 채용 방식의 채용 주간을 상시로 진행하거나 채용된 이들을 대상으로 파격 복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고심 중이다.

인력 부족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후 급성장한 배달, 택배 등으로 인력이 유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최저시급은 지난해보다 5% 오른 9160원으로, 주 48시간을 일하면 예상 월급은 191만4440원 정도다.

그러나 건당으로 금액이 책정되는 배달 라이더 등의 일을 하면 시간당 최대 수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득이다.

코로나19로 고용이 불안정했던 기간 일을 하지 않으면서 지낸 생활이 익숙해진 점도 있다. 적게 쓰는 최소한의 삶을 사는 생활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급하는 고용 지원금 등도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지원금만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굳이 구직 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한 몫하고 있다고 업계는 봤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쉽고 편하게 돈을 벌려는 이들이 늘었다”며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고용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코로나19 동안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렸던 이들의 얘기는 다르다. 

외식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취업 준비생은 "거리두기 동안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일하던 곳에서 쫒겨나다시피 했다"며 "지금 당장 구직을 하는 것보다 자격증, 시험 등 장기간의 준비를 거쳐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